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6억 전세 사기’ 건축왕 일당 구속영장 기각…“범죄혐의 다툼 여지”
260억원대 전세 보증금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 건축업자 등 5명에 대한 구속영장이 모두 기각됐다.
인천지법 소병진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3일 사기와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를 받는 건축업자 A씨(61) 등 5명의 구속 영장을 기각했다.
소 부장판사는 A씨 등 2명에 대한 기각 사유로 “범죄혐의에 대한 다툼의 여지가 있으며 심문에 임하는 태도와 일정한 주거와 직업, 가족 관계 등을 종합해 볼 때 현재 단계에서 구속해야 할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같은 혐의를 받는 나머지 3명에 대해서는 “공모관계 등 범죄의 성립을 둘러싼 다툼의 여지와 출석 상황, 심문에 임하는 태도 등을 종합해 보면 구속의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들은 지난해 3월부터 지난 7월까지 인천 미추홀구 일대 아파트와 빌라 등 공동주택 327채의 전세 보증금 266억원을 세입자들로부터 받아 가로챈 혐의 등을 받고 있다.
이들은 지난해부터 자금 사정 악화로 아파트나 빌라가 경매에 넘어갈 가능성이 있는데도 무리하게 세입자들을 상대로 안심시키며 전세 계약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주택담보대출 이자와 각종 세금이 연체돼 계약 만료 시기가 도래하면 전세 보증금을 돌려줄 수 없는 상황임에도, 오히려 보증금을 수천만원씩 올리며 계약을 유지한 경우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10여년 전부터 주택을 사들이기 시작한 A씨는 지인 등으로부터 명의를 빌려 아파트나 빌라 건물을 새로 지은 뒤 전세 보증금과 주택담보대출금을 모아 또 공동주택을 신축하는 식으로 부동산을 늘려갔다.
A씨 소유 주택은 인천과 경기도 일대에 모두 2700채로 대부분은 그가 직접 신축했다. 이는 빌라 1139채를 보유했다가 전세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고 숨진 이른바 ‘빌라왕’보다 2배 이상 많은 규모다.
A씨와 함께 구속영장이 신청된 4명은 바지 임대업자와 공인중개사를 관리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귀한 기자 g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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