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병상련의 연대가 만들어낸 ‘지혜’[책과 삶]

도재기 기자 2022. 12. 23. 21:18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상처 퍼즐 맞추기
이현정·하미나 지음
동녘 | 256쪽 | 1만4000원

이태원 핼러윈 참사,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이 서로 만나 위로·연대하는 모습이 최근 전해졌다. 어려운 처지, 비슷한 환경에 처한 사람들이 서로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기에 그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서로 도우며 연대하는 동병상련(同病相憐)이다. 동병상련에는 연대를 통해 더 나은 삶, 나아가 사회를 만들려는 지혜가 응축돼 있다.

<상처 퍼즐 맞추기>는 타인의 고통을 연구하는 두 여성 연구자가 주고받은 편지 형식의 에세이다. 자살이나 우울증·재난 트라우마 같은 사회적 고통에 관한 연구자인 의료인류학자 이현정(서울대 교수)과 여성 우울증·사회구조적 고통 문제 등을 다루는 작가이자 페미니스트 하미나가 나눈 이야기다. 서로 다른 연배이며 각자의 자리에서 활동했지만 누구보다 “사회적 고통을 깊게 접하고 연구하고” “깊은 슬픔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고” “일상적인 차별과 폭력을 경험하며 동시대를 살아가는 여성”들이다. 이들의 이야기는 사회구조적 문제로 발생되는 타인의 고통과 상처, 그 원인에 대한 분석에서 시작해 자신들의 고통과 상처의 내밀한 고백으로까지 이어진다.

연구 과정에서의 경험과 느낀 점, 자신의 내적 고통을 나누며 서로 공감한다. ‘세상이 나아질 것인가’를 둘러싼 서로 다른 관점을 확인하며 생각이 부딪치기도 한다. 하지만 이야기 나눔, 마음의 교류는 계속됐고 “너의 상처는 곧 나의 상처”라는 동병상련에 이른다. 새로운 관계가 형성되고, 각자의 연구 경험에 대한 재해석과 새로운 의미의 발견도 이뤄진다. 고통받는 이들을 위한 사회적 돌봄 같은 연대의 의미도 새삼 깨닫는다. 두 여성 연구자의 진솔한 이야기를 담은 책은 정치적 통합보다 갈라치기가 횡행하고, 혐오와 편견·배제의 활개 속에 상처받는 이들이 늘어나는 세태 속에 울림이 크다.

도재기 선임기자 jaekee@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