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인계 넣었다"…'젠틀맨' 주지훈, 데뷔 17년차 언제 이렇게 똑똑해졌나(종합) [인터뷰]

김보라 2022. 12. 24. 0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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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김보라 기자] “치정 멜로 잘할 수 있어.”

배우 주지훈(41)은 23일 오후 서울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로코도 잘할 수 있지만 요즘 후배들의 연기력이 상향 평준화됐고, (비주얼이) 너무 아름다운 후배들이 많다. 로코는 저보다 선호도가 있는 배우들을 쓰실 거 같다”고 이같이 말하며 웃었다.

주지훈의 신작 영화 ‘젠틀맨’(감독 김경원, 제작 트릭스터, 공동제작 에이치앤드엔터테인먼트, 배급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콘텐츠웨이브)은 성공률 100% 흥신소 사장 지현수가 실종된 의뢰인을 찾기 위해 검사 행세를 하며 불법, 합법 따지지 않고 나쁜 놈들을 쫓는 범죄 오락 영화.

주지훈이 흥신소 사장 지현수를, 박성웅이 대형 로펌 변호사 권도훈을, 최성은이 좌천된 독종 검사 김화진을 연기했다.

코로나 팬데믹 시기에 ‘하이에나’(2020), ‘킹덤2’(2020), ‘지리산’(2021) 등의 드라마로 시청자들을 만나 온 주지훈은 영화 ‘암수살인’(감독 김태균) 이후 4년 만에 스크린 컴백하게 됐다. 이날 그는 “그동안 저는 영화 ‘피랍’과 ‘사일런스’를 찍고 있었다”라고 근황을 전했다.

그는 올 여름 개봉해 흥행에 성공한 영화 ‘헌트’(감독 이정재)에서 안기부 직원으로 카메오 출연해 팬들에게 반가움을 안기기도. “요즘에 가장 재미있게 본 영화는 ‘헌트’다. 제가 나오기도 했다”라며 “근데 저는 아직까지 연출할 마음이 전혀 없다. 그 많은 십자가를 짊어질 준비가 돼 있지 않다”고 감독의 영역에 선을 그었다.

주지훈이 신작 ‘젠틀맨’에서 일명 ‘흥신소’ 사장으로 변신한 가운데 정의롭고 의로운 기존의 착한 영웅적 이미지를 탈피했다. 직업 고하를 떠나 누구나 정의로운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줌과 동시에, 겉모습이 훈훈하고 몸매가 좋은 흥신소 사장도 있을 수 있다는 개성 강한 캐릭터의 활보를 넓힌 것이다.

이날 주지훈은 “영화는 감독의 시선이다. 주제가 무거워서 무겁게 풀 수도 있는데, 김 감독님은 그렇게 풀지 않았다. 감독님이 시나리오부터 (배경)음악을 다 적어넣으셨는데 그게 흔한 일은 아니다. 시나리오를 읽으며 음악을 들었고, 촬영 전부터 어떻게 풀어가실지 금방 이해가 갔다”고 김경원 감독의 의도를 정확히 파악했다고 전했다.

검사 출신 로펌 대표 권도훈 역을 맡은 박성웅(50)은 주지훈의 제안으로 출연을 수락했다. “영화 ‘공작’ 때 박성웅 형이 우정 출연을 해주셨다. 근데 생각해 보니 저희가 길게 호흡을 맞춘 건 처음이다. 워낙 결이 잘 맞으니까 연기 호흡도 잘 맞더라.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웃음)”이라고 애정을 드러냈다.

‘젠틀맨’은 흥신소 사장 지현수를 연기한 주지훈의 역할이 가장 중요한 작품이다. 그의 등장부터 퇴장까지 움직임 하나에도 멋진 사연이 묻어있기 때문이다.

“감독님이 처음부터 저를 놓고 시나리오를 쓰셨다고 하니…지현수 캐릭터에 약간의 미인계(美人計)를 넣으신 거 같다. 현수는 술 접대도 하고 사람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간다. 삼겹살에, 소주를 마시지만 운동을 자주 하는 사람이다. 저는 좀 ‘쥬시’(juicy)하고 손이 갔으면 좋겠다 싶었다. 지현수는 괜시리 어깨동무도 하고 싶은 사람이다. 이성적으로도 접근하기 어렵지 않은 인물을 만들고 싶었다.”

주지훈은 과거와 현재를 복잡하게 넘나드는 지현수의 서사를 정확히 파악했고, 완전히 계산된 연기를 보여줬다. 팬이 아니어도 오차 없는 슈트핏과 얌체 같이 녹여낸 멋짐에 빠져들게 될지도 모른다. 확실히 예전보다 연기함에 있어서 똑똑해졌다는 게 느껴졌다.

이어 주지훈은 “저는 이야기가 어떻게 넘어가느냐가 중요하기 때문에 처음에 대본을 볼 때는 심각하게 보지 않고 일단 훑어본다”면서 “시나리오를 쓴 작가님, 연출하시는 감독님이 말씀해 주시는 게 가장 정확하기 때문에 저는 그들과 자주 만나서 의도를 파악한다”고 자신만의 캐릭터 소화 방법을 전했다. 자신의 해석으로 만드는 부분도 있지만 연출자의 의도를 반영하는 걸 선호한다고.

주지훈은 이번 작품에서 박성웅 못지않게 강아지와 많은 연기 호흡을 펼쳤다. “제가 강아지 알레르기가 있다. 만지는 건 괜찮은데 강아지가 얼굴 부위를 핥으면 발진이 난다. 핥으니까 얼굴이 빨갛게 올라오는 게 보이더라. 이번 작품에서는 계약을 했으니까 안 할 수 없었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강아지의 열연에 감사하다는 그는 “그 친구 덕분에 촬영이 일찍 끝났다. 동물은 소통이 힘든데 말을 잘 알아들어서. 갑자기 조기 퇴근하면 너무 좋지 않나. 너무 행복한 나날이었다.(미소) ‘빨리’ ‘멈춰’ 등 이런 말을 잘 알아들어서 촬영이 쉽게 진행됐다. 제가 강아지보다 못한 배우가 될까 봐 걱정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2006년 드라마 ‘궁’으로 연기 활동을 시작한 그는 햇수로 데뷔 17년차를 맞이하며 선역과 악역, 긍정할 수 있는 인물과 그렇지 못한 인물을 오가며 여러 갈래로 나뉘었다. 연기로 표현할 수 있는 캐릭터가 많아졌다는 뜻이다.

이날 주지훈은 “배우는 선택받는 직업이다. 수많은 배우들이 자신의 역량을 넓히기 위해 노력한다. 스타가 되든, 배우에게 어떤 이미지가 구축되든 작품은 들어온다. 그럼에도 배우 본인이 준비한 걸 펼쳐 볼 수 있는 기회가 많지는 않다. 연습이 돼 있고 내가 할 수 있는데도 말이다. 그런 와중에도 (어떤 작품이 큰 사랑을 받는다는 건) 굉장히 감사한 일이다”라고 말했다.

주지훈은 현재 새 드라마 ‘지배종’(극본 이수연)의 촬영에 임하고 있다.

“‘지배종’은 내년까지 촬영할 거 같다. 액션과 감정연기 모두 고난이도다. 저와 상대 배우들이 모두 다치지 않고 무사히 촬영을 마쳤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젠틀맨’은 오는 12월 28일 극장 개봉 예정이다.

/ purplish@osen.co.kr

[사진] 콘텐츠웨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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