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재판 거래 수사 방치, 그사이 변호사 등록한 권순일
대한변협 등록심사위원회가 화천대유 고문을 지낸 권순일 전 대법관의 변호사 등록 신청을 수용했다. 지난 9월 변협은 권 전 대법관에게 두 차례 자진 철회를 요구했었다. 그래도 철회하지 않자 외부 인사로 구성된 심사위원회를 연 끝에 변호사법이 정한 거부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변호사 자격을 의심할 만한 의혹이 있으나 법 규정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신청을 수용했다는 것이다.
화천대유는 대장동 사건의 핵심 김만배씨가 소유한 부동산 투기 회사다. 분양 특혜를 통해 5000여 억원의 이익을 얻었고, 그 상당액이 인허가를 위한 불법 로비 자금으로 사용됐다는 의심을 받는다. 김씨와의 특별한 인연이 아니라면 대법관 출신이 들어갈 만한 회사가 아니다. 권 전 대법관은 대법관 퇴임 직후 김만배씨에 의해 화천대유에 영입돼 대장동 의혹이 알려질 때까지 11개월 동안 월 1350만원을 받고 고문으로 일했다.
권 전 대법관은 변협 의견서에서 화천대유 재직 당시 언론사 인수 건에 대해 경영 자문을 받았다고 한다. 자신은 위법적인 대장동 개발 사업과 관련이 없고 법률 자문이 아니었기 때문에 변호사법을 위반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대장동 개발 회사에 들어가 대장동 관련 일을 하지 않으면서 적지 않은 고문료를 받았다는 주장을 믿을 사람이 누가 있겠나.
김만배씨는 권 대법관 재임 시절 1년여 동안 8차례 대법원을 찾아가 방문지를 ‘권순일 대법관실’로 적었다. 이 시기 대법원이 이재명 당시 경기지사의 선거법 위반 판결을 유죄에서 무죄로 뒤집었다. 권 전 대법관은 이 판결에 큰 영향을 끼쳤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이 때문에 권 전 대법관은 뇌물 수수, 변호사법, 공직자윤리법 위반 혐의로 수사를 받는 중이다. 이 의혹이 해소될 때까지 변호사 등록을 스스로 미루는 것이 법조인의 자세다.
하지만 근본 원인은 검찰과 경찰의 지지부진한 수사에 있다. 김만배씨가 권 전 대법관에게 이 지사 무죄 청탁을 했다는 남욱씨의 증언이 작년 10월 나왔지만 문재인 정권 당시 검경은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다. 정권 교체 이후에도 수사는 진척되지 않고 있다. 대법원의 장벽 안에서 사실상 방치된 것이다. 권 전 대법관의 변호사 등록은 한국의 사법 정의를 비웃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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