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키가 존경한 美소설가 레이먼드 카버 단편집… 국내 첫 번역된 작품도 실려
누가 이 침대를 쓰고 있었든
레이먼드 카버 지음 |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72쪽 | 1만6000원
새벽 세 시, 집에 전화가 걸려온다. 술에 취한 여성이 누군가를 찾는다. 표제작 속 남편은 전화가 계속 울리자 전화선을 뽑는다. 잠은 다 잤다. 부부는 꿈과 병, 그리고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다 침대에서 일어난다.
진실은 끝내 드러나지 않는다. 식물 인간이 된다면 생명 유지 장치를 뽑아줄 것인가. 아내의 질문에 남편은 답을 미룬다. 일상은 계속된다. 다시 새벽이 되자 집 전화가 울린다. 남편의 호통에 전화는 끊어진다. 누가, 왜 전화를 했는지, 또 전화를 걸지는 알 수 없다.
단편 ‘거짓말’에서도 진실은 모호하다. 아내는 어떤 여성이 남편에게 한 말이 거짓말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다 갑자기 그 말이 사실이라며 용서를 구한다. 도대체 그 말이 무엇인지 드러나지 않는다. 다만, 남편은 말한다. “나는 진실을 원해.”
하루키가 존경한 미국 소설가 레이먼드 카버(1938∼1988)의 단편소설 11편을 묶은 책이다. 이 중 4편은 국내에 처음 번역됐다. 나머지도 절판돼 그간 만나기 어려웠던 작품들로, 소설가 김연수가 번역한 소설집 ‘대성당’의 작품 목록과는 겹치지 않는다. 작품은 주로 불확실한 일상에서 느끼는 인간의 두려움을 그리고 있다. 일상이 계속되듯 두려움도 사라지지 않지만, 인물들은 그럼에도 하루를 버텨낸다.
카버가 1987년 마지막으로 발표한 단편 ‘심부름’도 수록돼 있다. 러시아 극작가 안톤 체호프(1860~1904)의 전기를 읽은 다음, 체호프가 죽는 과정을 각색해 쓴 작품이다. 카버의 대부분 작품들과 달리 당대 미국이 아닌 러시아를 배경으로 한 소설. 체호프가 죽는 순간, 샴페인 병의 코르크가 튀어나간다. 그가 죽은 자리에 남은 건 미처 줍지 못한 코르크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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