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BA]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신흥 명장-특급 가드의 만남…고민의 시간 다가온다

김호중 2022. 12. 23. 2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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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김호중 객원기자] 클러치 시간을 지배하는 듀오가 떴다. 신흥 명장으로 떠오르는 젊은 감독, 이를 100% 이행해내는 차세대 슈퍼 스타 선수의 조합이 매우 좋다. 2달 사이에, 경기 종료 직전 극적인 역전 득점을 만들어낸 것이 벌써 세 번째다. 지금도 무서운 이들이 더 경험이 쌓이면 얼마나 더 무서워질지 궁금해진다.

오클라호마시티 썬더는 최근 20일(이하 한국시간), 22일 열린 포틀랜드 트레일블레이저스와의 2연전을 각각 123-121, 101-98로 따냈다. 선수단 평균 연령 22.5세, 리그에서 가장 어린 팀인 오클라호마시티는 베테랑들이 대거 포진한 포틀랜드를 노련하게 따돌렸다. 최연소 선수단과 젊은 감독(37)이 합작한 연승이다.

상대 포틀랜드 입장에서는 치욕적인 연패다. 두 경기 연속 원 포제션 차이로 패배했다. 사실 직전 경기에서 근소하게 패배한 팀과 바로 경기를 독기가 가득 충전된채로 경기에 임하게 된다. 하지만 오클라호마시티는 또 한 번 포틀랜드를 근소하게 따돌렸다. 포틀랜드 입장에서는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다.

올 시즌 오클라호마시티의 상승세는 상당히 인상적이다. 오클라호마시티는 리그에서 평균 연령이 가장 어린 팀이고, 올 시즌 대권 도전이 아닌 유망주 육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팀이다. 시즌 전 2022 NBA 드래프트서 2순위로 지명한 특급 유망주 챗 홈그렌까지 부상을 당했다. 비공식적으로 탱킹으로 노선을 확실시한 순간이다.

하지만 오클라호마시티는 이같은 전력 열세에도 불구하고 올 시즌 상당히 매력적인 농구를 보여주고 있다. 10월 말에 우승 후보 로스앤젤레스 클리퍼스와의 연전을 싹쓸이하는가 하면, 그 뒤로 댈러스 매버릭스, 뉴욕 닉스 등을 잡아내며 강호 킬러로서의 면모를 쌓아가고 있다. 최근 3연승을 달리고 있는데, 그 기간 잡아낸 팀이 서부 1위였던 멤피스 그리즐리스와 상승세의 포틀랜드(2번)였다.

이쯤되면 현실적인 고민을 할 시간이 되었다. 오클라호마시티의 기존 계획은 확실했다. 탱킹에 집중해 빅터 웸벤야마, 스콧 헨더슨 등의 특급 유망주를 한 명 더 지명한 뒤 홈그렌까지 합류한 시점부터 외부 FA 선수 영입을 통해 윈나우를 구현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오클라호마시티의 자체적인 시즌 준비가 너무 훌륭했고, 그 결과 대표적인 대권 도전 팀들인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서부 11위), 로스앤젤레스 레이커스(서부 13위)의 중앙인 서부 12위에 위치하고 있다.

플레이인 토너먼트 마지노선인 서부 10위와는 단 두 경기 차. 플레이인 토너먼트 상위 시드에 해당하는 서부 7위와는 불과 3.5경기 차다. 오클라호마시티는 최근 5경기에서 5승 5패를 기록하고 있다. 그러면서 기존 계획대로 탱킹 기조를 유지해야하는지, 혹은 노선을 틀어 플레이오프 도전에 집중해야 하는지 자체적인 고민을 떠안게 되었다.

오클라호마시티에게 이처럼 남모를 고민을 안겨준 주인공은 영혼의 단짝으로 거듭난 샤이 길저스 알렉산더와 마크 데그널트 감독이다. 두 인물은 각자의 자리에서 최고의 역량을 발휘하고 있다. 오클라호마시티의 탱킹 실패(?)의 주요 원인이다.

길저스 알렉산더는 올 시즌 경기당 31.2점 5.7어시스트를 기록하고 있다. 생애 첫 올스타 승선이 확실시 된다. 올시즌 길저스 알렉산더가 뛴 1035분서 오클라호마시티는 오펜시브 레이팅 115를 기록하고 있는 반면 그가 뛰지 않은 518분에서는 106을 기록하고 있다. 그의 존재가 곧 팀의 공격을 뜻한다.

그의 조력자 마크 데그널트 감독도 크게 칭찬받아 마땅하다는 평가다. 37살 젊은 감독인데 작전 설계 및 선수단 운영은 베테랑 감독 이상이다. 일단 G리그와 1군간의 연계가 매우 좋다. 직전 경기서 주전으로 뛰었던 선수들을 다음날 G리그로 내려서 출전시키는 등 선수 육성을 위해서 과감한 선택들을 계속 내리고 있다. 우스만 젱, 제레마이 로빈슨 얼 등이 이같은 통합 시스템의 수혜를 보고 있다.

그리고 본인도 육성에 초점이 맞춰져있는 G리그 팀서 오랫동안 감독을 해본 만큼 1군 무대서도 탁월한 선수 육성을 보여주고 있다. 대표적으로 길저스 알렉산더가 이처럼 성장한데는 데그널트 감독의 공을 빼놓을 수 없다. 비시즌 훈련을 직접 설계해줄때처럼 디테일있는 지도가 돋보이는 반면, 때로는 인터뷰서 “과도한 플레이콜링은 과잉 지도다. 그의 역량을 방해할 수 있다”며 조심하는 등 길저스 알렉산더가 창의성을 펼쳐야 할때는 묵묵히 지켜보는 지혜를 보여준다.

그밖에도 알렉셰이 포쿠솁스키, 루겐츠 도트, 로빈슨 얼 등이 1군 무대 선수로 키워낸 것은 그의 역량을 단번에 보여준다. 2022 드래프트 12순위 신인 제일런 윌리엄스도 데뷔하자마자 이달의 신인상을 수상하며 빠르게 NBA 무대에 녹아들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데그널트 감독이 인상적인 것은 ATO(After Time Out) 작전 지시다. 그의 영혼의 파트너 길저스 알렉산더와 경기 막바지마다 보여주는 모습들은 경기력의 극치라는 평가다.

길저스 알렉산더는 올 시즌 약 두 달 사이에 경기 종료 초직전, 역전 득점을 무려 세 번이나 올렸다. 11월 10일 밀워키 벅스 전 연장전 종료 직전 역전 3점슛을 성공시킨데 이어, 11월 17일 워싱턴 위저즈와의 경기서는 경기 1초를 남기고 121-120으로 역전시키는 3점슛을 성공시켰다. 12월 21일 포틀랜드와의 경기서는 종료 버저와 함께 123-121로 역전시키는 미드레인지 점퍼를 성공시켰다.

사실 언뜻보면 길저스 알렉산더의 개인 기량으로 만들어낸 득점 같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오클라호마시티는 길저스 알렉산더와 동료 선수들간의 기량 차이가 매우 심한 편이다. 상대 팀들은 클러치 상황에서는 길저스 알렉산더가 볼을 잡을 것을 예상하고 이를 철두철미하게 대비한다.

이를 역이용하는 감독의 작전 지시가 없었다면 오클라호마시티는 결코 길저스 알렉산더의 위닝샷을 3번이나 만들어내지 못했을 것이다. 때로는 탑에서 볼을 잡은 뒤 왼쪽 코너에서 3점슛을 지시하는가하면, 이 작전이 파악되었다고 생각하면 베이스라인에서 볼을 잡게 한 뒤 돌파와 미드레인지 슛, 두 개의 옵션을 모두 가능하게 해주는 등 변화무쌍한 작전들을 보여주고 있다.

올 시즌 댈러스 매버릭스의 루카 돈치치가 클러치 상황에서 별다른 위협이 되지 못하고 있는 것을 떠올려보자. 팀들은 결국 돈치치에게 공이 갈 것을 예상하고 그에게 블릿지 수비를 보내자 돈치치는 전혀 힘을 못 쓰고 있다. 냉정하게 이는 댈러스 제이슨 키드 감독과 오클라호마시티 데그널트 감독의 역량 차이에서 기인한 차이다.

올 시즌 팀의 특급 에이스로 거듭난 길저스 알렉산더, 그리고 차기 신흥 명장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데그널트 감독은 그야말로 영혼의 듀오로 거듭났다. 상대 팀 입장에서는 클러치 시간을 지옥의 시간으로 만들어주는 두 인물이다. 이 영혼의 듀오 때문에, 오클라호마시티는 현실적인 고민에 휩싸였다. 기대보다 너무 잘하는 이 팀의 운명은, 과연 탱킹일까, 플레이오프일까?

#사진_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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