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적 상상 너머… ‘눈멂’을 다시 생각하다[책의 향기]
최훈진 기자 2022. 12. 24. 03:01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한 번 보는 것이 백 번 듣는 것보다 낫다.
보지 못하는 데서 비롯된 무지라는 결핍을 채우기 위해 시각장애인은 다른 능력이 더 뛰어나다고 생각한 것이다.
시각장애인이 온전하게 자신의 삶을 살아가기 위해선 지금이라도 은유를 멈추고 있는 그대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시각장애인이라고 해서 우리가 인간이라는 사실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 단지 눈이 보이지 않을 뿐, 시각장애인 역시 각자의 개성이나 존재 방식을 지닌 독립된 인격체라는 사실은 마찬가지다.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거기 눈을 심어라/M. 리오나 고댕 지음·오숙은 옮김/420쪽·2만 원·반비
한 번 보는 것이 백 번 듣는 것보다 낫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사람들은 정보를 얻는 데 가장 효과적인 수단을 시각이라 여겼다.
하지만 저자는 ‘시각이 사유를 좌우한다’는 굳건한 믿음에 균열을 내고자 한다. 본인이 ‘시각을 잃은’ 이였기 때문이다. 비시각장애인으로 태어났으나 10대 때 망막조직 위축을 일으키는 ‘망막색소변성증’에 걸렸고 차츰 시력을 잃었다. 현재 50대로 추정되는 저자는 희미하게 빛 정도만 분간할 수 있다.
저자는 “흔치 않은 경험 덕분에 기회가 생겼다”고 말한다. 대부분 장애인에게 사회가 요구해온 ‘장애를 딛고 일어난 성공 스토리’가 아닌 ‘눈멂’이란 것 자체에 집중해 문화사를 쓰기로 했다. 작가이자 공연예술가, 문학연구자인 그는 고대 그리스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시각 중심주의’ 관점에서 시각장애를 편향적으로 다뤄온 문화예술사를 샅샅이 톺아본다.
“보는 것이 곧 지식이요, 보지 못하는 것은 무지다.” 고대 그리스인의 이런 사고는 시각장애인을 천부적인 시적 재능과 예지력을 가진 이들로 여기게 했다. 보지 못하는 데서 비롯된 무지라는 결핍을 채우기 위해 시각장애인은 다른 능력이 더 뛰어나다고 생각한 것이다. ‘눈먼 음유시인’으로 알려진 호메로스를 보면 알 수 있다. 그조차 대표작 오디세이아에서 시각장애인을 초월적 재능을 가진 음유시인으로 그렸다. 요즘 영화, 드라마 등에서 자주 등장하는 ‘시각장애인 예언자’는 이 시기부터 시작된 것이다.
“질병은 은유가 아니다. 질병을 가장 정확하게 판단하려면, 그리고 가장 건강하게 아프려면 은유를 없애야 하며 은유적으로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
저자는 수전 손태그(1933∼2004)가 1978년 에세이 ‘은유로서의 질병’에서 쓴 글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시각장애인이 온전하게 자신의 삶을 살아가기 위해선 지금이라도 은유를 멈추고 있는 그대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헬렌 켈러(1880∼1968)다. 일반적으로 켈러는 장애라는 역경을 이겨낸 아이콘으로 여겨지지만, 사실 이는 그의 생을 반도 제대로 못 본 것이다.
켈러는 20대에 출간한 자서전으로 성공을 거뒀지만, 결국 40대 때부터는 생계를 걱정하며 평생의 스승 앤 설리번과 버라이어티쇼 공연을 전전해야 했다. 또 켈러의 강렬한 열애나 적극적인 정치활동은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 작위적으로 만든 ‘시련을 극복한 성스러운 시각장애인’이란 이미지가 덧칠해졌기 때문이다.
저자가 말하고 싶은 건 하나다. “시각장애인이라고 해서 우리가 인간이라는 사실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 단지 눈이 보이지 않을 뿐, 시각장애인 역시 각자의 개성이나 존재 방식을 지닌 독립된 인격체라는 사실은 마찬가지다. 세상이 만들어놓은 틀로만 타인을 바라보는 건 또 다른 차별이자 억압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저자는 ‘시각이 사유를 좌우한다’는 굳건한 믿음에 균열을 내고자 한다. 본인이 ‘시각을 잃은’ 이였기 때문이다. 비시각장애인으로 태어났으나 10대 때 망막조직 위축을 일으키는 ‘망막색소변성증’에 걸렸고 차츰 시력을 잃었다. 현재 50대로 추정되는 저자는 희미하게 빛 정도만 분간할 수 있다.
저자는 “흔치 않은 경험 덕분에 기회가 생겼다”고 말한다. 대부분 장애인에게 사회가 요구해온 ‘장애를 딛고 일어난 성공 스토리’가 아닌 ‘눈멂’이란 것 자체에 집중해 문화사를 쓰기로 했다. 작가이자 공연예술가, 문학연구자인 그는 고대 그리스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시각 중심주의’ 관점에서 시각장애를 편향적으로 다뤄온 문화예술사를 샅샅이 톺아본다.
“보는 것이 곧 지식이요, 보지 못하는 것은 무지다.” 고대 그리스인의 이런 사고는 시각장애인을 천부적인 시적 재능과 예지력을 가진 이들로 여기게 했다. 보지 못하는 데서 비롯된 무지라는 결핍을 채우기 위해 시각장애인은 다른 능력이 더 뛰어나다고 생각한 것이다. ‘눈먼 음유시인’으로 알려진 호메로스를 보면 알 수 있다. 그조차 대표작 오디세이아에서 시각장애인을 초월적 재능을 가진 음유시인으로 그렸다. 요즘 영화, 드라마 등에서 자주 등장하는 ‘시각장애인 예언자’는 이 시기부터 시작된 것이다.
“질병은 은유가 아니다. 질병을 가장 정확하게 판단하려면, 그리고 가장 건강하게 아프려면 은유를 없애야 하며 은유적으로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
저자는 수전 손태그(1933∼2004)가 1978년 에세이 ‘은유로서의 질병’에서 쓴 글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시각장애인이 온전하게 자신의 삶을 살아가기 위해선 지금이라도 은유를 멈추고 있는 그대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헬렌 켈러(1880∼1968)다. 일반적으로 켈러는 장애라는 역경을 이겨낸 아이콘으로 여겨지지만, 사실 이는 그의 생을 반도 제대로 못 본 것이다.
켈러는 20대에 출간한 자서전으로 성공을 거뒀지만, 결국 40대 때부터는 생계를 걱정하며 평생의 스승 앤 설리번과 버라이어티쇼 공연을 전전해야 했다. 또 켈러의 강렬한 열애나 적극적인 정치활동은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 작위적으로 만든 ‘시련을 극복한 성스러운 시각장애인’이란 이미지가 덧칠해졌기 때문이다.
저자가 말하고 싶은 건 하나다. “시각장애인이라고 해서 우리가 인간이라는 사실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 단지 눈이 보이지 않을 뿐, 시각장애인 역시 각자의 개성이나 존재 방식을 지닌 독립된 인격체라는 사실은 마찬가지다. 세상이 만들어놓은 틀로만 타인을 바라보는 건 또 다른 차별이자 억압일지도 모른다.
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
Copyright © 동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동아일보에서 직접 확인하세요. 해당 언론사로 이동합니다.
- “은둔은 선택 아닌 내몰린 것… 자책 마세요, 탈출할 수 있어요”
- 尹대통령 “예수님 가르침 다시 새겨…성탄 축복 가득하시길”
- 대설경보 ‘관심’ 단계 하향→중대본 해제…한파는 지속
- “美무기여 잘있거라”… 獨-日 “전투기 개발”, 중동 “佛 라팔 수입”[글로벌 포커스]
- 3년 만에 북적인 성탄 전야…경찰·공무원 곳곳서 안전관리
- 尹부부, 은퇴 안내견 ‘새롬이’ 11번째 가족으로…“가장 큰 선물”
- ‘서해 피격’ 서훈 “불구속재판 받게 해달라”…기소 2주만에 보석 청구
- 눈보라 잦아든 제주…대설특보 해제, 하늘길 정상화
- ‘당원 투표 100%’ 與 전대 룰 개정, 이명박 정부가 어른거린다
- 내년 예산 638조7000억, 국회 본회의 통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