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에 있어야 할 놈이 내려왔다”…‘딱’ 걸린 영하 54도 범인

이상규 매경닷컴 기자(boyondal@mk.co.kr) 2022. 12. 23. 2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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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 영화 ‘투모로우’ 한장면. [사진출처 = 영화 영상 캡처]
영하 50도까지 떨어지는 등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북미 대륙을 덮친 기록적인 한파의 주범으로 ‘극속용돌이’가 지목되면서 이에 대한 관심이 높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는 22일(현지시간) 최근 북극에서 내려온 차갑고 건조한 대기가 미국을 덮치면서 체감기온이 시카고 영하 53도, 테네시주 멤피스 영하 54도 등으로 급강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번 한파는 강한 눈보라까지 동반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크리스마스에서 신년까지 이어지는 연말연초 여행성수기를 앞두고 항공편이 수천편 결항하는 등 여행 대란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 이같은 강력한 한파가 닥친 가장 큰 이유는 북극 주변을 맴도는 차갑고 건조한 공기 덩어리인 ‘극소용돌이’가 미국 대륙까지 내려왔기 때문이다. 북극 극소용돌이는 겨울철에 가장 강해진다.

일반적으로 극소용돌이는 정상적인 조건에서 대류권 상층부에서 부는 강한 편서풍인 제트기류에 갇혀 남하하지 못하고 북극 주변에 머문다. 그런데 제트기류가 약해져 아래로 늘어지면서 이를 따라 극소용돌이가 경로를 이탈하고 남하하면서 미 대륙까지 손길을 뻗친 것이다.

특히 북극에 있어야 할 극소용돌이의 남하 속도가 빨라지면 이 소용돌이에 노출된 지역은 수 시간 안에 기온이 수십도까지 떨어질 수 있다.

시카고와 멤피스가 그런 경우다. 궤도를 이탈한 극소용돌이가 제자리로 돌아가 안정을 찾을 때까지 이러한 이상 기후는 이어진다. 전문가는 최대 수 주동안 지속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과학계에서는 이러한 현상이 왜 일어나는지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

다만 기후 온난화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가설만이 있다. 일부 과학자는 북극 온난화로 제트기류가 약해진 것이 원인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북극의 온난화와 제트기류 사이의 상관관계를 발견하기 어렵다는 과학자들도 있다. 영국 엑서터 대학의 연구원들은 2020년 네이처 기후변화 저널에 실은 논문에서 1990∼2000년대에 관측된 차가운 극단과 제트기류 파형 등 기후 관련 측정값의 단기 추세가 지난 10년간 일관적이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는 북극의 기온 상승이 제트기류에 영향을 미쳤다는 주장을 약화하는 근거로 볼 수 있다.

또 다른 과학자는 열대 태평양의 해수면 온도가 제트기류와 극소용돌이를 교란하는 북극 기단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가설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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