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 우리의 가슴을 흐른다면[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378〉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어린애들은 성탄절을 좋아한다.
좋아하는 그 마음은 복되어라.
기뻐하는 그 마음은 사랑스러워라.
우리의 마음에 흐르는 별, 간절히 기도하는 손, 그것을 다독이는 흰 눈.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중략)
오늘밤 붙박인 사람들은 작은 손을 모은다/물에 잠긴 수도원을 서성이는 발걸음은/무의미하다/최선을 다한 기도처럼/차가운 창밖을 부지런히/성의껏 달리는/흰 눈송이들/잿빛 세상을 다독이려는 듯이/눈발이 굵어진다
―이근화(1976∼ )
어린애들은 성탄절을 좋아한다. 좋아하는 그 마음은 복되어라. 연인이 생기면 성탄절을 기뻐한다. 기뻐하는 그 마음은 사랑스러워라. 그런데 세상을 꽤 살아낸 성인이 되면 성탄절이 좀 서글프다. 오래전 모든 죄를 짊어지기 위해 태어났다는 아기를 생각하면 마음이 찡해진다. 그 아기 말고도 우리 모두가 아기였다는 사실과, 우리도 삶이라는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살아간다는 것을 생각하면 더 찡해진다.
오늘은 전혀 달콤하지도 않고 설레지도 않는, 어른들의 성탄절을 위해 시를 읽는다. 이 시는 흐리고 추운 겨울날 시작된다. 추위 때문에 사람들은 움츠러들고, 한기와 허기 때문에 마음은 더 움츠러든다. 그런데 그게 다가 아니다. 우리의 마음에 흐르는 별, 간절히 기도하는 손, 그것을 다독이는 흰 눈. 자세히 보면 이 시에는 잿빛 우울을 밝히는 작은 빛들이 등장한다.
언제고 절망은 크고 희망은 작지만 우리는 절망에 지면서도 자꾸만 희망에 시선을 빼앗긴다. 희망은 반짝이니까 바라보지 않을 수 없다. 마음의 크리스마스트리 아래 이 시가 선물처럼 당신을 기다린다면 좋겠다.
나민애 문학평론가
Copyright © 동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내년 예산 638조7000억, 국회 본회의 통과
- MB-최경환-전병헌 사면… 김경수는 ‘복권없는 사면’
- ‘이태원 참사’ 이임재 전 용산서장-송병주 전 112상황실장 구속
- 北, 동해상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 2발 발사
- 58.6cm ‘눈폭탄’ 호남… 탱크로리 넘어지고 하늘·바닷길 막혔다
- 與 “방탄벼슬로 특권 누리겠다는 것”…이재명 “尹가족은 언제 조사받나”
- 대통령실 “예산안 합의 아쉽다…野힘에 밀려 민생예산 퇴색”
- 與 당권경쟁 본격화…안철수, ‘김장연대’ 뜨자 나경원에 손짓
- 러 압박 느꼈나… 푸틴, 젤렌스키 방미 하루만에 “종전 위해 노력할것”
- ‘中 비밀경찰서’ 거점 가능성 음식점 조사…해당 식당은 의혹 부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