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버섯은 숲의 청소부

박상영 생태사진작가 2022. 12. 2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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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6월 특별한 버섯을 보기 위해 제주도 사려니숲길을 찾았습니다.

사려니숲길에서 다른 버섯을 촬영하기 위해 땅바닥에 엎드려 있었는데, 앞쪽의 솔방울에 웬 털 난 버섯이 불쑥 자라 있더라고요.

그래서 버섯애호가들은 숲속에 쓰러져 있는 고사목만 보면 가슴이 두근거릴 수밖에 없어요.

버섯 찾기는 이렇게 숲을 음미하는 일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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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섯요정의 기묘한 모험
솔방울털버섯 -봄부터 가을까지, 소나무 숲 바닥에 떨어진 솔방울들을 유심히 관찰해보면 발견할 수 있다. 박상영 제공

“이게 말로만 듣던 솔방울털버섯이구나!”

올해 6월 특별한 버섯을 보기 위해 제주도 사려니숲길을 찾았습니다. 사려니숲길에서 다른 버섯을 촬영하기 위해 땅바닥에 엎드려 있었는데, 앞쪽의 솔방울에 웬 털 난 버섯이 불쑥 자라 있더라고요. 바로 솔방울털버섯이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저처럼 버섯을 잘 찾을 수 있냐고요? 지금부터 그 비결을 알려드릴게요.

노린재포식동충하초 -동충하초 중 가장 쉽게 발견할 수 있는 버섯. 습기가 가득한 숲속의 낙엽을 자세히 관찰해 보면 작게 빠져나온 주황색 머리(자좌)를 관찰 할 수 있다. 박상영 제공

● 버섯 요정만의 버섯 발견 비기

대학교 신입생 시절 교수님과 함께 버섯을 채집하러 전북 무주의 덕유산에 간 적이 있습니다. 교수님이 갑자기 등산로 옆 계곡에서 낙엽 더미를 더듬거리시더니, 이내 무언가를 찾은 듯 손에 움켜쥐고 제게 보여주셨어요. 노린재포식동충하초였죠. 도감에서만 보았던 동충하초를 실제로 발견하다니! 형언할 수 없는 놀라움에 저는 교수님께 “이런 버섯은 어떻게 하면 잘 찾을 수 있는 거예요?”라고 여쭈어 보았습니다. 교수님의 대답은 짧고 강렬했습니다.

“네가 버섯이라면 어디에 있고 싶은지 잘 생각해 봐.”

리트머스털컵버섯 - 버섯이 없는 계절에도 축축한 활엽수 낙엽을 뒤적거리다보면 찾을 수 있고, 운이 좋다면 버섯 가장자리에 물방울이 송골송골 맺혀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박상영 제공
밤자갈버섯- 암모니아를 좋아하는 버섯 중 하나로, 주로 산짐승의 시체나 똥에서 나오는 버섯. 박상영 제공

여러분이 만약 어떤 생명체라면 어떤 환경에 있고 싶으신가요. 아마 먹을거리가 풍부하고 환경이 좋은 곳에서 살고 싶을 것입니다. 동물, 식물, 그리고 버섯을 비롯한 곰팡이까지. 살아있는 모든 생명은 더 나은 환경과 풍부한 영양원을 얻기 위해 지금도 거친 자연 속에서 고군분투하고 있습니다.

군류에 속하는 버섯은 같은 군류에 속하는 곰팡이들과 마찬가지로 어둡고 축축한 환경을 좋아합니다. 그래서 버섯애호가들은 숲속에 쓰러져 있는 고사목만 보면 가슴이 두근거릴 수밖에 없어요. 축축한 물가의 낙엽을 뒤적거리다 보면 낙엽을 분해하고 있는 아주 작은, 좁쌀 반쪽만 한 버섯들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산짐승의 똥도 주의 깊게 관찰합니다. 자갈버섯은 산짐승의 똥을 좋아해서 산짐승의 화장실에서 자주 발견되거든요. 버섯 찾기는 이렇게 숲을 음미하는 일이에요. 숲의 소리에 귀 기울이다 보면 어느새 아름다운 버섯들이 하나둘씩 눈에 띄기 시작할 거예요.

하지만 전문가 없이 혼자서 절대로 야생버섯을 채취하거나 섭취하지 마세요.

고사목에 피어있는 버섯 -갈색눈물버섯속의 한 종류로 추정되는 버섯. 필자는 매년 같은 자리에서 발견했다. 박상영 제공

●숲속의 고요한 청소부, 야생 버섯

야생 버섯은 썩어가는 나무, 부엽토, 나뭇잎 또는 나뭇가지, 똥과 같은 자연 속의 찌꺼기인 부산물을 분해하면서 영양분을 섭취합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버섯은 숲속에 있는 나뭇잎과 나무들을 비롯한 여러 유기물질이 다시 흙으로 돌아가게 만들며 생태계를 순환시키는 역할을 담당하죠. 버섯이 없었다면 숲은 나뭇잎과 죽은 나무로 가득 차 있었을 거예요. 그래서 버섯을 두고 생태계의 분해자 또는 환원자라는 표현을 해요. 이런 역할을 하는 버섯들을 ‘부생균’이라고 합니다.

벌집구멍장이버섯 - 주름살 대신 벌집같은 관공 형태를 갖추고 있다. 지난 초여름 제주도의 고사목에서 발견했다. 박상영 제공
먹물버섯 - 5월부터 여름까지 공원의 잔디밭이나 유기질이 많은 토양에서 홀로 또는 무리지어 발생하는 버섯. 버섯이 성장할 수록 갓이 딸려 올라가면서 먹물같은 검은색 액체로 녹아내린다. 박상영 제공

더욱 흥미로운 건 버섯이 환원자 역할만 하는 건 아니란 사실이에요. 어떤 버섯들은 나무가 더욱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직접적인 도움을 주기도 합니다. 그 도움의 대가로 버섯은 나무로부터 영양분을 얻죠. 나무와 버섯은 서로를 돕는 상리 공생 관계예요. 이런 버섯을 ‘공생균’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버섯에는 공생균뿐만 아니라 생물에 기생하며 영양분을 가로채는 무시무시한 ‘기생균’도 있지요. 버섯의 세계는 부생균, 공생균, 기생균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버섯. 아름답고 귀여운데 숲속에서 중요한 역할까지 담당한다니, 이 얼마나 기특한 녀석들인가요? 이번 시간에는 숲의 청소부 역할을 하는 부생균에 대해서 알아봤는데요. 다음 시간엔 공생균과 기생균에 대해서도 자세히 알려드릴게요!

※필자소개

박상영 생태사진작가. 어린이 과학동아 '버섯요정의 기묘한 모험'을 연재중이다. 

※관련기사

어린이과학동아 12월 15일, 버섯 요정의 기묘한 모험 / 숲속의 보이지 않는 조그만 일꾼들

박상영 제공

[박상영 생태사진작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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