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걸음 걸었으면 두 걸음 물러서라[김민정의 도쿄 책갈피]
<나의 아구아를 찾아서>
후카자와 우시오
경향신문 연재가 마무리된다는 연락을 받은 후, 마지막으로 어떤 책을 소개할까 오래 고민했다. 이 코너를 맡으면서 가장 오랜 시간을 투자한 것은 책을 고르는 일이었다. 서점대상, 아쿠타가와상, 나오키상, 베스트셀러, 여성과 약자들을 담은 책을 주로 다뤘다. 마지막으로 소개하는 책은 이번주 발매된 동포 작가 후카자와 우시오의 <나의 아구아를 찾아서>이다. 일본을 살아가는 수많은 여성을 소설에 등장시켜 일본 사회의 단면을 그려온 작가이며, 재일동포 및 한국인 차별에 당당하게 맞서온 작가다.
<나의 아구아를 찾아서>에서는 직장인이자 플라멩코 댄서인 리코의 7년간의 연애와 삶을 그려냈다. 2010년의 리코는 20대 후반이다. 어느 날 회사가 망하고 연인과도 헤어진 리코는 무작정 스페인으로 가는 비행기에 오른다. 스페인에서 플라멩코와 스페인어를 배우기 시작한다.
일본에서 스페인 전통 무용인 플라멩코는 인기가 높다. 플라멩코를 배우는 사람이 약 5만명이 된다고 한다. 동네마다 플라멩코 교실이 하나쯤은 있을 정도다. 리코 역시 플라멩코에 푹 빠진 인물로 일본에서의 악몽을 잊기 위해 스페인으로 날아가지만, 에밀리오라는 사기꾼을 사귀면서 인생이 또 한 번 틀어진다.
2016년의 리코는 플라멩코 기타를 치는 호세와 연인이 되어 다시금 스페인을 찾는다. 플라멩코보다 연인에게 푹 빠진 자신을 반성한 리코는 연인을 떠나 스페인 남부 세비야로 간다. 전설의 일본인 무희 도미코를 만나 그녀가 암투병 중이란 사실을 알게 된다. 도미코는 리코에게 “너의 아구아를 찾으라”고 조언한다. 아구아는 스페인어로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것을 말한다.
2017년의 리코는 연인과 결별하고 홀로 무대에 선다. 마침내 발견한 아구아는 다름 아닌 자기 자신이었다. “전신에 번개를 맞은 것 같다. 이제 알겠다. 리코에게 아구아는 자기 자신이란 사실을. 없어서는 안 될 유일한 것” “어느 누구에게도 지배받지 않으며, 어느 누구에게도 쓸데없이 고개 숙이지 않으며, 자신을 가지고 산다는 것”이라고 7년이 지나 리코는 깨닫는다.
일본의 국민가요라고 불리는 ‘365보의 마치’라는 엔카가 있다. “행복은 걸어오지 않는다. 그래서 걸어가야 해. 하루 한 걸음, 사흘에 세 걸음, 세 걸음 걸었으면 두 걸음 물러나야지”로 시작하는 이 엔카는 1960년대 음반이 100만장 이상 팔리는 대히트를 쳤다. 세 걸음 걸었다 두 걸음 물러서도 괜찮다고 듣는 이들을 위로해주는 노래다. 행복은 쉽게 찾아오지 않지만 언젠가는 내 발걸음이 나를 행복으로 이끌어줄 것이다.
2022년도 얼마 남지 않았다. 우리는 어떻게 하면 행복해질 수 있을까? 나를 행복하게 만들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은 나 자신일 것이다. 후카자와 우시오가 건네는 인생의 정답과 스페인의 밝고 열린 정서가 잘 버무려진 따뜻하고 매혹적인 소설이다. 핀초, 와인, 투우, 플라멩코, 피카소와 게르니카, 정열적인 스페인 남성들. 가벼운 배낭 하나 메고 스페인으로 떠나고 싶어진다. 거기에 가면 우리는 자신을 만날 수 있을까? 나를 더 사랑할 수 있다면 그런 여행은 가장 값진 여행이 될 것이다.
김민정 재일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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