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코 인사이드] 신한은행 변소정의 신선한 충격, ‘박지수의 보이는 목소리’

김아람 2022. 12. 24. 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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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인터뷰는 10월 중하순에 진행했으며, 바스켓코리아 웹진 2022년 11월호에 게재됐습니다. (바스켓코리아 웹진 구매 링크)

 

2021 WKBL 신입선수선발회에서 전체 3순위로 인천 신한은행의 유니폼을 입은 변소정. 입담도 프로였다. 보통 30~40분이면 끝나는 인터뷰를 변소정과는 2시간 가까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진행했다. 결과로 워딩이 무려 10페이지. 본편에서는 내용을 절반 이하로 줄이며, 변소정의 학창시절 등의 이야기는 다른 기사로 기약한다. 기사 특성상 그의 재치 넘치는 표현을 그대로 실을 순 없었다. 그러나 기막힌 패스를 건네고도 혼난 사연과 감독님 지시에 벙찐 기억, 박지수의 보이는 목소리 등 몇 가지 에피소드를 담았다. 

 

곧 개막이에요. 어떻게 지내고 있나요?

첫 경기가 청주 KB스타즈라 그 경기에 초점을 맞춰서 운동하고 있어요. 공격과 수비에서 세부적으로 하나씩 짚어가면서요. 

 

프로 비시즌을 처음 치렀는데, 많이 힘들었죠.

진짜 힘들었어요. 학생 땐 하계가 시즌이라 동계훈련을 했었는데, 그땐 농구를 전혀 안 했거든요. 무조건 뛰기만 했어요. 아침에 바닷가 뛰고, 오르막 뛰고, 오후엔 트랙 뛰고, 계단이랑 오르막 뛰고, 야간엔 체육관 서킷 돌고, 코트 뛰는 식으로요. 그런데 저희 (구나단) 감독님께선 뛰는 것도 하면서 농구도 하나씩 잡아가는 스타일이셔서 볼을 놓고 뛰는 건 거의 안 했어요. 볼 가지고 트랜지션과 5대5를 많이 했어요. 

 

웨이트도 학생 때와 다른 점이 많았을 것 같은데.

정말요. 학교 웨이트 시설과는 비교 불가예요. 고등학교 웨이트장이 제가 고1 후반 때 생겨서 그 전엔 없었어요. 새로 생겼지만 규모도 작고 열악한 면이 있었죠. 그땐 단체로 빠르게 하고 나가야 했는데, 지금은 이휘걸 코치님과 트레이너 선생님들께서 선수마다 부족한 부분을 집중적으로 잡아주세요. 웨이트 하기 전에 종이를 주시는데, 거기엔 어떤 걸 몇 세트, 어디가 안 좋으면 어떻게, 상/하체를 나눠서 어떻게 하라고 적혀있어요. 확실히 몸이 많이 좋아졌고, 주변에서도 그렇다고 얘기해주세요.

 

비시즌 지도자에게서 가장 많이 들은 말도 궁금합니다.

감독님과 코치님께서 항상 제일 중요하게 말씀하시는 게 ‘기죽지 말고, 자신 있게’ 하라는 거예요. 그리고 저는 공격보다 수비에서 좀 더 활동을 많이 하는데, 이제는 공격적인 모습도 보여달라고 하셨죠. 제가 언니들과 함께 경기하면서 볼을 받으면 림을 조준하기보단 패스하려는 경향이 있어요. 그런 점에서 많이 혼나기도 했어요. 어렵지만 고치려고 노력 중이에요. 

 

공격 찬스에서 패스에 먼저 신경 쓰는 이유가 있을까요?

제가 학교 다닐 때 피지컬이 좋은 편인 데다 돌파를 많이 하고, (수비가) 떨어지면 슛을 쏘는 스타일이었어요. 그러다 보면 저한테 3명씩 붙을 때가 있는데, 자연스럽게 외곽이 비게 되더라고요. 그때부터 빼주기도 했고, 농구는 혼자 하는 게 아니라는 말씀도 많이 들어서 공격보단 패스하려고 하는 것 같아요. 그리고 지금은 언니들의 공격 성공률이 더 높아서 주게 되는 것도 없지 않아 있어요. 솔직히 공격 상황에서 패스를 정말 기가 막히게 줘도 혼나요(웃음). 감독님과 코치님들이 수비만 하는 선수 할 거냐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요즘엔 세뇌 식으로 혼잣말도 많이 하면서 극복하려고 하고 있어요. 

 


비시즌에 출전한 박신자컵에 관해서도 짧게 짚어볼게요.

괴로운 기억이에요. 감독님과 코치님께서 제게 걸으셨던 기대가 컸는데 팀에 피해만 끼친 것 같아요. 제가 실수를 하면 실수 자체에 신경을 많이 쓰고, 의기소침해지는 편이에요. 예전에 저를 가르쳐주셨던 코치님들과 지금 감독님, 코치님들 모두 저한테 그러셨어요. “간땡이가 그렇게 콩알만 해서 어떻게 할 거냐”라고 말이죠(웃음). 그런 거 신경 쓰지 말라고, 그거 하나 잘못했다고 팀 안 진다고 위로해주시기도 하세요. 아직 (고치기에) 어려운 점도 있지만, 빨리 개선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경기에 부담을 느꼈던 걸까요?

그런 것 같아요. 잘하고 싶은 마음은 크고, 대표팀에 간 (김)진영 언니 빈자리도 내가 채워야 하는데 몸이 안 따라주더라고요. 준비됐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나 봐요. 내 생각과 몸이 다르다고 느꼈을 때 혼란스러웠고, 그게 안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아요. 감독님과 코치님들께선 기죽지 말라고 하셨고, 언니들도 즐기고 오라고 응원해줬어요. (김)소니아 언니도 “소정! 할 수 있어! You can do it! 너 할 수 있어!”라고 맨날 말해줘요. 덕분에 지금은 많이 털어내고 새 시즌 준비에 몰두하고 있어요. 박신자컵이 전부는 아니고, 앞으로 제가 해야 하는 일에 집중해야 하니까요.

 

좋은 마음가짐입니다. 현시점에서 지난 시즌을 돌아보면?

아직 해야 할 것과 부족한 점이 너무 많아요. 신인은 대담한 모습으로, 깡으로 밀어붙이라고 하는데 전 그런 점이 없었어요. 주변에서 “넌 잃을 게 없으니까 그냥 머리 박고 하라”고 하셨어요. 이 말이 무슨 의미인지 알지만 쉽지 않더라고요. 중고등학교 땐 제발 머리 박고 하지 좀 말라는 소리를 들었는데 말이죠(웃음). 

 

아직 조심스러운 면이 있나 봅니다. 프로 무대에서 살아남기 위해 하는 노력이 있다면요?

감독님과 코치님께서 원하시는 걸 빠르게 캐치하고, 그걸 실행으로 옮기려 해요. 처음에 프로 와서 충격받았던 게, 감독님이 작전판도 없이 “뭐뭐하고 뭐뭐하고 뭐뭐뭐 해”라고 지시하시는데 언니들은 다 알아듣고 “네”라고 하는 거예요. 전 마지막에 “뭐뭐뭐 해” 하나만 알아들었는데 말이죠. 그걸 다 알아듣고 수행하는 게 너무 신기했어요. 저는 뭔지 모르지만 일단 “네”라고 대답하고 나서 틀렸다가 혼났어요. 모르면 모른다고 물어봐야 하는데 그걸 여쭤보는 게 너무 어려웠어요. 다행히 지금은 어떤 말씀을 하시는 건지 알 수 있어요. 아직도 가끔 대답만 잘한다는 말씀을 듣거나 두루뭉술하게 이해하는 부분도 있지만, 점차 나아지고 있어요. 

 

감독님들은 다 비슷하신 것 같아요. “뭐뭐하고 뭐뭐하고 뭐뭐뭐 해” 이런 면에서 말이죠(웃음). 기억에 남는 경기도 있나요?

잘한 순간은 아니지만, 박지수 언니한테 블록슛을 당했을 때가 기억나요. 홈 경기 때 상대 벤치 앞 코너에서 슛을 쏠까 드라이브인을 할까 매우 짧게 고민했는데 그게 읽혀버렸지 뭐예요. 제가 볼을 잡고 슛 쏘려고 막 올라가는데, 박지수 언니가 제대로 찍었어요. 그 순간 박지수 언니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이게 농구다. 넌 아직 멀었다’라는 게 딱 느껴졌어요. 너무 신선한 충격이었죠. 앞으로도 나오기 쉽지 않을 정도로요. 

 


‘소리가 보인다’는 게 그런 느낌일까요? 변소정 선수는 신인 개막 선발이라는 귀한 경험도 했었어요. 우리은행 김정은 선수 이후 무려 15년 만에요. 

제가 도원체육관에 처음 갔을 때가 개막 2주 전이었어요. 아직도 기억나는 게, 그때 언니들 오후 훈련 시작할 때였어요. 국장님께 인사드리고, 코트로 들어가니까 감독님과 코치님은 테이블에 앉아계셨고, 언니들은 원형 대형으로 몸을 풀고 있었어요. 바로 가서 인사드렸는데 감독님이 “어, 왔어? 운동 준비해”라고 하시는 거예요. 그렇게 언니들한테도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다 인사를 하고 바로 운동 준비한 후에 나와서 합류했죠. 그렇게 처음 만나고 2주 만에 개막전에 나갔는데, 진짜 너무 많이 떨렸어요. ‘내가 뛰어도 되는 게 맞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요. 2주 동안 열심히 맞추긴 했지만, 경험이 많은 언니들과 저는 비교도 되지 않잖아요. 특히 감독님 농구는 머리 쓰는 농구가 많아서 훨씬 힘들었던 것 같아요. 

 

구체적으로 어떤 점이요?

세트 오펜스 패턴이 가장 힘들었던 것 같아요. 큰 틀이 5개였다면 세부적으로는 훨씬 많았거든요. 학교 땐 세트 오펜스 정해진 거 하고, 안 되면 개인이 알아서 마무리하는 식이었어요. 그런데 여기는 안 되면 이거, 또 안 되면 저거, 이런 식으로 끝이 없는 느낌이었어요. 언니들은 노련해서 가능한데, 전 하나 막히면 다음 게 생각이 안 나서 멘붕(멘탈붕괴의 줄임말)이 왔어요. 하나 막혀도 자연스럽게 흘러가면 되는데, 그게 잘 안되더라고요. 다섯 명이 뛰는데 저 한 명이 막혀서 안 되면 곤란하잖아요. 그런 점이 어려웠어요. 

 

팀에서는 어떤 역할을 맡고 있나요?

보이지 않는 곳에서 궂은일을 해야 해요. 멋진 플레이는 언니들이 충분히 다 해줄 수 있기에 전 악착같은 모습을 보여주려고 해요. 수비 하나, 한 발 더 뛰는 그런 투지 넘치는 모습이요. 

 

롤 모델도 있으시죠.

전 문성곤 선수(안양 KGC인삼공사)와 야니스 아데토쿤보(NBA, 밀워키 벅스)를 진짜 좋아해요. 문성곤 선수의 수비는 화려하다는 생각이 절로 들어요. 수비가 화려하다는 생각을 문성곤 선수를 보면서 처음 느꼈어요. 지난 시즌만 봐도 1대1 수비에서 ‘저 상황에서 저렇게 판단하고, 저렇게 나간다고?’라는 생각을 했어요. 순간 판단력이 빨라야 수비가 좋아지는데, 문성곤 선수는 순간 판단력과 센스가 정말 좋으신 것 같아요. 그리고 쿤보 하면 솔직히 공격이잖아요. 파워 넘치는 공격이요. 정말 힘있게 공격하더라고요. 치고 넘어와서 덩크하고, 드라이브인 파서 레이업하고, 스텝 빡빡 밟아서 슛 쏘고. 그게 너무 멋있어요. (딱 한 가지만 배울 수 있다면?) 수비와의 몸싸움에서 밀리지 않는 법을 배우고 싶어요.

 

농구 선배인 아버지(변청운, 성남초 코치)께서 해주는 조언도 있을까요?

아빠는 제가 원하지 않는 이상 저한테 많은 이야기를 하지 않으시려고 해요. 저한테 부담이 되고, 불편해할까 봐 그러신 것 같아요. 예전부터 “즐겨. 즐기면서 해”라고 하셨고, 프로에 와서는 오래 하는 언니들에겐 다 이유가 있다고 잘 지켜보라고 하셨어요. 괜히 오랜 시간 인정받으면서 할 수 있는 게 아니라면서요. 

 

알찬 조언을 해주셨네요. 끝으로 안 들으면 섭섭하죠. 각오와 목표 한 마디.

가까운 목표는 시즌을 잘 치르는 거예요. 너무 흔하지만 정말 간절해요. 지난 시즌 그리고 불과 몇 달 전까지 스스로 실망을 많이 했어요. 저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높은 순위(전체 3순위)로 뽑혔는데, 보여준 게 없다고 생각해요. “프로 오면 안 될 줄 알았다. 별거 없네. 거품이었다. 넌 안 돼. 그럴 줄 알았어. 여기까지야”라는 말도 들었어요. 그런 말을 들으면서 자극을 받았던 것도 사실이에요. 하지만 제가 보여주면 그런 말이 나오지 않겠죠? 제 미래를 알고 있다는 듯한 말에 실력으로 보여주려고 해요. 당장 안 되는 점이 있어도 낙담하지 않고, 계속하려고 합니다. 잘하고 싶어요. 정말 잘하고 싶어요. 진부하지만 그런 마음이 정말 커요. 세상에 잘하고 싶지 않은 선수 없잖아요. 정말 열심히 해서 꼭 성장하도록 하겠습니다.

 

사진 = WKBL 제공

일러스트 = 정승환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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