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용두사미 반도체 감세, 기재부도 반대했다니 도대체 어찌된 일인가
반도체 시설 투자에 대한 대기업의 세액 공제율을 현행 6%에서 8%로 높이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이 여야 합의로 국회를 통과했다. 여당의 ‘20% 공제’ 원안에서 대폭 후퇴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정책 의지에 부합해 국민의힘은 반도체 특위까지 구성해 산업계와 전문가 의견을 수렴한 뒤 대기업 20%, 중견·중소기업은 25~30%씩 세액 공제 해주는 개정안을 제출했다. 하지만 “초부자 감세”라는 야당 반대로 4개월간 표류한 끝에 대기업만 공제폭을 2%포인트 확대하고 중견·중소기업은 현행대로 8~16%를 유지하는 것으로 결론났다. 반도체 산업 육성을 최우선 국정 과제로 제시한 윤 정부의 전략이 용두사미가 돼버렸다.
미국은 반도체 공장을 자국에 유치하기 위해 반도체 투자의 25%를 세금에서 빼주는 반도체 지원법을 지난 8월 통과시켰다. ‘반도체 굴기’에 총력전인 중국의 공제율은 무려 100%다. 그런데 반도체 한 품목이 국가 경제를 먹여 살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한국은 8%만 공제해주겠다고 한다. 게다가 행정·규제완화 혜택을 담은 반도체특별법에선 업계의 핵심 요청 사항인 ‘수도권 대학 반도체 학과 증원’이 빠져 버렸다. 세제 혜택을 덜 주고, 인력 충원은 발목 잡으면서 다른 나라들과 싸워 이기라는 것이다. 오죽했으면 반도체특위 위원장을 맡아 지원책을 주도한 무소속 양향자 의원이 “차라리 (법안을) 부결시켜달라”고 호소했겠나.
더 기가 막힌 것은 세액 공제율이 8%에 그친 데엔 기획재정부의 세수 감소 우려 탓이 컸다는 점이다. 국가 예산을 총괄하는 기재부는 여당안대로 20% 세액 공제를 해주면 법인세 세수가 2조7000억원 줄어든다며 사실상 반대했다고 한다. 야당 반대도 있었지만 기재부마저 소극적 입장을 취하는 바람에 인상 폭이 2%포인트에 그쳐, 올리는 시늉만 하는 것으로 타결됐다. 윤 대통령은 “반도체는 국가 안보 자산이자 산업의 핵심“이라면서 총력 지원 입장을 밝혔는데 기재부는 뒤에서 발목을 잡은 꼴이다. 당정이 따로 놀고, 대통령실과 기재부의 입장도 어긋나는 일이 벌어졌다.
반도체 세금을 깎아주면 세수 감소가 우려된다는 기재부 논리는 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감세 기조와도 모순된다. 윤 정부는 기업 세금을 깎아주면 투자와 일자리가 늘어나 경제가 활성화되고 중장기적으로는 세수도 증가하는 선순환이 생긴다고 말해왔다. 법인세율 3%포인트 인하는 기재부가 만들어 국회에 제출한 법안이기도 하다. 그렇게 법인세를 인하해야 투자가 살아난다던 기재부가 반도체 투자 지원에는 세수 부족을 우려하니 도무지 앞뒤가 맞질 않는다. 각 부처 정책을 총괄 조율하는 대통령실의 조정 기능이 제대로 작동했는지조차 의심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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