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재정권에 저항한 ‘전사 시인' 삶과 문학의 궤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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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답답해서 미치겠어라우. 이렇게 미적지근하게 해서야 유신 독재가 언제 끝나요? 차라리 아무것도 안 하고 살등가. 나는 그냥 화끈하게 싸우고 싶소."
1978년 어느 날, 해남에 내려와서 대하소설 '장길산' 집필에 몰두하고 있던 황석영의 집에 찾아온 김남주가 한참 술잔을 기울이다가 불쑥 이런 말을 꺼냈다.
자신을 '전사'로 칭했고 평생에 남긴 시 510편 가운데 무려 360편을 옥중에서 탄생시킨 김남주 시인의 삶과 문학의 궤적을 담은 책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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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주 평전/김형수/다산책방/2만2000원
“나는 답답해서 미치겠어라우. 이렇게 미적지근하게 해서야 유신 독재가 언제 끝나요? 차라리 아무것도 안 하고 살등가. 나는 그냥 화끈하게 싸우고 싶소.”
황석영은 대중운동이 이제 겨우 출발하는 중이니 조금 기다리자고 김남주에게 권했다. “야, 두고 봐. 해남농민회가 전남농민회로 나아가는 과정을 보라구.”
이튿날 김남주는 황석영과 헤어지면서 형수에게 손수건에 싼 무언가를 건네고 떠났다. 김남주가 떠난 뒤 손수건을 펼쳐 보니 거기에는 편지 두 통이 있었다. 체 게바라가 쿠바를 떠나면서 피델 카스트로에게 남긴 편지와, 체 게바라가 그의 어린 딸에게 남긴 편지. 황석영은 이때 생각했다. 남주가 체 게바라의 길을 가기로 작정했구나.
김남주는 이후 서울로 올라가서 ‘남조선민족해방전선’(남민전) 준비위원회에 가입해 활동했다가 이듬해 동지들과 함께 체포 투옥됐다. 그는 옥중에서 첫 시집 ‘진혼가’를 시작으로 시집 ‘나의 칼 나의 피’, ‘조국은 하나다’를 차례로 발표하며 마침내 한국 현대문학 사상 최고의 ‘전사 시인’이 됐다.
자신을 ‘전사’로 칭했고 평생에 남긴 시 510편 가운데 무려 360편을 옥중에서 탄생시킨 김남주 시인의 삶과 문학의 궤적을 담은 책이 나왔다. 책에는 고향 해남에서 형성된 정신적 원형질부터 시작해 최초 반유신 지하신문 ‘함성’을 발간하는 내밀한 과정이나 옥중에서 우유갑과 은박지에 꾹꾹 눌러쓴 시를 비밀리에 빼내서 옥중시집으로 출간한 일 등이 빼곡히 담겨 있다.
김용출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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