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나쁜 사람 변화시키는 할머니 역할 있나요?”

김태언 기자 2022. 12. 24.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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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나이를 쓰려거든 '수천 살'이라고 해줘요." 배우 김혜자가 기자들을 만날 때 하는 말이다.

배역을 맡으면 온전히 '그 사람'이 되어야 했던 그는 정말로 그 삶을 다 살아낸 듯 연기해 왔다.

책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2004년) 이후 18년 만에 내놓은 이 책은 연기 인생에 대한 그의 고백을 담았다.

그는 "삶의 밑바닥을 헤매도 그곳에 희망이 있는지, 희망을 연기할 구석이 있는지를 살핀다. 내일의 이야기를 찾고 그것을 연기하려 노력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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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에 감사해/김혜자 지음/376쪽·1만7000원·수오서재
“내 나이를 쓰려거든 ‘수천 살’이라고 해줘요.”

배우 김혜자가 기자들을 만날 때 하는 말이다. 배역을 맡으면 온전히 ‘그 사람’이 되어야 했던 그는 정말로 그 삶을 다 살아낸 듯 연기해 왔다.

1961년 KBS 공채 1기 탤런트로 데뷔해 ‘전원일기’(1980∼2002년), ‘엄마가 뿔났다’(2008년), ‘마더’(2009년) 등 60여 년간 드라마와 영화에서 활동한 배우 김혜자.

책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2004년) 이후 18년 만에 내놓은 이 책은 연기 인생에 대한 그의 고백을 담았다. 책은 편집자가 저자와 인터뷰하고 저자의 일기, 인터뷰 기사 등을 토대로 초고를 만든 뒤 저자가 다시 수정하는 방식으로 완성됐다.

저자가 기억하는 최초의 무대는 여섯 살 때였다. 당시 연세대 의과대 학생들이 공연한 연극 ‘생의 제단’에서 그는 개에게 물려 죽는 아이 역을 맡았다. 이름은 혜자. 이후에도 드라마 ‘청담동 살아요’ ‘눈이 부시게’에서 저자가 맡은 배역의 이름은 모두 본명 혜자였다. 저자는 이 이야기를 하며 “연기는 곧 나였다”고 말한다.

베테랑 연기자의 작품 선택 기준은 뭘까. ‘배역이 아무리 인생의 속박에서 고통받는 역이라 해도 그 속에 바늘귀만 한 희망이 보이는가’이다. 그는 “삶의 밑바닥을 헤매도 그곳에 희망이 있는지, 희망을 연기할 구석이 있는지를 살핀다. 내일의 이야기를 찾고 그것을 연기하려 노력했다”고 말한다.

실제 그는 살면서 힘든 일이 닥칠 때마다 작품에 뛰어드는 것으로 어려움을 이겨낸다고 한다. “나는 신이 모든 인간 각자에게 한 가지씩의 재능은 꼭 심어준다고 생각한다. 그것으로 힘들고 고통스러운 인생을 헤쳐가라고.” 그가 죽기 전 하고 싶은 역할은 ‘나쁜 사람을 변화하게 해주는 할머니’라고 한다. 사람과 세상과 사랑의 힘을 믿는 저자이기에 할 수 있는 말 아닐까.

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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