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정부 탓에 반도체법 후퇴” 기재부 “R&D 공제는 40%”
반도체 투자에 대한 세액공제율이 예상보다 낮아진 8%로 여야 합의가 이뤄지면서 공제율이 낮아진 것을 두고 여당과 기획재정부 간에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여당 의원입법인 20%(대기업 기준)는 물론이고,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주장한 10%보다도 낮아졌기 때문이다.
여당에서는 “세수가 줄 것을 우려한 기획재정부의 반대가 커서 결과적으로 지나치게 후퇴했다”는 불만이 나온다. 반도체 각축을 벌이는 대만이나 미국 등에 비해 세제 혜택이 부족하다는 주장이다.
기재부는 “(20%로 할 경우) 세수 감소가 2023~2024년 연 2조5000억원 수준이고, 2025년부터는 연 5조원에 달하는 점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면서 “대만 등 경쟁국보다 반도체 관련 세액공제가 많은 실정이다”라고 반박하고 있다.
◇“반도체 지원 경쟁에서 한국은 완패 길로 가고 있다”
23일 국민의힘 반도체특별위원장인 무소속 양향자 의원은 “K-칩스법(반도체특별법)이 반쪽짜리가 됐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양 의원은 “반도체 투자 세액공제에 관한 글로벌 스탠더드(국제 표준)는 25%로 미국 25%, 대만 25%, 중국은 100%”라며 “한국이 8%로 경쟁력이 있겠느냐. 글로벌 반도체 지원 경쟁에서 한국은 완패의 길로 가고 있다”고 했다. 이어 “벌써 미국으로 빠져나간 투자금만 300조원에 달한다. 코리아 엑소더스 규모는 이제 더 커질 것”이라고 했다.
양 의원은 지난 8월 국민의힘 반도체특별위원장 자격으로 반도체 투자에 대해 대기업 20%, 중견기업 25%의 세액공제를 제공하는 내용의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반도체 경쟁국과 비슷한 수준의 세제 지원을 해주자는 것이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 성일종 정책위의장도 법안에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심의 과정에서 기재부는 “양 의원 안으로 세액 공제를 확대하면 법인세 세수가 2023년 2조6970억원이 감소할 것”이라며 사실상 반대했다.
기재위 여당 간사인 류성걸 의원은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여당 의원입법의 공제율이) 과도하다는 행정부의 부정적 의견이 있었다”며 “여야 간 협의를 통해 정부안으로 정했다”고 했다.
양 의원이 함께 발의했던 또 다른 반도체특별법인 ‘첨단산업특별법’은 지난 15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를 통과했지만 아직 본회의에 오르지 못했다. 공장 인허가를 간소화하는 내용이다. 하지만 논의 과정에서 ‘수도권 대학 정원 규제와 무관하게 반도체학과를 증원할 수 있다’는 내용의 조항이 “지방을 소외시킨다”는 의원들의 반대로 제외되면서 핵심 내용이 법안에 빠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도체 세액공제율 이미 대만보다 높다”
기재부가 반도체 투자에 대한 세액공제율 축소를 주장한 것은 2025년부터 연 5조원의 세수 감소가 예상된다는 점이 가장 큰 이유다. 내년 예상 국세 수입(400조5000억원)의 1.3%다. 기재부 관계자는 “바이오, 원전, 2차 전지 등을 지원하고 취약 계층 지원 확대 등에도 재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기재부는 “여당 의원이 잘못 알고 있는 점들이 많다”고 했다. 세제 지원이 경쟁국들에 뒤지지 않고, 일부 앞서기도 했다는 것이다. 대만이 최근 세액공제율을 25%로 인상해 발의한 산업혁신법은 연구·개발(R&D) 투자 기준인데, 한국은 이미 40%(대기업 기준)를 적용하고 있다는 것 등이다.
기재부에 따르면 여야가 합의한 8%는 공장 등 시설 투자에 대한 것으로 같은 기준의 대만 공제율은 5%다. 일본은 아직 반도체 시설투자 세액공제를 도입하지 않았다.
미국은 지난 8월 반도체 투자세액공제 25%를 담은 법안을 확정했지만, “중국 등 비우호국 수출 금지 등의 조건이 붙어있고, 시행 방안도 아직 미정인 상태”라고 기재부는 설명했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요구한 10%보다 낮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내년 투자세액공제 특례를 적용하면 더 높아진다”고 기재부는 말했다. 기본공제 8%에 내년에 한시적으로 적용될 투자 증가분 세액공제율(10%)을 더하면 18%까지 세액공제된다는 것이다.
기재부는 이마저도 과도한 감세가 될 수 있다고 했다. 대기업의 경우 아무리 감세를 해줘도 수입의 17%를 의무적으로 납세해야 하는 최저한세 제도에 걸리기 때문이다. 기재부는 8% 세액공제를 해주면 기업이 매출액의 10% 정도를 반도체 설비 확충에 투자하더라도 세 부담이 최저한세 수준으로 낮아질 것으로 추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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