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배구 페퍼저축銀, 매운맛 못보여주고 16연패 쓴맛
개막 후 두 달이 지났지만, 아직 페퍼저축은행은 승리의 기쁨을 모른다.
프로배구 여자부 막내 구단 페퍼저축은행은 23일 홈 경기에서 GS칼텍스에 0대3(15-25 15-25 21-25)으로 완패했다. 한 차례 승리도 없이 16연패(승점 1) 수렁에 빠졌다. 패배의 질조차 나쁘다. 연패 기간 동안 5세트 접전까지 간 경기는 지난 11월 KGC인삼공사전 단 한 번뿐이다. 팬들이 “무릎을 꿇더라도 무기력하게 지지 말아달라”고 호소했을 정도다.
부진의 이유는 복합적이다. 우선 사령탑의 자진 사퇴와 연패로 뒤숭숭한 분위기가 꼽힌다. 김형실 전 감독은 페퍼저축은행이 개막 10연패에 시달리자 “이대로 가다간 20연패가 나올 수 있겠다”며 성적 부진에 대한 책임으로 지난달 29일 사퇴했다. 2012 런던 올림픽에서 여자 배구 대표팀을 4강으로 이끄는 신화를 쓰고 지난해 오랜만에 코트로 복귀했지만 씁쓸한 결말을 맞았다.
선수들은 초대 감독으로 부임해 신생 팀의 한계라는 꼬리표를 끊어내려 애쓴 김 전 감독이 물러나자 심리적으로 동요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이경수 코치가 감독대행을 맡았지만, 6패가 추가됐다. 이 감독대행은 “선수들도 연패에 스트레스 받고 힘들어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 공격적으로 영입했던 선수들이 최고의 기량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점도 뼈아프다. 페퍼저축은행은 올해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 뛰어들어 세터 이고은(27)을 3년 총액 9억9000만원에 데려왔고, 외국인 선수론 미국 국가 대표 아포짓 스파이커 니아 리드(26)를 뽑았다. 신인 드래프트에선 지난해 창단 팀 자격으로 우선지명권을 가져 즉시 전력감으로 평가받던 미들블로커 염어르헝(18)을 호명했다.
그러나 페퍼저축은행은 팀 리시브 효율(32.99%)이 최하위에 머무르면서 자연스럽게 이고은이 활약할 수 있는 공간도 줄어들었다. 리시브가 불안하니 안정적인 토스를 할 수 없어 공격도 위축되는 것이다. 니아 리드가 득점 7위(283득점), 공격 성공률 11위(33.64%)로 분투하고 있지만 배구는 혼자 하는 스포츠가 아니다. 나아가 국내 여자 선수 중 최장신(194.5cm)인 몽골 출신의 염어르헝을 귀화 시험까지 도우며 품었지만, 그는 11월 무릎 부상으로 수술대에 올라 올 시즌 출전이 불투명하다. 최가은(21·184cm)과 서채원(19·181cm)이 나서고 있지만, 네트 앞 높이가 상대적으로 낮아졌다. 페퍼저축은행은 블로킹(세트당 1.661개)에서도 리그 꼴찌다.
여기에 올 시즌 아웃사이드 히터 지민경(24)과 미들블로커 하혜진(26) 등 팀 주축 선수들이 줄부상 여파로 전력에서 이탈하는 등 각종 악재도 겹쳤다.
페퍼저축은행은 이미 리그의 종전 개막 최다 연패 기록(11연패)을 넘어섰고, 여자부 역대 최다 연패 기록(20연패)까지 가시권에 있다. 목표로 내걸었던 ‘10승’은커녕 지난 시즌 창단 뒤 거둔 3승(28패)을 뛰어넘는 것도 힘겨워 보인다.
남자부 경기에선 현대캐피탈이 한국전력에 3대1로 승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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