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연의 미술소환] 3분의 행복

기자 2022. 12. 24.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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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호, 무제, 2020, 리넨에 유채, 72.6x100.2cm, 유족 소장 ⓒ강석호

1974년 헝가리 부다페스트의 모홀리나기 예술대학 건축과 교수였던 루비크 에르뇌가 발명한 큐브는 1980년 루빅스 큐브라는 이름으로 처음 판매되기 시작했다. 에르뇌가 처음 이 도구를 고안한 이유는, 전체적인 메커니즘과 형태가 무너지지 않으면서도 각 부분이 독립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도구를 통해 구조 안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의 해결법을 찾고, 3차원 물체에 대한 감각과 이해를 돕는 데 있었다. 건축가 교수다운 목적이었다. 하지만 많은 발명품이 그렇듯 최초의 목적은 ‘퍼즐’이라는 기대하지 않았던 발견을 통해 ‘게임도구’라는 새로운 용도를 획득한다. 현재 3×3 단일 종목 세계 신기록은 3.47초다.

화가 강석호가 큐브에 관심을 가진 것은, 게임도구로서의 측면보다는 변화무쌍한 색면의 조합 때문이다. 화가에게는 큐브 선수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큐브 조립 해법이나 조립 속도 같은 것이 별 의미를 갖지 못한다. 오히려 그리드 구조를 기반으로 큐브를 돌릴 때마다 펼쳐지는 다른 색조합이 화가의 눈길을 끈다. ‘큐브 조립 완성’으로부터 멀어질수록 다채로운 색면을 구성할 수 있는 큐브는 화가에게 평면 회화 안에서 가능한 여러 종류의 구성 실험을 돕는다. 어쩌면, 에르뇌가 애초에 가지고 있었던 큐브의 목적에 더 닿아 있는 활용법일 수도 있겠다.

불의의 사고로 지난해 세상을 떠난 강석호의 1주기에 즈음하여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리는 전시 ‘3분의 행복’에서 오랜만에 화가의 큐브 그림을 다시 만났다. 일상적인 대상을 어떤 관점으로 바라보는가의 문제를 환기시키던 작가의 예술세계가 새삼스럽다. 큐브 퍼즐이 선보일 수 있는 경우의 수를 넘어 강석호가 흥미롭게 펼칠 수 있었을 세계를 더 이상 만날 수 없다는 사실이 아프게 다가온다.

김지연 전시기획자·광주비엔날레 전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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