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 따윈 없다”…미국에 핵미사일 겨누는 북한, 정말로 쏠까 [박수찬의 軍]
로켓 엔진과 위성 사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2022년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시점에서 북한이 새롭게 뽑은 도발 카드다.
북한은 지난 15일 평안북도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에서 대출력 고체연료 로켓엔진 시험을 진행했다. 18일엔 같은 장소에서 정찰위성 개발을 위한 최종단계의 중요시험을 했다고 밝혔다.
갈수록 거칠어지는 평양의 말과 행동을 보면, 10여년 전 미국을 지나치게 자극하지 않으려 했던 최소한의 경계심이나 신중함은 찾아볼 수 없다.
기존의 전략무기 개발 계획을 밀어붙이면서 대외적으로는 초강경 행보를 거듭하는 모양새다. 팩트와 기만, 위협이 뒤섞인 북핵의 실체를 면밀히 살펴야 하는 이유다.
◆북한, ICBM 핵심 기술 완전히 갖췄나
6차례에 걸친 핵실험, 화성-14·15·17형 ICBM과 북극성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 공식적으로는 아무도 인정하지 않지만, 북한 핵능력이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졌다는 것을 부인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핵무기는 2017년 6차 핵실험을 통해 위력을 입증했다. 운반체계도 KN-23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화성-12형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은 여러 차례 시험발사를 감행, 성능 검증을 했다.
남은 것은 ICBM이다. 북한이 최근 공개한 대출력 고체연료 로켓엔진으로 ICBM을 만들 수 있는지, ICBM 대기권 재진입 능력은 있는지 여부다. 이는 ICBM이 최대사거리로 날아가 미 본토에 핵탄두를 투하할 수 있느냐는 문제로 연결된다.
고체연료 ICBM 제작은 북한의 전략적 핵억제력과 직결되어 있다. 북한이 자랑스레 선전하는 화성-17형은 무력시위에는 효과적이지만, 전투력을 발휘하기에는 제약이 많다.
길이가 22~24m에 달해 곡선 도로 사용이 어렵고, 무게도 무거워 장거리 이동도 쉽지 않다. 발사에 활용할 장소가 많지 않다. 이는 미국의 사전 대응을 쉽게 한다.
북한이 새로 만든 고체연료 엔진을 사용하면 15~20m 길이의 ICBM을 만들 가능성이 있다. 화성-17형보다 길이가 상당 부분 짧아지는 셈이다.
북한은 ICBM의 길이를 축소해본 경험이 있다. 북한이 2015년 공개했던 KN-14 ICBM은 2013년에 존재가 드러난 KN-08보다 길이가 3m 줄어들었다.
높이가 낮은 잠수함에 탑재해야 하는 SLBM은 길이가 짧아야 하므로 핵탄두를 콤팩트하게 장착한다. 북한은 1990년대 냉전 종식 당시 옛소련 SLBM 개발을 맡았던 마케예프 설계국 인력과 자료를 대거 빼돌린 바 있다.
북극성 SLBM을 제작했던 경험을 더한다면, 길이가 짧은 고체연료 ICBM 개발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ICBM 대기권 재진입 기술을 북한이 명확히 입증한 적은 없다. 하지만 그런 능력을 갖추고 있을 것이라는 평가가 늘고 있다.
반 밴 디펜 전 국무부 국제안보·비확산 수석부차관보는 미국의소리(VOA) 인터뷰에서 “북한 ICBM의 탄두부는 크고 뭉툭한데, 날아갈 때 궤적이 흔들려서 정확도를 극대화할 순 없으나 대기권 재진입은 훨씬 쉽다”고 설명했다. 북한이 정확도 대신 대기권 재진입 성공에 초점을 두고 탄두부를 만들었다는 의미다.
이같은 특성은 미국의 미사일방어(MD)와 관련이 있다. 북한이 미국으로 ICBM을 쏘면, 미국은 북태평양 이지스함에서 SM-3를 발사하거나 알래스카 포트 그릴리 기지 등에 있는 지상발사요격미사일(GBI)로 대응한다.
SM-3나 GBI 요격이 실패하면, 미국은 북한 ICBM을 저지할 방법이 없다.
광대한 미 본토에 ICBM이 낙하할 때, 종말단계 요격수단인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와 패트리엇(PAC-3)으로는 방어가 불가능하다. PAC-3는 거점 방어용이고, 미 본토의 사드 5개 포대로는 미 전역을 지킬 수 없다.
북한으로선 ICBM이 북태평양만 무사히 통과하면, 미 본토 어딘가에 핵탄두를 떨어뜨릴 수 있다. 미국 내 주요 시설 타격이 아닌, 본토 핵공격 그 자체에 초점을 맞춘다면 탄두부를 꼭 뾰족하게 할 필요는 적다.
김 위원장이 “최단기간 내 신형 전략무기 출현을 기대한다”고 밝힌 것으로 볼 때, 고체연료 ICBM이 이른 시기에 곧바로 등장하거나 중간단계에 해당하는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을 먼저 선보일 가능성이 있다.
길이가 짧아 이동식발사차량(TEL)에 의한 전개가 쉽고, 대기권 재진입이 가능하며 발사 전 징후 탐지가 쉽지 않은 고체연료 ICBM의 등장. 미국으로서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하는 셈이다.
문제는 ICBM이 실질적인 위력을 지녔느냐다. 북한에서 미국 본토까지 무사히 날아갈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이를 입증하려면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의 ‘호언장담’처럼 ICBM 정상각도 발사가 필요하다.
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재진입체가 대기권에 무사히 진입하는 것을 증명하면, 북한 위협에 대한 조 바이든 미 행정부의 인식을 크게 변화시킬 중대한 사건이다. 북한이 욕심을 낼 만한 일이다.
실제로 할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는 지적도 있다. ICBM 최대사거리와 정상적인 대기권 재진입 달성 여부를 확인하려면 미국 서부 인근이나 남태평양 깊숙이까지 발사, 미리 설정한 목표 수역에 정확히 꽂히는 궤적을 만들어야 한다.
관측선을 보내 낙하 장면을 촬영하고, 재래식 탄두를 목표 수역에서 폭발시키며, 바다 밑에 가라앉은 탄두를 건져 대기권을 돌입하는 동안 탄두가 타버리지 않았다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 북한의 열악한 여건상 충족이 쉽지 않다.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호언장담한 상황에서 ICBM 정상각도 발사를 하지 않는 것도 부담이 크다.
미국과의 충돌을 각오하고 시도했다가 실패하면, 북한이 그동안 쏟아낸 주장과 선전은 거짓이 된다. 집권 10년을 마무리하고 새로운 시대를 열어야 할 김 위원장의 위상은 땅에 떨어진다.
코로나19 봉쇄와 국제사회의 고강도 제재로 경제난을 겪는 김 위원장이 내세울 수 있는 것은 핵과 미사일을 앞세운 ‘군사 강국’ 이미지뿐이다. 이게 흔들린다면 최고 통치자로서의 위상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장기간 봉쇄로 체제의 내구력이 갈수록 약해지는 상황을 감안하면, 섣불리 ICBM 정상각도 발사를 감행했다가 실패했을 경우 ‘군사 강국’ 이미지 손상에 따른 후폭풍을 북한은 감당하기가 어렵다.
어쩌면 김 부부장의 발언을 가장 두려워한 쪽은 한국도 미국도 아닌, 미사일 개발을 맡은 북한 국방과학원과 군 간부들일 수도 있다. ‘최고존엄’의 위신이 손상되면, 그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이다.
닥치는 대로 미사일을 쐈던 김 위원장은 미국을 향해 결정적 한 방을 날릴 기회를 앞두고 막다른 골목에 맞닥뜨렸다. 쏘든 쏘지 않든 정교하게 계산하지 않은 채 내뱉은 김 부부장의 담화가 상당 기간 후유증을 남길 가능성이 적지 않은 이유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한국처럼 결혼·출산 NO”…트럼프 당선 이후 미국서 주목받는 ‘4B 운동’
- “그만하십시오, 딸과 3살 차이밖에 안납니다”…공군서 또 성폭력 의혹
- “효림아, 집 줄테니까 힘들면 이혼해”…김수미 며느리 사랑 ‘먹먹’
- “내 성별은 이제 여자” 女 탈의실도 맘대로 이용… 괜찮을까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단독] “초등생들도 이용하는 女탈의실, 성인男들 버젓이”… 난리난 용산초 수영장
- ‘女스태프 성폭행’ 강지환, 항소심 판결 뒤집혔다…“前소속사에 35억 지급하라”
- “송지은이 간병인이냐”…박위 동생 “형수가 ○○해줬다” 축사에 갑론을박
- “홍기야, 제발 가만 있어”…성매매 의혹 최민환 옹호에 팬들 ‘원성’
- 사랑 나눈 후 바로 이불 빨래…여친 결벽증 때문에 고민이라는 남성의 사연
- "오피스 남편이 어때서"…男동료와 술·영화 즐긴 아내 '당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