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극빈층의 ‘리얼한 삶’을 담다[책과 삶]
태풍의 계절
페르난다 멜초르 지음·엄지영 옮김
을유문화사 | 360쪽 | 1만5000원
멕시코 베라크루스주는 마약, 실종, 살인, 암매장 등의 키워드로 종종 외신에 보도되는 지역이다. 페르난다 멜초르(40)는 이곳에서 태어나 저널리즘을 공부한 뒤 작가가 됐다. 저널리스트의 냉철한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되, 라틴아메리카 문학 특유의 환상성을 간직한 책이 <태풍의 계절>이다.
‘마녀’라 불리던 여성이 살해된 채 발견된다. 무시무시한 호칭과 달리, 실상은 가난하고 힘없는 여성일 뿐이다. 이 살인사건을 둘러싼 여러 인물들의 이야기가 각 챕터에서 차례로 서술된다. 하나같이 가난하고 학력이 낮고 미래가 불투명한 사람들이다. 모두들 마약이나 술에 취해 있고, 직업은 변변치 않다. 미성년 여성의 임신도 빈번하다. 예의범절이나 체면치레에 신경 쓰는 사람은 여기 없다. 내키는 대로 말하고 수틀리면 싸우고 성욕이 동하는 대로 행한다.
매 챕터는 문단이 나뉘지 않은 채 이어져 있지만 독서가 어렵지는 않다. 극빈한 지역의 악다구니 풍경이 때로 몽환적이고 때로 자극적인 묘사와 대화, 독백으로 이어진다.
작가는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족장의 가을>, 트루먼 카포티의 <인 콜드 블러드> 등의 영향을 언급했다. 카포티가 범죄자들의 행동과 내면을 취재를 통해 정밀하게 그려냈듯, <태풍의 계절> 역시 베라크루스에 발생한 실제 살인사건에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2020년 맨부커상 국제부문 최종후보에 올랐다. 당시 작품 속 빈곤, 폭력 묘사가 논란을 불렀다. 한 독자는 논란을 두고 “나는 그곳(베라크루스)에 살았다. 소설에 묘사된 폭력은 전혀 과장돼 있지 않다”는 리뷰를 남겼다.
백승찬 기자 myungwo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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