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유사시 한·미·일 군사작전 역할 분담 논의 시급”
권태환 한국국방외교협회장
문제는 한국의 사전 동의 없이 일본이 북한을 겨냥해 한반도에 미사일을 쏠 수 있다는 우려다. 이에 대해 주일 국방무관을 지낸 권태환 한국국방외교협회장(예비역 육군 준장)은 “그런 우려를 불식시키긴 어렵다”며 “사전 동의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면 한·일 양국이 지금이라도 한반도 유사시 군사작전에 대한 역할 분담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Q : 일본은 왜 반격 능력을 갖추려 하나.
A : “무엇보다 북한의 군사적 위협이 현실화됐다. 북한은 50~70발의 핵탄두와 이를 일본에 쏠 수 있는 600여 발의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다. 이동식 발사대(TEL)뿐 아니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 수단도 다양해져 미국의 확장억제만 믿고 있을 여건이 아니라는 판단이 작용했을 거다. 또 다른 위협 요소는 중국과 러시아의 연계 가능성 증대다. 일본은 핵전쟁 개념 변화에 주목한다. 그동안 핵은 도발을 억제하기 위한 수단이었는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처음으로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언급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도 ‘핵 선제공격’ 가능성을 열어뒀다. 미·중 전략 경쟁 격화로 역내 군사적 충돌 가능성도 커졌다. 일본 입장에선 굉장히 위협이 커진 상황이다.”
Q : 한국의 동의 없이 북한의 핵·미사일 시설을 공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A : “그런 우려는 예전부터 있었다. 실제로 2015년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위한 안보법제가 논란이 됐을 때 양국 국방장관 회담에서도 관련 논의가 오갔다. 당시 한국은 ‘헌법상 북한도 우리 영토인 만큼 한반도 유사시 자위대가 북한을 공격할 때는 반드시 한국의 사전 동의를 받아야 한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일본은 ‘한국의 시정권(입법·사법·행정 등 3권의 행사 권한)은 휴전선 이남 지역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한·미·일 안보 협력 차원에서 유사시 당연히 사전 논의 과정을 거칠 것’이라고 완곡히 답했다. 결국 양국 협력의 중요성에 대해 인식을 같이한다는 수준에서 공식 입장이 정리됐다.”
Q : 군사적 측면에서 보면 어떤가.
A : “북한이 미사일을 쏘면 7분30초 만에 일본 전역에 닿는데 사전 동의가 현실적으로 가능할지는 의문이다. 일본이나 미국이 북한의 공격을 받는 상황은 한반도에서의 전쟁 상황을 전제하기 때문에 이런 공감대를 바탕으로 사전 대처를 해나갈 필요가 있다. 한·미·일의 긴밀한 정보 공유는 물론 유사시 상호 역할 분담과 대처를 위한 훈련도 진행해야 한다. 그동안 한·일 간에는 유사시 군사작전에 대한 역할 분담 논의가 없었던 만큼 관련 논의가 시급하다.”
Q : 제이크 설리번 미 국가안보보좌관은 ‘대담하고 역사적인 조치’라며 반겼다.
A : “미국은 옛 소련과 맺은 중거리핵전력조약(INF) 때문에 역내 배치한 중거리 미사일(사거리 500~5500㎞)이 전무하다. 반면 중국은 탄도미사일 1900발과 순항미사일 300발을 배치했다. 이 때문에 한반도와 대만해협 유사시 중국이 이길 거란 우려가 크다. 일본이 최대 500발의 미국산 토마호크 순항미사일 구매와 독자적인 장사정 미사일 개발·배치에 향후 5년간 5조 엔(약 48조원)을 쏟기로 한 배경이다.”
Q : 일본은 방위비도 두 배로 늘리기로 했다.
A : “방위비 증액은 3대 안보 문서 개정의 핵심 중 하나다. 한편으론 미국의 요구와도 맞닿아 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때부터 미국은 동맹국들이 GDP의 2% 정도를 국방비로 편성해 안보 비용을 공동 분담해야 한다는 논리를 폈다.”
Q : 일본의 구체적인 전력 증강 방향은.
A : “적 기지를 공격할 수 있는 반격 능력은 물론 미사일 위협을 조기에 탐지하기 위한 정찰위성과 경계 감시 체계를 확충할 것이다. 우주전·전자전 등 미래전에 대비한 예산도 늘린다. 방위산업 활성화도 명시했다. 경항공모함 등 전 세계 전력 투사 능력 확대에도 적잖은 방위비를 투입할 것으로 보인다.”
Q : 한국의 국방비 증대가 일본을 자극했다는 분석도 나오는데.
A : “1990년대 초만 해도 한국의 국방예산은 일본의 절반 수준이었다. 그러다 지난해 일본 방위비 규모를 넘어섰다. 평소 같으면 일본 내에서 반발이 심할 법한데 다른 목소리도 나온다. 한반도 안보전문가인 미치시다 나루시게 일본 정책연구대학원 교수도 ‘북·중·러 연대와 대만 문제 등 현실적 상황을 고려하면 한국군이 미군의 전략적 분산을 막아주는 게 일본에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Q : 윤석열 정부는 한·일 군사 협력을 심화할 것으로 보나.
A : “현 정부는 비정상적으로 가동되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을 정상화하고 있다. 양국 간 정보 공유는 군사적 신뢰를 바탕으로 한다. 그런 의미에서 새로운 지소미아 개념이 필요하다. 한·미·일이 분리된 형태가 아니라 하나가 되는 내용이 포함돼야 한다. 북한의 다양한 위협을 아주 짧은 시간 내에 대처하기 위해선 정보 공유 대상을 북한의 핵·미사일로 한정할 게 아니라 보다 확대할 필요가 있다.”
정영교 기자 chung.yeongg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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