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에 대항하는 유일한 보루, 인권은 어떻게 탄생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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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족의 딸 쥘리는 평민 출신 가정교사인 생 프뢰와 사랑에 빠졌다.
하지만 쥘리의 아버지는 딸이 무일푼인 생 프뢰와 결혼하는 것에 반대했다.
비록 소설은 인권을 주제로 다룬 건 아니었지만, 쥘리는 독자에게 등장인물과의 강렬한 동일시를 자극했다.
18세기 프랑스 문화사의 권위자이자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학 명예교수인 저자는 책에서 인권에 대한 관념이 어떻게 발생하고, 어떤 과정을 거쳐 실천되었는지를 역사적 근거를 가지고 파고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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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의 발명/린 헌트/전진성 옮김/교유서가/2만2000원
귀족의 딸 쥘리는 평민 출신 가정교사인 생 프뢰와 사랑에 빠졌다. 하지만 쥘리의 아버지는 딸이 무일푼인 생 프뢰와 결혼하는 것에 반대했다. 쥘리는 결국 아버지의 목숨을 구한 적 있는 중년의 러시아 군인 볼마르와 결혼했다. 쥘리는 나중에 물에 빠진 어린 아들을 구해낸 뒤 죽어간다.
중세의 아벨라르와 엘로이즈가 주고받은 서간 이야기를 모티브로 한 장 자크 루소의 소설 ‘쥘리, 혹은 신엘로이즈’의 줄거리다. 루소가 ‘사회계약론’를 쓰기 전에 펴낸 이 소설은 프랑스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저자에 따르면, 서구에서 인권이라는 개념은 18세기 이전에는 없었다. 영어권에서는 ‘자연권’이나 그저 간단히 ‘권리들’이라는 표현이 선호된 반면, 프랑스에서조차 1760년대에야 인권이라는 새로운 표현이 등장했다. 즉, 장 자크 루소의 ‘사회계약론’이 등장한 이후에야 ‘인간의 권리’가 프랑스에서 통용됐다는 것이다.
저자는 18세기 소설 읽기와 그림 감상 등 새로운 문화 체험이 사람들에게 타인 역시 자신과 같은 인간이라는 상상된 공감을 만들어냈다고 본다. 공감의 감정이 대중적으로 확산하면서 1776년 미국 ‘독립선언문’과 1789년 프랑스의 ‘인권과 시민의 권리 선언’ 같은 사회정치적 권리 선언을 낳았고, 고문의 폐지로 나아갔다는 것이다.
하지만 인권은 19세기 민족주의가 쇄도하고 여기에 종족성의 문제가 결합하는 한편, 사회주의 이념과 그 체제가 형성되면서 장기적인 성공에는 실패했다. 그럼에도 인권은 악에 대항하기 위해 공유하는 유일한 보루라는 점에서 여전히 유의미하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권이선 기자 2s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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