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석희의 영화 같은 하루] [101] I’m not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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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명한 정신과 의사이자 작가인 대럴드 트레퍼트는 이렇게 말했다. “자녀에게 무엇이 결여됐는지를 찾는 것이 아니라 자녀에게 무엇이 있는지를 찾아내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다.” 자녀를 강하게만 키우고자 하는 부모에겐 자식의 장점보다 단점이 눈에 잘 띄는 법이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스트레인지 월드(Strange World∙2022∙사진)’의 주인공인 서처 클레이드의 아버지 예거 클레이드도 자신과 달리 나약한 아들이 늘 탐탁지 않다.
예거 클레이드는 아발로니아라는 작은 나라의 전설적 탐험가다. 아발로니아는 사면이 험준한 산맥으로 둘러싸여 있어 그 누구도 아발로니아 바깥세상을 본 적이 없다. 예거는 그 산맥을 아들과 함께 넘는 것이 인생의 유일한 목표이자 최종 목표다. 드디어 결전의 날, 산맥 정복에 나선 클레이드 탐험대는 탐험 중 난관에 부딪히고 마을로 돌아가자는 서처와 대원들의 말에도 예거는 고집을 부린다. “저 산맥을 정복하는 게 우리가 남길 유산이야.(Conquering those mountains is our legacy.)” 늘 고압적인 아버지가 못마땅하던 서처는 폭발하고 만다. “아버지의 유산이겠죠(No, Dad. It’s yours).”
예거는 자기 뜻을 몰라주는 아들이 야속하다. “그만해! 넌 내 아들이다(Enough! You’re my son).” 서처는 평생 마음에 담아 온 말을 뱉는다. “하지만 전 아버지가 아니라고요(But I’m not you)!” 영웅 예거 클레이드의 아들로 평생 부담감 속에 살아 온 서처는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 주지 않는 아버지에게 서운한 마음을 숨기지 못한다. 예거는 고집스레 탐험대와 작별하고 혼자 남아 산맥 정복에 나서다 실종되고 만다.
이렇게 헤어진 부자의 극적 상봉은 그때부터 25년 후, 이제 아버지가 된 서처와 할아버지가 된 예거는 서로를 이해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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