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키스 입단하려면 수염 깎아야죠
덥수룩했던 수염을 깎고, 머리를 정돈한 채 나타난다. 입대가 아닌 ‘입단’ 현장이다.
좌완 투수 카를로스 로돈(30·뉴욕 양키스)은 23일 미국 뉴욕주 양키스타디움에서 열린 공식 입단식에 참석했다. 지난 16일 그는 양키스와 계약 기간 6년, 총액 1억6200만달러(약 2077억원) 규모의 대형 계약을 맺었다.
2015년 시카고 화이트삭스 유니폼을 입은 로돈은 올해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소속으로 178이닝을 던지며 14승8패, 평균자책점 2.88을 올렸다. 시속 155㎞를 넘나드는 강속구를 앞세워 삼진 237개를 잡으며 내셔널리그(NL) 탈삼진 2위를 달렸다. 지난해 4월엔 데뷔 이후 처음으로 9이닝 동안 안타를 하나도 맞지 않고 경기를 끝내는 ‘노 히터(no-hitter)’를 던졌다.
하지만 정작 이날 화제가 된 건 깔끔하게 면도한 그의 낯선 모습이었다. 로돈은 데뷔 이후 줄곧 진한 턱수염을 고수해왔다. 이처럼 면도를 한 것도 거의 10년 만이라고 한다. 2018년 결혼해 두 아이의 아버지인 그는 입단식에서 “아이들이 턱수염이 없는 내 모습을 처음 봤다. 나를 알아봐서 다행이다”고 농담을 건넸다.
양키스는 1903년 창단해 1976년부터 소속 선수들에게 옷깃에 닿을 정도의 장발과 콧수염 외에 입술 아래쪽으로는 수염을 허용하지 않는 ‘외모 규정(appearance policy)’을 유지하고 있다. 당시 구단주였던 조지 스타인브레너가 선수들이 자신을 관리함으로써 절제력 등을 기를 수 있을 것이란 생각에 도입했다. 현재 선수들의 개성을 무시하는 시대착오적인 방침이라는 비판과 양키스 정도의 전통을 가진 구단은 그럴 수도 있다는 옹호론이 공존하고 있다.
이러한 독특한 규정 때문에 양키스 입단식은 풍성한 모발을 자랑해왔던 선수들의 완전히 달라진 모습을 볼 수 있는 현장으로 통한다. 2005년엔 라이벌팀인 보스턴 레드삭스에서 장발과 턱수염을 휘날렸던 자니 데이먼(49)이 정돈된 모습으로 입단식에 등장해 이목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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