[주말N과학] 바다 밑바닥 미세플라스틱, 20년 만에 3배 늘었다

송복규 기자 2022. 12. 24.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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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플라스틱 1kg당 1.43mg… 16개 성분 검출
“전 세계적으로 플라스틱 용기·포장 증가”
韓도 해저 미세플라스틱 증가… 내년 서해·동해 오염도 측정

해저에 퇴적된 미세플라스틱 총량이 2000년 이후 약 20년 동안 3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 세계적으로 플라스틱 소재를 이용한 포장·용기 사용이 증가하면서 해양으로 흘러간 쓰레기가 많아진 탓이다. 한국 해양에서도 미세플라스틱 오염도가 높아진 것으로 파악돼 대책이 요구된다.

로라 산체스 바르셀로나대 환경과학기술연구소 연구원과 7명의 연구자는 최근 미국화학학회 환경화학분과 대표 학술지인 환경과학과기술(Environmental Science and Technology·ES&T)에 이 같은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스페인 바르셀로나 인근 지중해에서 얻은 해저 퇴적물의 미세플라스틱 오염 해상도를 측정했다.

제주 구좌읍 행원리 해상에 각종 해양 쓰레기들이 떠있다. /뉴스1

미세플라스틱은 5㎜ 이하의 미세한 합성 고분자화합물을 의미한다. 주로 바다로 흘러간 플라스틱 쓰레기에서 미세플라스틱이 용출되거나, 침식·풍화 작용으로 플라스틱이 조각나면서 발생한다. 해저에는 분해에 필요한 산소와 빛이 부족한 탓에 미세플라스틱이 잘 분해되지 않는다. 해저에 남은 미세플라스틱은 해양 생태계를 파괴하고, 해양을 통한 탄소 순환을 저해할 수 있다.

연구팀은 2019년 북서부 지중해에서 시추한 해저 퇴적물 코어 5개를 1cm 간격으로 잘라 푸리에 변환 적외선(FTIR) 분광법을 사용해 미세플라스틱 오염도를 측정했다. FTIR 분광법은 시료에 적외선을 비추면 극성을 갖는 분자들 간에 진동과 회전 들뜸에 상응하는 에너지의 흡수가 일어나는데 이때 흡수(투과) 정도를 측정해 특정 분자의 운동에 관한 정보를 얻을수 있는데, 이런 현상을 이용한 분광기술이다. 1cm 간격으로 얻은 샘플들의 미세플라스틱 오염도와 1965~2016년까지의 전 세계 플라스틱 생산량을 비교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분석 결과 해저 퇴적물에서의 1kg당 미세플라스틱 농도는 2000년대 이후로 약 3배 높아졌다. 가장 최근 퇴적된 1~2cm 샘플 구간에서는 1kg당 미세플라스틱이 1.43mg 검출됐다. 하지만 1970년대 퇴적 구간인 8~9cm 샘플에서는 1kg당 미세플라스틱이 0.05mg 검출되는 데 그쳤다. 연구팀은 세계적인 플라스틱 사용 추세에 따라 바닷속 미세플라스틱 양도 함께 증가한 것으로 분석했다.

해저 퇴적물에서는 총 16개의 플라스틱 성분이 검출됐다. 성분 중에서는 컵라면 용기에 많이 사용되는 폴리스타이렌이 가장 많이 검출됐고, 페트병으로 만들어지는 폴리프로필렌과 폴리에스터가 그 뒤를 이었다. 연구팀은 또 최근 퇴적물 샘플에서는 폴리에스터와 폴리스타이렌의 검출량이 이전보다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지난 20년간 포장, 페트병, 식품 필름에서 폴리에틸렌·폴리프로필렌과 같은 플라스틱이 얼마나 증가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라며 “일단 해저에 퇴적되면 분해가 거의 되지 않아 오염의 흔적을 남긴다”고 밝혔다.

바다에 부유하는 플라스틱 폐기물. /AFP 연합뉴스

한국도 같은 기간 해저 미세플라스틱이 늘어났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은 최근 경남 창원시에 위치한 마산만과 진해만을 대상으로 미세플라스틱 오염도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남해 미세플라스틱 오염도 연구는 퇴적물 코어를 시추하고, 현재 분석을 거의 마친 상태다.

해양과기원에 따르면 한국도 앞선 연구와 유사하게 2000년을 기점으로 해양의 미세플라스틱 오염도가 크게 증가했다. 2000년 이전에는 오염도가 완만하게 늘었지만, 2000년대 초중반 이후로는 미세플라스틱 오염도가 급격히 상승했다. 대표적으로 한국 연안에서 발견된 바다거북 34마리 중 28마리가 해양 플라스틱을 섭식한 것으로 나타났다. 바다거북 한 마리당 섭식한 플라스틱은 미세·중대형 플라스틱을 포함해 3g에 이른다.

해양과기원은 앞으로 남해뿐 아니라 서해와 동해에 대한 미세플라스틱 오염도를 측정할 계획이다. 심원준 해양과기원 위해성분석연구센터 책임연구원은 “최근 연구에서는 한국에서 버리고 미세화되는 해양 플라스틱이 많아졌다는 의미”라며 “내년부터 서해와 동해의 미세플라스틱 오염도를 측정해 한국 해상 전반적으로 오염이 진행되고 있는지 확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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