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화마 피할 수 있도록 고려인동포에 손 내민 광주공동체

최성국 기자 2022. 12. 2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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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전남 10대뉴스]⑦러시아-우크라 전쟁 피란민 입국지원
전쟁 발발 10개월간 7억8000만원 모금…861명 항공권 지원

[편집자주] 새해 벽두 발생한 광주 서구 화정동 아이파크 붕괴사고, 단란했던 초등학생 조유나양 가족의 실종사건, 핼러윈데이 서울 이태원참사는 대한민국 사회를 온통 충격에 빠뜨렸다. 5·18 정신적 손해배상, 지속되는 극한 가뭄, 광주 복합쇼핑몰 유치경쟁 역시 지역사회서 주목되는 주요 이슈였다. 3월 대통령선거에 이은 지방선거에서의 정치권력 교체, 누리호 발사 성공,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피란민 입국 지원, 대동고 시험지 유출사건도 화제를 모았다. <뉴스1 광주전남취재본부>는 올 한 해 광주·전남을 뜨겁게 달군 주요 10대 뉴스를 선정해 5일에 걸쳐 나눠 싣는다.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에서 국내 거주 중인 고려인 동포 최다사(오른쪽)씨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피란길에 오른 어머니 로자씨와 대화하고 있다. 이날 입국한 고려인 46명은 우크라이나 오뎃사와 헤르손에 거주하던 동포로 우크라이나 침공을 피해 가방하나와 신분증만 겨우 챙겨 피란길에 올랐다. 2022.5.12/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광주=뉴스1) 최성국 기자 = 2월24일 전 세계인을 충격에 몰아놓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전쟁. 10개월 넘게 이어지고 있는 전쟁에 우크라이나에서는 피난민과 사상자가 여전히 속출하고 있다.

광주 시민사회는 전쟁에 의한 피난민을 외면하지 않았다. 러시아의 침공을 규탄한 광주 시민사회는 모국을 떠나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등지에 자리잡고 있는 고려인 동포들을 돕기 위해 두팔을 걷어붙였다.

일반 시민들은 물론 기업과 시민단체들은 전쟁 발발 직후 우크라이나 피난민의 광주 고려인마을 국내 귀환을 돕기 위한 모금 운동을 펼치기 시작했다.

일제강점기 때 소련으로 강제 이주 당한 고려인들이 소련 붕괴로 부모나 조상의 고향인 한반도로 돌아오게 됐고, 이들은 광산구 고려인마을과 안산 단원구 땟골마을에 집중적으로 모여 살며 고려인마을을 이루고 있다.

성금 모금을 통해 항공권 지원을 받은 고려인 동포들은 루마니아, 몰도바, 체코 프라하, 폴란드, 바르샤바 등지에서 인천국제공항으로 오는 항공편에 탑승할 수 있었다.

지난 3월 남아니타양(10·여)과 최마르크군(14)에 대한 항공권 지원 입국을 시작으로 같은달 29일 루마니아에서 출발한 17명, 30일 12명, 4월6월 15명, 4월7일 14명, 5월 11일 46명 등 한달에 100여명이 전쟁의 화마를 피할 수 있었다.

지난 10개월 간 진행된 모금액은 총 7억8381만원에 달했고, 이를 통해 고려인마을에 정착한 고려인동포의 수만 하더라도 이달 22일 기준 861명에 이른다.

이천영 고려인마을 공동대표는 "현재도 일주일에 10여명의 고려인동포들로부터 항공권 지원 요청이 들어오고 있다"며 "올해말부터 내년 상반기까지 200여명의 동포들이 추가로 국내 입국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지역사회의 도움은 단순히 고려인동포에 대한 항공권 지원에 그치지 않았다.

지역사회는 고려인마을에 안착한 전쟁난민 동포들에게 생활비와 침구류, 쌀, 주방용품 등 지원물품을 배분하고 각 가정에 원룸 임대 보증금 200만원과 두달치 임차료를 지원하기도 했다.

또 고려인마을은 전쟁난민 자녀들을 대상으로 한국어교육, 사회문화교육 등 긴급돌봄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학교 편입학 서류를 갖출 수 있도록 통번역 지원도 이어가고 있다.

일가족 6명과 함께 광주에 온 김세르게이씨(42)는 "이제 전쟁의 아픔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어 기쁘다"면서 "조상의 땅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항공권과 쉼터 등 필요물품을 지원해 준 따뜻한 동포애에 눈물이 난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를 탈출해 광주에 도착하는 동포들은 '긴급 쉼터'에 2~5주간 머물며 광주출입국을 방문해 외국인등록을 위한 절차를 밟는다.

더욱이 이들은 한국어를 구사하는 데 어려움을 겪어 쉼터를 통해 일자리 소개를 받는다. 지속적인 피난민 유입으로 쉼터 수용시설은 포화상태에 도달한 만큼 수용시설 확충과 항공권 추가 지원을 위한 후원이 절실하다.

이천영 대표는 "전쟁의 화마를 피해 광주에 정착할 수 있도록 관심을 가지고 후원에 앞장선 광주시민들에게 감사하다"면서 "아직도 도움의 손길을 애타게 기다리는 동포들이 많다. 피난민에 대한 많은 시민들의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star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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