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차기 앞두고 좌절된 승격... "멘붕에 잠도 못자"[이우형 감독 인터뷰②]

김성수 기자 2022. 12. 24. 06: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안양=스포츠한국 김성수 기자] FC안양의 창단 10년째였던 2022시즌. 창단 이래 K리그1 승격과 가장 가까이 닿았던 해지만 바로 그 문턱에서 손을 맞잡지 못하고 멀어졌다. 하지만 그 어느 때보다도 치열하게 싸웠던 시즌이기도 했다.

스포츠한국은 경기도 안양종합운동장에서 이우형(56) 안양 감독을 만나 2022시즌을 돌아보는 인터뷰를 했다. 안양이 한 해 동안 걸어온 발자취를 되짚어보고 2022시즌을 정리하는 기사를 3회에 걸쳐 게재한다.

'10G 2승→15G 무패', 안양의 물줄기를 바꾼 사령탑의 다짐[이우형 감독 인터뷰①]
승부차기 앞두고 좌절된 승격... "멘붕에 잠도 못자"[이우형 감독 인터뷰②]
누구보다 안양을 아끼는 그의 간절한 꿈, 그리고 가족[이우형 감독 인터뷰③]

FC안양 이우형 감독. ⓒ프로축구연맹

▶안양 구단 역사상 가장 가까워진 '승격'

2022시즌 K리그2 3위 안양은 K리그2 플레이오프에서 준PO 승자 경남FC를 제치고 K리그1 10위팀과 맞붙는 K리그 승강 PO에 도달한다. 홈&어웨이 방식으로 1, 2차전을 치르고 두 경기의 점수를 합산해 승부를 가리는 승강 PO. 구단 역사상 승격과 가장 가까워진 안양이 마주할 상대는 '오리지날 클라시코' 라이벌 수원 삼성이었다.

그리고 맞대결이 있기 한참 전부터 이우형 감독의 머릿속에는 이미 수원에 대한 생각이 가득했다.

"물론 안양이 역사상 처음으로 승강 PO에 올라갔다고 하지만 사실 그건 별로 마음에 와닿지 않았다. 어떻게든 여기서 수원을 잡고 올라가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선수들도 이번이 기회라고 생각하고 평소처럼 철저하게 경기를 준비하는 분위기였다. 어차피 안양이 3위가 될 거라고 어느 정도 생각을 하고 있었고 코칭스태프에게도 분명히 수원을 만날 거라고 얘기했다. 그래서 수원의 경기를 직접 보기도 하고 전력 분석관도 추가로 고용해서 수원 경기만 따로 분석했다. 오현규와 안병준의 투톱 공격력을 최소화하고 이기제, 김태환 등 수비 전환이 빠르지 않은 수원 양쪽 풀백의 뒷공간을 노려 크로스를 통한 득점을 하고자 했다"고 홈에서 열렸던 승강 PO 1차전 전략에 대해 밝혔다.

홈팬들 앞에서 열리는 승격을 건 경기, 상대의 뒷공간 약점과 같은 요소는 안양이 초반부터 공세적으로 나올 명분이 돼줬다. 안양과 수원은 경기장 전지역에서 몸싸움을 아끼지 않았고 선수들 간의 신경전도 적잖이 발생했다. 하지만 치열했던 경기에도 불구하고 1차전 결과는 0-0 무승부. 이제 모든 건 수원에서 열리는 2차전에 달려있었다.

ⓒ프로축구연맹

▶손에 닿는 듯했던 꿈, 그러나...

이기는 팀은 2023시즌 K리그1으로 가게 되는 승강 PO 2차전에서 수원이 전반 16분 안병준의 헤더골로 1-0 리드를 잡는다. 하지만 안양도 후반 9분 아코스티의 헤더골로 균형을 맞췄고 후반 21분에는 안양 골키퍼 정민기가 수원 미드필더 사리치의 페널티킥까지 막아냈다. 이후 경기 분위기를 완전히 가져온 안양은 이날 중 가장 압도적인 기세로 수원을 몰아붙였다. 승격을 위한 단 한 골이 터진다면 바로 이 흐름에서 나올 가능성이 가장 커보였다.

하지만 당시 선수들을 바라보는 이우형 감독의 시선에는 많은 걱정이 담겨있었다. 그는 "다들 전반부터 나가서 싸우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더라. 하지만 체력적인 부분과 잔부상 때문에 연장전까지 가면 힘들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90분 안에 흐름을 가져왔을 때 승부를 내야겠다고 다짐했지만 벤치에서 선수들의 체력이 한계를 향해 가는 걸 실시간으로 보면서 역부족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사실 감독이 이런 걱정을 하면 안 되는데 연장전에서 선수들이 과연 어디까지 버텨줄 수 있을까 싶었다. 그럼에도 끝까지 버티는 걸보며 승부차기까지는 가봤으면 하는 마음이 들더라"고 전했다.

안양 선수들은 체력 저하에도 연장전 수원의 공세를 육탄 방어로 막아냈다. 뚫릴 듯 뚫리지 않는 안양의 방패. 그렇게 두 팀의 운명은 승부차기로 가는 듯했다.

하지만 그렇게 끝나는가 싶던 연장 후반 15분. 안양 박스 왼쪽에서 수원 마나부가 크로스를 올렸고 오현규가 헤딩을 한 번 한 이후 다시 안양 주장 백동규와의 몸싸움을 이기고 헤딩 결승골을 넣었다. 이 골로 수원은 기적 같은 잔류에 성공하게 됐다. 반대로 말해 안양의 승격은 승부차기를 목전에 두고 다시 한번 좌절된 것이었다.

단 1분을 버티지 못한 것이 통탄하고 어쩌면 억울할 수도 있는 안양이었다. 하지만 당시 이 감독의 감정은 억울함과는 거리가 있었다.

"예를 들어 오심에 의해서 졌다면 그건 진짜 억울한 거다. 하지만 당시에는 '안양은 여기까지인가. 도저히 안 되는 건가'하는 한숨과 탄식이 나올 뿐이었다. 아주 극소수의 팬들이나 관계자들은 그래도 2022시즌에 승강 PO까지 간 것 자체는 잘했다고는 얘기하지만 내 자신은 받아들이기 힘들더라. 그런 기회가 다시 온다는 보장도 없고 마침표를 찍었으면 하는 바람이었는데 그러지 못하다 보니 시즌이 끝나고 나서도 거의 2~3주 정도는 '멘붕'이 왔다. 자다가도 생각하면 벌떡벌떡 깼다. 개인적으로 아픔이 큰 2022시즌 마무리였다"고 얘기했다.

승부차기까지 갔다면 정말 몰랐을 승부. 하지만 그마저도 허락되지 않은 채 또다시 '승격'이라는 단어를 떠나보내야 했던 상황은 이 감독을 밤낮으로 괴롭혔다.

ⓒ프로축구연맹

-3편에서 계속

 

스포츠한국 김성수 기자 holywater@sportshankook.co.kr

Copyright © 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