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일호의미술여행] 지난 일들 돌아보되 그 의미도 읽어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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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선으로 아홉 개 사각형을 구분 짓고, 빨간색 위엔 '빨간', 하얀색 위엔 '하얀'이라고 써 놓았다.
그래서 개념미술은 작품의 물리적 제작에 쓰이는 매체나 방식은 그다지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
이런 작품은 어떻게 감상해야 할까? 감상자도 작품의 외적 형태보다 그 이면에 있는 예술가의 생각을 읽어내야 한다고 개념미술가들은 주장한다.
한 해의 일들을 돌아보되 그 의미를 읽어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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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개념미술은 작품의 물리적 제작에 쓰이는 매체나 방식은 그다지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 아이디어를 표현하기 위해 숫자나 언어도 사용하고, 어떤 매체도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심지어 예술가의 아이디어가 시각적 형태로 만들어지지 않더라도 그 아이디어만 읽힌다면 상관없다는 식이다.
이런 작품은 어떻게 감상해야 할까? 감상자도 작품의 외적 형태보다 그 이면에 있는 예술가의 생각을 읽어내야 한다고 개념미술가들은 주장한다. 감상자가 보는 관람자가 아닌 읽는 독자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생각해보자. 우리가 접하는 작품들 중에는 눈으로 보면서 아름다움과 감동을 느끼는 것도 있지만, 예술가의 생각을 머리로 읽어내는 작품도 많이 있다. 그리고 나 자신을, 내 주변과 사회를 되돌아본다. 그런데 지금까지 우리는 너무 보는 것에만 집중해서 작품을 대했다.
이제부턴 감상자가 보는 것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데 그치지 말고, 그 이면을 읽고 생각하는 적극적·능동적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 솔 르윗 작품의 의도다. ‘보는 작품에서 읽는 작품으로’라는.
올해도 한 주만 남겨 두고 있다. 좋고 나쁜 많은 일들과 함께하며, 열광한 때도 있었고 가슴 졸인 때도 있었다. 이젠 이 모든 것들을 떠나보내야 할 때다. 한 해의 일들을 돌아보되 그 의미를 읽어내면서.
박일호 이화여대 교수·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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