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비밀경찰서' 지목된 식당 "다음주 장사 접고 폐업"(종합)
(서울=연합뉴스) 김잔디 이승연 김윤철 기자 = 중국이 해외에서 활동하는 반체제 인사를 탄압하려고 해당 국가에서 '비밀 경찰서'를 운영한다는 의혹과 관련해 국내 거점으로 지목된 한 식당이 다음 달 폐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방첩당국은 서울 강남권의 한 중국 음식점이 한국 내 비밀경찰 조직의 거점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영업 실태 등을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23일 전해졌다.
식당 관계자는 이날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비밀 경찰서 의혹을 "헛소문"이라고 부인하면서도 구체적인 답변은 거부했다.
이 식당은 출입문에 '예약 손님만 받습니다. 이해해주시기 바랍니다'라는 안내문을 붙여놓은 채 일반인 출입을 제한했다. 그마저도 이달 말까지만 운영한다고 식당 관계자는 전했다.
식당에서 만난 한 중국인 관계자는 "비밀 경찰서 소식 때문이 아니라 1년 전부터 걸려있던 소송이 이제 끝나 장사를 정리하는 것"이라며 "나가달라는 요청에 따라 12월 31일자로 마감하고 1월 1일에 모두 떠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애초 이 식당은 홈페이지 등에 내년 1월 1일부터 31일까지 인테리어 공사 문제로 임시 휴무하겠다고 공지했었다.
식당을 운영하는 법인 등기에 따르면 이 법인은 2017년 설립돼 2018년 음식료매장과 무역·예식장·연회장·중국음식점 등을 한다고 신고했다. 사내이사에 포함된 한 인물은 재한 중국인 단체의 임원을 맡고 있다.
이 식당은 대형 홀을 두고 행사와 연회 등을 주로 열어온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인들이 단체로 방문하거나 행사를 열었고 수시로 문을 닫았다가 연다고 한다. 내부는 중국풍으로 꾸며져 있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관련한 중국어 서적이나 역사책도 눈에 띄었다. 일부 직원은 이곳에서 숙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식당은 건물 소유주와 임대차 계약 문제 등으로 마찰을 빚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식당 앞에는 "입점 업체 모두 불법 점유자로 무허가 영업 중"이라는 경고문이 붙어있었다. 관리사무소 직원은 "경매로 소유주가 바뀌었는데 재계약을 하지 않은 걸로 안다"고 말했다.
임대료를 제대로 내지 않아 갈등을 빚었고 이 때문에 사실상 영업을 계속하기 어려운 상황일 것이라고 주변 상인들이 전했다.
앞서 스페인에 본부를 둔 국제인권단체 '세이프가드 디펜더스'는 중국이 우리나라를 포함해 53개국에 걸쳐 102개 이상의 비밀 경찰서를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비밀 경찰서에서는 도망친 중국 반체제 인사들을 압박해 본국으로 돌아가도록 하고 정보를 수집하는 활동을 한다는 게 이 단체의 주장이다.
중국의 한국 내 비밀경찰서 운영이 사실이라면 타국에서의 활동에 관한 관행이나 국제규범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 주재국의 승인 없이 공식 외교공관이 아닌 장소에서 영사 업무를 하는 경우 '영사 관계에 관한 비엔나 협약'에 어긋난다.
우리 정부는 군·경찰 방첩조직 등이 참여하는 가운데 범정부 차원에서 중국의 한국 내 비밀경찰서 개설 의혹에 관해 확인 작업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공식적으로 확인해줄 수 있는 내용은 없다는 입장이다.
한 당국자는 "방첩업무 규정에 따라 국익을 침해할 수 있는 외국의 정보활동을 찾아내고 그 정보활동을 견제·차단하기 위해 하는 정보 수집 등에 집중하고 있지만, 특정 국가나 사안에 대해 공개적으로 언급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우리 외교부 역시 전날 "먼저 사실관계 등이 파악돼야 할 것"이라며 현시점에 특별히 언급할 내용이 없다고 밝혔다.
중국 외교부는 한국 내 비밀 경찰서 운영과 관련한 의혹을 부인했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전날 정례 브리핑에서 한국 내 '비밀 경찰서' 설치 의혹에 대한 연합뉴스의 질의에 "중국은 일관되게 내정 불간섭 원칙을 견지하고 국제법을 엄격히 준수하며, 각국의 사법 주권을 존중해왔다"며 "당신이 거론한 소위 중국의 해외 경찰서는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주한 중국대사관 역시 비밀경찰서 의혹에 유감을 표했다.
jand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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