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매매가 4억 ‘뚝’ 떨어져도 손님 없는 세종… “금리 안정되면 먼저 반등 올 것” 의견도
일대 공인중개사 “고점 대비 최대 35% 빠졌다”
“제 가격 찾아가는 중… 합리적 매물 관심가져도 될 수준”
“급매가 한 번 거래되면 손님들도 비슷한 가격대에서만 찾아요. 최근에 84㎡가 5억원 후반대에 거래됐는데 그 정도면 충분히 떨어진 합리적인 가격대라고 봅니다. 정부의 다주택자 대책이 있었기 때문에 더 이상 떨어지진 않을거라고 생각해요.”(세종시 도담동 A공인중개소 대표)
지난 22일 찾은 세종특별자치시. KTX 오송역에 내려 중앙버스전용차로(BRT) 노선을 타고 20분 가량 들어가니 산울리 6-3 생활권에 리첸시아 파밀리에 아파트 공사가 한창이었다. 바로 앞 해밀리 마스터힐스 단지 입구엔 아직 군데군데 비어있는 상가가 보였다.
올해 전국 주택 가격 하락률 1위를 기록한 이곳 공인중개사무소의 분위기는 무거웠다. 버스로 두 정거장 더 가니 나온 도담동의 한 공인중개소 사무실에서는 기자가 아파트 매매 가격을 묻자 마중나와 환영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기자라고 밝히자 이내 실망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이 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전월세 문의는 계속 있지만 매매를 문의하는 경우가 너무 오랜만이라…”라며 머쓱해했다.
24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시스템에 따르면 2021년 1월 9억6300만원에 거래됐던 ‘도램15단지 힐스테이트’ 전용 84㎡는 최근 11월 5억1500만원에 중개거래 됐다. 2020년11월 11억2000만원을 찍었던 다정동 ‘가온4단지e편한세상푸르지오’ 전용 84㎡ 역시 올해 12월 6억4000만원으로 절반 정도 빠진 채 거래됐다. 모두 세종시 핵심 지역과 아파트 중 하나라고 불리는 곳이다.
온라인에 올라와있는 매매가격도 하락 일색이다. 도담동의 ‘대장아파트’로 불리는 도램 15단지 힐스테이트 전용 84㎡ 매물을 살펴보면 최초 등록가 8억5000만원에서 1억원 내렸다고 표시된 매물들이 심심찮게 보인다. 같은 전용면적으로는 6억원까지도 매물이 나와있다.
해밀동의 해밀1단지마스터힐스도 59㎡ 기준으로 최초 등록가 대비 2000만~3000만원씩 떨어진 4억원 초반대 매물들이 눈에 띈다. 같은 전용면적은 지난해 2월 6억7600만원까지 거래됐다가 지난 11월엔 4억2000만원에 거래됐다.
장석천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세종시 남부지회 지회장은 “한 번 낮은 실거래가가 형성되면 그 이상으로는 손님들이 찾으려고하지 않는다”며 “아직 상가 등이 많이 들어오지 않은 해밀동이나 오송역에서 먼 새롬동, 나성동보다 BRT가 가까워 서울 투자자들의 접근이 쉬운 도담동 일대 가격이 그나마 합리적이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A 공인중개소 대표는 “매매거래 한 지가 언제인지 기억도 안 난다”면서 “9억원, 많게는 10억원까지 실거래가를 찍었던 도담동과 다정동, 새롬동 일대 아파트들이 평균 6억원대 호가로 형성돼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는 호가보다 더 저렴한 가격에도 거래가 가능하다. 다정동의 B공인중개소 관계자는 6억5000만원에 매물로 나와 있는 한 단지 내 84㎡에 대해 묻자 “더 조정이 가능할 것 같다”면서 “이 단지의 분양가가 3억원대였던 것을 감안하면 지금 5억 후반대, 6억 초반대인 것은 충분히 합리적인 가격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해당 단지 같은 전용면적의 경우 2020년 9억5000만원에서 거래된 바 있다.
세종시 도담동과 다정동, 나성동 일대 공인중개사들은 세종시 아파트 가격이 고점대비 평균 30~35% 가량 하락했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이들 사이에서 “이 정도면 충분히 떨어진 것 같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6개월~1년 전에도 세종시 부동산 시장 분위기는 좋지 않았지만,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들 입에서 아파트 값이 바닥이라는 말은 나오지 않았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이제 세종시도 내릴때까지 내렸다”는 해석이 조금씩 나오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세종시 주택 가격은 올해 들어 12월 셋째 주까지 13.65%나 떨어졌다. 그동안 큰 하락폭을 보여온 만큼 앞으로 금리가 안정된다면 가장 먼저 반등이 예상되는 지역 중 하나가 아니겠느냐는 조심스러운 기대도 나온다.
채상욱 포컴마스 대표는 “전세가의 1.7배 가격이 매매가가 되면 합리적 가격대라고 보는데, 3억원 전세가의 5억 후반대 매물은 제 가격이라고 보여진다”면서 “세종시는 내재 가치가 올라간 것이 아닌데도 작년까지 가격이 너무 심각하게 올랐는데 지금은 세종 본연의 가격대를 찾아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내년 상반기 금리 인상이 마무리되고 시장이 바닥에서 횡보하면 가장 먼저 반등할 수 있는 도시가 세종”이라면서 “입주물량이 향후 3년간 3000가구 수준에 불과한데 수요는 계속 진입하고 인구는 늘어나는 추세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지역에 따라 아직 가격 편차가 있지만 84㎡가 5억대까지 떨어졌으면 충분히 무리가 없고 실수요자 위주로는 관심을 가져도 될 수준이라고 보여진다”며 “본인만의 기준을 세우고 실거래가 등을 잘 따져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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