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中 비밀경찰서는 주권 침해, 민주주의 위협”

김은중 기자 2022. 12. 24.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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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혹 폭로한 인권운동가 하르스 인터뷰
”한국도 주권 수호 목소리 내야”
”中, 세계 곳곳서 반대인사 탄압 눈에 띄게 늘어”
국내거점 논란 식당 돌연 폐업
중국의 비밀 경찰서 운영 의혹을 폭로한 국제인권단체 '세이프가드 디펜더스'의 로라 하르스 캠페인 부문 총괄. /페이스북

중국이 ‘비밀 경찰서’를 전 세계에서 운영 중이라는 의혹을 폭로한 국제인권단체 ‘세이프가드 디펜더스’의 로라 하르스(Laura Harth·37) 캠페인 대표는 22일 “중국 공산당에 순응하는 세계 질서를 만들기 위한 중국의 초국가적 탄압(transnational repression)이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며 “한국 등 민주주의 국가들이 연대해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하르스 대표는 이날 본지 전화 인터뷰에서 “비밀 경찰서는 주재국의 주권 침해일 뿐 아니라 민주주의와 근본적 자유에 대한 도전”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비정부단체(NGO)인 ‘세이프가드 디펜더스’는 최근 한국을 포함한 53국에 주재국 허가를 받지 않은 비밀경찰 조직이 100개 이상 있다는 의혹을 구체적으로 제기했다. 네덜란드, 아일랜드 등은 중국 비밀 경찰서의 존재를 확인하고 폐쇄 조치를 내렸다.

하르스 대표는 “중국 공산당이 인권, 자유, 민주 같은 보편적 가치와 여기에 기반한 국제 질서를 자신들 입맛에 맞도록 바꾸려 한다”며 “비밀 경찰서는 빙산의 일각일 뿐”이라고 했다. 이어 “(비밀 경찰서뿐 아니라) 각국의 정치, 경제, 문화 등에 깊숙이 침투해 의사 결정에 영향을 미치고 민주주의 투명성을 저해하려는 (중국) 네트워크 전체를 봐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 정부가 실태 조사에 착수한 것에 대해서는 “참여를 환영하고 모든 조력을 제공할 용의가 있다”며 “한국이 민주주의 국가들과 연대해 가치 수호 목소리를 내달라”고 했다.

이런 가운데 우리 방첩 당국이 조사 중인 서울 강남권의 한 중식당이 이달 31일을 끝으로 폐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이 식당은 인테리어 공사를 이유로 내년 1월 한 달간 임시 휴무를 한다고 공지했는데 논란 이후 돌연 폐업을 선언한 것이다. 23일 이 식당 입구에는 ‘예약 손님만 받는다’는 안내문이 걸렸다.

◇ “中 비밀 경찰은 중국식 가치 퍼뜨리려 만든 것”

최근 국제인권단체 ‘세이프가드 디펜더스’는 중국이 해외 53국에 102개의 ‘비밀경찰서’를 개설했다고 폭로하면서 캐나다 토론토의 한 편의점(왼쪽)을 그중 하나로 지목했다. 중국 공안은 비밀경찰서를 거점으로 해외에 체류하는 중국인을 감시하고 해외로 도피한 반체제 인사를 검거하는 활동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AP 연합뉴스

스페인 마드리드에 본부를 둔 국제 인권 단체 ‘세이프가드 디펜더스’의 중국 비밀 경찰서 관련 폭로가 세계 주요국을 뒤흔들고 있다. 올해 9월 첫 보고서가 발간된 후 미국, 일본, 유럽연합(EU) 등 10국 이상에서 실태 조사가 시작됐고 네덜란드, 체코 등에선 이미 폐쇄 명령이 내려졌다. 이탈리아 출신 인권 운동가이자 조직 내 2인자인 로라 하르스(37) 캠페인 대표는 22일 본지 인터뷰에서 “중국식 가치를 만방에 전파하려는 공산당의 의도와도 맞물려 있다”며 “한국을 비롯한 민주주의 국가들이 연대해 주권 침해에 항의하고 가치 수호에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했다.

세이프가드 디펜더스는 중국이 해외에서 고용한 ‘협력관(liaison)’이 반체제 인사를 회유해 송환하고, 정보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비밀 경찰서가 해외 거점으로 활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르스 대표는 “세계 곳곳에서 반중 인사들에 대한 중국의 탄압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며 “위협을 통해 침묵시키거나 포섭 대상이 중국으로 돌아갈 때까지 공포를 부추긴다”고 했다. “처음엔 전화 한 통으로 시작하겠지만 본토에 있는 가족을 들먹이고 비밀 요원이 함정을 팔 수도 있다”고도 했다.

이런 시도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17년 10월 “중화 민족의 꿈을 실현하자”며 선포한 이른바 ‘신(新)시대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와 관련이 있다고 이 단체는 주장한다. 세계 곳곳의 비밀 경찰서도 2017년을 전후한 시기에 집중적으로 만들어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중국에 우호적이고 순응하는 글로벌 환경을 만들겠다는 목표 아래 서방국가들이 주창해온 자유, 민주, 인권 등 보편적 가치와 국제 질서를 싸워야 할 적으로 규정하고 있다”고 했다.

하르스 대표는 “비밀 경찰서는 하나의 상징이고 빙산의 일각일 뿐”이라며 “이미 사회 각 분야에 대한 중국의 침투가 이뤄져 의사 결정 과정에 영향을 미치고 민주주의 투명성도 해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중국의 이웃 국가인 한국이 인권 문제를 제기했을 때 경제 보복 등 부당한 일을 당할 수도 있다는 어려움은 이해한다”면서 “이는 국내 문제(domestic issue)”라고 했다. 실제 한국은 공산당 직속 교육 기관인 공자학원(孔子學院)이 아시아에서 제일 많고, 외국인도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지방선거에서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어 ‘중국 침투’에 상대적으로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 “민주주의 국가 연대하면 中 보복해도 제 발등 찍을 것”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이 22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정례 브리핑에서 답변을 하고 있다. /뉴스1

하르스 대표는 “한국처럼 국제 규범을 존중하고 준수하는 국가들이 연대해 단합된 목소리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모든 민주주의 국가가 협력해 단일 행동을 한다면 중국이 여기에 대응하기 힘들고 경제 보복을 하더라도 제 발등을 찍는 결과가 될 것”이라며 “함께할수록 더 강해진다”고 했다. 유럽연합(EU) 입법부 역할을 하는 EU의회는 하르스 대표 등의 노력으로 회원국 간 협력을 촉구하는 결의안 등을 채택한 상태다. 우리 외교부는 “먼저 사실관계 등이 파악돼야 할 것”이란 입장이다.

하르스 대표는 ‘비밀 경찰서는 존재하지 않고 재외 중국인을 위한 서비스 센터에 불과하다’는 중국 측 주장에 대해서는 “주재국 동의가 없는 행위는 모두 불법”이라고 했다. 또 보고서 준비 과정에서 “인터넷에 공개된 자료와 중국 당국이 발간한 자료들을 참고했다”며 “중국이 내놓은 정보에 기초해 조사를 벌인 것”이라고 했다. 그는 “폭로 이후 소셜미디어(SNS)와 플랫폼에서 방대한 양의 가짜 뉴스(disinformation)들이 살포되고 있어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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