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서 곤충이 사라지면 인간도 살 수 없다”
최근 수십년 동안 급격하게 감소
생태계 먹이사슬에 치명적 영향
지구의 ‘여섯 번째 대멸종’ 우려
인섹타겟돈/올리버 밀먼/황선영 옮김/블랙피쉬/2만1000원
“독일의 자연보호구역 63곳에서 덫에 걸린 날아다니는 곤충의 연간 평균 무게를 측정한 결과, 1989년 이후 무려 76%가 줄어들었다. 더구나 곤충이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계절인 여름에는 평균 무게가 82%나 줄었다….”
이후 곤충 멸종 문제를 다룬 연구와 논문이 쏟아졌고, 인류는 마침내 곤충이 놀라운 속도로 죽어가는 현실을 자각하기 시작했다. 인간에게 알려진 동물 종의 4분의 3을 차지하는 곤충이 멸종한다면 지구의 ‘여섯 번째 대멸종’으로 이어질지 모른다는 우려 역시 확산했다. 왜냐하면, 4억년간 다섯 번의 집단 멸종도 꿋꿋하게 이겨낸 곤충 없이는 인류가 존재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곤충은 왜 이렇게 죽어가고 있을까. 우선, 인간이 대규모 농업을 위해 곤충을 혹사해 왔다. 예를 들면, 미국 캘리포니아에서는 매년 2월이면 겨울잠을 자는 꿀벌들을 대형 트럭에 실어서 센트럴밸리로 운송한다. 억지로 꿀벌의 잠을 깨워 아몬드나무의 이화 수분을 돕도록 하는 것이다. 아울러 해충으로부터 농작물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너무나 많은 살충제를 살포해 왔고, 정원을 가꾼다며 곤충에게 이로운 환경을 모두 치워버리기도 했다. 기후 변화도 주요하게 작용했지만, 인간이야말로 곤충 멸종 사태를 초래한 주요한 범인인 셈이다.
곤충의 위기는 수많은 문제를 연쇄적으로 야기한다. 당장 곤충의 죽음은 새나 쥐, 개구리 등의 개체수 변화에 악영향을 미친다. 호주에선 보공나방의 개체수가 급감하자, 이를 먹고 사는 꼬마주머니쥐가 굶어 죽었다. 커다란 딱정벌레를 먹고 사는 붉은등때까치의 경우 1990년대 이후 영국에서 멸종됐다. 나방을 먹고 사는 스웨덴 생박쥐 역시 급격하게 개체수가 감소했다. 곤충이나 식물을 먹이로 삼는 작은 동물부터 차례로 생태계가 무너져 생물 다양성을 위협하는 것이다.
곤충이 사라지면 식량 생산 시스템이 붕괴돼 세계적으로 기아 문제 등을 야기할 수도 있다. 왜냐하면 전 세계 식량 작물 생산량의 3분의 1 이상이 벌이나 나비, 파리, 나방, 딱정벌레 같은 곤충의 수분 작용에 의지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곤충을 지키기 위해 이제 모두 나설 때라며, 앞으로 전개될 암울한 디스토피아를 보여준다. 만약 이 세상에서 곤충이 사라진다면 벌어질 암울한 미래를.
“… 얼마 지나지 않아 지구상에 있는 생명체 대부분을 지탱해주는 지주가 뽑혀나갔다. 꽃이 피는 식물의 약 90%가 수분 매개자에 의지해서 번성했다. 하지만 자연적인 수분이 불가능해지고 곤충이 영양분을 흙으로 돌려보내지 못하게 되자, 식물들이 죽고 말았다. 정원은 사막처럼 변해버렸다. 야생 목초지는 사라졌고, 열대 나무들도 볼 수 없게 되었다. 전 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이 꽃 피는 식물로 만든 음식을 먹었던 만큼 굶주림이 몇 배로 심해졌다. 생태계가 통째로 무너졌고, 기후변화가 가속화되었다. 황폐해진 지구에서 생명체가 연이어 멸종했다. 살아남은 생명체들의 고통은 마침내 끝났다.”
김용출 선임기자 kimgij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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