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멸종도 견뎠는데…사라지는 곤충들

천권필 2022. 12. 24. 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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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섹타겟돈
인섹타겟돈
올리버 밀먼 지음
황선영 옮김
블랙피쉬

어렸을 적 시골길을 달릴 때면 자동차에 부딪혀 죽는 곤충들. 언젠가부터 눈에 띄게 줄었다. 야외 조명에 달라붙던 벌레도 이전만큼 우글거리지 않는 것 같다.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곤충은 줄어가고 있다. 이 책 『인섹타겟돈(Insectageddon)』은 곤충(Insect)과 아마겟돈(Armageddon)을 합친 제목처럼 곤충 멸종 사태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미국에서 ‘가디언’의 환경전문기자로 활동하는 저자 올리버 밀먼은 전 세계에 무려 1000경 마리나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곤충을 다시 주목했다. 지난 4억 년간 있었던 다섯 번의 집단 멸종을 이겨내고 꿋꿋하게 생존해 온 곤충이 놀랄만한 속도로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전 세계 곤충학자들의 방대한 연구 결과를 토대로 유례없이 가속화되고 있는 곤충의 멸종 현상을 추적했다.

책에 나온 사례들은 흥미로우면서도 충격적이다. 잉글랜드에서는 21세기 이후 반딧불이 개체 수가 4분의 3이나 줄었으며, 이탈리아에서는 쇠똥구리가 사라졌다. 곤충의 실종은 생태계의 연쇄 붕괴로 이어졌다. 오스트레일리아에서는 보공나방의 개체 수가 급감하자 이를 먹고 사는 꼬마 주머니쥐가 굶어 죽었다.

저자는 서식지 파괴와 살충제, 기후변화 등 인류 문명이 초래한 것들이 곤충의 생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다각도로 보여준다. 그러면서 곤충의 멸종이 인류를 포함해 지구의 여섯 번째 대멸종을 불러올 수 있다고 경고한다. 전 세계 식량 작물 생산량의 3분의 1 이상이 곤충의 수분 작용에 의지하기 때문에 곤충의 멸종은 식량 시스템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 저자는 이 밖에도 인간이 그토록 혐오하는 모기나 바퀴벌레가 인류의 생존에 어떤 도움을 주는지에 대해 설명하면서 곤충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공하기도 한다.

인간은 자신들이 자초한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까. “이 재앙은 언젠가 최악의 순간을 맞을 것이다. 다행히 아직은 그 순간에 가까이 다가간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어딘가로 미끄러져 내려가고 있다.” 원제 The Insect Crisis.

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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