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있는 도서관] 세상의 색을 모두 품은 흰빛처럼 네 꿈에도 온 세상이 가득하단다
하얀 방
파울 더모르 지음 | 카텨 페르메이러 그림 | 최진영 옮김 | 오후의 소묘 | 60쪽 | 1만7000원
빛은 서로 섞일수록 밝아진다. 우유나 눈이 하얗게 보이는 건 모든 색깔의 빛을 반사해서다. 거꾸로 생각하면 흰빛은 그 안에 세상 모든 색을 품고 있다. 책 속 소녀는 작고 하얀 방에 살지만, 상상력으로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든다. 다채로운 색깔의 생명들을 만나고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간다. 독자는 소녀의 고요한 모험 여정에 동행으로 초대받는다.
희푸른 고양이가 있는 방에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아이의 다리는 하얀 자작나무 같은 그림자를 그리고, 어깨 위에는 흰 새가 앉는다. 호수 위로 나무배를 타면 눈 덮인 산이 수면에 비치고, 한낮의 태양에 따뜻해진 나무를 오르면 햇빛이 스며들어 나뭇잎이며 딱정벌레 따위를 하얗게 비춘다. 이 꿈 속에선 바람에 펄럭이는 이부자리 빨래도 아이를 하늘 높이 데려갈 날개가 된다.
그림은 흰빛 속에 숨은 세밀한 색채 뉘앙스의 차이를 다양한 파스텔톤으로 드러낸다. 황금색 햇빛, 푸르스름한 그림자, 색색으로 일렁이는 너른 풀밭과 계곡의 모습이 꿈속처럼 아련하다.
노래를 부르는 듯한 리듬감이 있는 그림책. 빛과 그림자의 대비가 이미지의 운율을, ‘흰’ ‘하얀’ ‘하양’ 같은 단어들이 텍스트의 운율을 빚어내고, 반복되는 문장이 노래의 후렴구처럼 이야기의 앞과 뒤를 감싸고 있어서일 것이다.
하얀 종이학을 창 밖으로 날리는 마지막에 이르러, 소녀의 마음은 우아한 날갯짓으로 더 먼 세상을 향해 날아간다. 읽는 사람의 마음도 흰빛으로 함께 환해진다. 아름다운 책이다.
올해 이탈리아 볼로냐 국제아동도서전에 출품된 62국 2200여 종 책들 가운데 100권을 뽑은 ‘BRAW 어메이징 북셸프’에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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