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풍향계] 청사어린이집 원생은 동요보다 투쟁가를 먼저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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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애가 부르는 노래를 듣고 깜짝 놀랐어요. 글쎄,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더라니깐요."
최근 기자와 만난 한 정부부처 공무원은 작년부터 세종청사 앞 집회·시위가 급증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자녀를 세종청사 어린이집에 보내고 있다는 이 공무원은 "5살 애 입에서 '산자여 따르라'라는 가사가 나오더라"라며 "부모에게 뭘 사달라고 조르거나, 원하는 대로 되지 않으면 말끝에 '투쟁'이라고 붙이거나, '각성하라' 같은 표현을 쓰기도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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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 1층 위치한 어린이집 소음 피해 ‘심각’
집회 열리는 날엔 야외 활동도 제한돼
“집에서 애가 부르는 노래를 듣고 깜짝 놀랐어요. 글쎄,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더라니깐요.”
최근 기자와 만난 한 정부부처 공무원은 작년부터 세종청사 앞 집회·시위가 급증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자녀를 세종청사 어린이집에 보내고 있다는 이 공무원은 “5살 애 입에서 ‘산자여 따르라’라는 가사가 나오더라”라며 “부모에게 뭘 사달라고 조르거나, 원하는 대로 되지 않으면 말끝에 ‘투쟁’이라고 붙이거나, ‘각성하라’ 같은 표현을 쓰기도 한다”고 말했다.
다른 부처 공무원도 집회·시위에 자녀들이 영향을 받는 것 같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그는 “집회에서 사용하는 표현을 집에서 쓰는 경우가 많다”며 “현수막에 써진 표현을 보고 읽으면서 무슨 뜻이냐고 묻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정부세종청사 별관을 쓰는 국세청도 상황은 비슷하다고 한다. 한 국세청 직원은 “겨울엔 집회가 줄어서 그나마 다행”이라며 “봄·여름에는 장송곡을 틀고 시위를 하기도 하는데, 업무도 업무지만 어린이집에선 어떻게 들릴지 그게 더 신경이 쓰인다”고 했다.
24일 세종남부경찰서와 세종북부경찰서에 따르면 올해 1월 1일부터 12월 22일까지 세종시 내에선 1399건의 집회가 개최됐다. 작년(1789건)보단 집회 개최 건수가 줄긴 했지만, 2020년 980건, 2019년 733건과 비교하면 대폭 늘었다. 이들 집회의 80~90%는 정부청사 앞에서 열렸다는 게 경찰서 관계자의 설명이다.
세종청사 앞에서만 하루 평균 4~5건의 집회가 열린 셈이다. 정부세종청사에는 현재 23개 중앙부처가 입주해 있다.
집회가 가장 많이 열리는 장소는 국토교통부가 입주한 6동 앞이라고 한다. 보건복지부(10동)와 고용노동부(11동)도 집회가 자주 열리는 부처로 분류된다. 기획재정부가 입주한 4동과 농림축산식품부와 해양수산부가 입주한 5동 앞도 집회가 빈번하다.
문제는 해당 장소들이 모두 어린이집과 100m도 떨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세종청사엔 총 11개의 어린이집이 있다. 기재부가 있는 4동에 ‘예그리나 어린이집’, 농식품부와 해수부가 있는 5동에 ‘이든샘’, 국토부와 환경부가 있는 6동의 맞은편에 ‘솔비타’가 있다. 우정사업본부가 있는 8동에는 ‘빛들’, 고용부와 산업통상자원부가 있는 12~13동 일대에 ‘아이온’과 ‘윤빛’, 교육부가 있는 14동에 ‘올고운’과 ‘라온’, 문화체육관광부가 있는 15동에 ‘차오름’ 어린이집이 있다. 그리고 별관에 있는 국세청 옆에 ‘아이세상’, 별도의 건물에 ‘꿈샘’ 어린이집이 있다.
기재부와 같은 건물을 쓰는 ‘예그리나’는 기재부 정문에서 50m도 채 되지 않는다. 청사 밖에 있는 ‘솔비타’ 역시 국토부 앞 도로에서 도보로 30초 거리에 있다. 다른 청사 어린이집도 상황은 비슷하다.
집회는 어린이집의 일과도 바꾸게 한다. 대규모 집회가 열리는 날이면 놀이터 등 야외활동을 포기하는 수밖에 없다는 것. “실내에서도 시끄러운데, 야외활동은 언감생심이라고 한다”고 청사어린이집에 보내는 한 학부형은 전했다.
이 학부형은 “헌법상 보장된 ‘집회결사의 자유 행사’라곤 하지만 어린이들의 교육 과정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하니 많이 안타깝다”면서 “자녀 교육 때문에 세 차례 이사를 간 ‘맹모삼천지교’ 일화가 남일 같지 않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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