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년 개띠’가 노인 되는 날 [데스크에서]

이경은 에버그린콘텐츠부 차장 2022. 12. 24.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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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은 1차 베이비붐 세대를 상징하는 ‘58년 개띠’가 65세가 되는 해다. 우리 사회에서 65세는 큰 의미가 있다. 고령자 관련 통계는 전부 65세가 기준이다. 월 32만원인 기초연금을 비롯, 지하철 공짜 탑승, 독감 접종비 면제, 비과세 저축, 임플란트 할인 등 경로우대 자격이 생기는 것도 65세부터다. 크고 작은 복지가 워낙 많아서, 인터넷에는 ‘65세 이상 어르신 혜택 50가지’라는 정리글까지 있다.

58년 개띠가 65+클럽에 입성하면서 ‘1000만 노인 시대’도 가시권에 들어오게 된다. 통계청 추정으론 우리나라는 2024년에 노인 인구가 1000만명을 돌파한다. 전체 인구의 19.4%다. 이후에도 노인 수는 계속 늘어 2070년엔 인구 전체의 46.4%가 65세 이상 노인이다.

인구 구조는 한번 방향을 잡으면 단기간에 바꾸기 어렵다. 노인대국 반열에 들어서는 한국에선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까.

첫째, 사회복지 청구서가 사회를 삼킨다. ‘시민의 발’인 지하철은 지금도 만년 적자이지만, 1000만 지공선사(공짜 지하철 경로석에서 참선하는 노인) 때문에 적자가 더 늘어날 것이다. 지하철 일반 요금 인상은 피할 수 없어 보인다. 소득 하위 70% 노인에게 지급하는 기초연금 예산은 시행 초기인 2014년만 해도 7조원 정도였지만 내년엔 20조원에 육박한다. 작년 10조원, 올해 12조원이 지급된 노인장기요양보험은 2026년 적립금 고갈로 깡통이 되고, 2040년엔 23조원대 적자가 예상되고 있다.

둘째, 일하는 노인이 늘어난다. 생산·소비의 주축인 경제활동인구(15~64세)가 줄어드는 사회에서 노인 존재감은 커질 수밖에 없다. 우리보다 빨리 늙은 일본에선 노인 취업자 숫자가 18년째 사상 최고치 행진 중이다. 지난해 65세 이상 취업자는 909만명이었고, 65~69세 취업률은 50.3%나 됐다. 전영수 한양대 교수는 “피부양 인구가 늘면 사회 전체 활력이 사라지고 나라 곳간도 부실해진다”며 “정년연장을 통한 고령층 경제활동 확대는 노령연금과 복지급여를 줄여서 고령화 충격 완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셋째, 간병 퇴직 쓰나미가 몰려온다. 한국은 고령화 속도가 너무 빨라 노인돌봄인력 만성 부족에 시달릴 운명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한국이 노인돌봄인력을 2040년까지 140% 이상 충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간병인을 찾지 못해 가족이 직장을 그만두는 ‘간병퇴직’은 벌써 조짐이 보인다. 올 상반기(1~6월) 거동이 불편한 노부모를 돌보기 위해 퇴사한 여성은 1년 전보다 29% 늘었다.

한국의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중은 2022년 기준 17.3%다. 2025년에는 20.3%로 미국(18.9%)을 제치고 초고령 사회에 진입하며, 2045년에는 37%로 세계 1위인 일본(36.8%)을 추월할 전망이다./자료=전경련

더 큰 문제는 10년 후인 2033년에 닥친다. 58년 개띠가 유병노후(有病老後) 나이인 75세가 되는 이때, 한국의 고령화 충격은 더블로 커진다. 앓아누운 노인들이 늘어나 사회 복지 비용이 급증하는데, 2차 베이비부머(68~74년생, 635만명)가 줄지어 노인 집단에 진입하기 때문이다. 출산율 극적 반등이나 외부 인구 유입을 기대하는 건 헛된 기다림에 가깝다. 우리 미래가 더 위태로워지기 전에 노인 연령 상향, 정년 연장, 연금 개혁 같은 굵직한 현안들을 해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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