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2m 길이의 디지털 작품이 가슴속 응어리 날려버린다
(지디넷코리아=강한결 기자)서울의 대표 빛 축제 '서울라이트 DDP'가 3년 만에 돌아왔다. 3만 안시루멘 밝기의 24대 프로젝터로 길이 222미터의 건축물을 장쾌하게 수놓았다. 연말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외벽(DDP 서측 전면)이 과거와 현재, 미래가 공존하는 환상적 ‘빛의 우주선’이 된다. 필자는 지난 19일 현장을 참관했다.
올해 주제는 '우주적 삶(Designing Life at the Universe)'이다. 인류 최초 달 착륙에 성공한 아폴로 11호 이후 두 번째 국제 유인 달 탐사선 '아르테미스'가 발사에 성공했다. 민간 우주탐사기업 스페이스엑스(일론 머스크), 버진 갤럭틱(리처드 브랜슨), 블루오리진(제프 베이조스)이 민간인 우주여행으로 우주 관광 시대의 문을 열었다.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에는 신개념 위성 인터넷 스타링크(일론 머스크)가 통신을 제공 중이다. 최근 들어 우주에 대한 소식들이 뉴스를 통해 자주 전해지면서 미지의 세계 우주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뜨겁다.
정부 주도의 우주개발 사업이 민간으로 이전되는 뉴스페이스 시대를 넘어 이제 우주 항행 시대로 전환한다. 서울라이트 DDP도 '우주'에서의 일상을 준비했다. 레픽 아나돌, 박제성 등 주목받는 미디어아티스트들과의 협업으로 연출한 프로젝션맵핑 기반 미디어파사드다.
서울라이트 DDP의 메인쇼 타이틀은 'DDP 우주와의 만남, 랑데-부'다. 축제의 주 무대인 DDP는 2014년 개관 당시, 마치 도심에 상륙한 우주선처럼 우주선을 닮은 건물 모양으로 화제가 됐다. 우주선을 닮은 동대문디자인플라자가 우주와 만났다는 의미다. 앞으로 우주에서 만나게 될 삶에 대한 이야기다. 랑데-부(Rendes-vous)는 프랑스어로 만남을 뜻하는데, 인공위성이나 우주선이 우주 공간에서 만나는 일이라는 우주 항공 용어로 쓰인다.
올해 작품은 뉴미디어 아티스트 Nsyme(엔자임), 그래피티 아티스트 범민,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 자이언트스텝까지 총 세 팀의 아티스트 그룹이 초대형 미디어아트를 완성했다. 작가들은 우주라는 무한한 가능성의 공간을 초월(자이언트스텝)→순환(엔자임)→동심(범민)의 흐름으로 풀어냈다.
작품 감상의 깊이를 더한 현장의 도슨트 방식이 신선하다. 유현준 건축가의 목소리가 담긴 작품 설명 오디오 가이드가 QR을 통해 접속할 수 있도록 서울라이트 DDP 쇼 시작 전 표출된다.
1막 초월은 자이언트스텝이 '여정의 시작(Beginning of the Journey)'을 테마로 만들었다. 본격적인 우주 여정의 시작점을 열어낸다. 무한한 가능성의 공간, 우주에서의 시간과 공간의 개념을 초월하여 자유롭게 넘나드는 여정의 묘미를 전달했다.
모션그래픽 Z축의 일정한 방향성으로 끝없이 빨려 들어가는 비주얼이 연속적으로 속도감 있게 흘러간다. 작품을 통해 차원을 이동하는 듯한 경험을 느끼게 된다. 이 경험을 가장 임팩트 있게 연출하기 위해 DDP의 유기적, 곡선형의 외관 구조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2막 순환은 엔자임이 'Universal Traveler'로 선보였다. 관객이 한 사람의 우주 비행사가 되어서 미지의 블랙홀, 행성, 성운 등을 여행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요즘 뜨거운 화두인 "AI가 만들어 주는 사진‧그림"에서의 생성 인공지능 모델로 작품 영상의 전 과정을 만들어냈다고 한다.
AI를 이용해서 NASA의 우주 사진과 기하학적이고 추상적인 이미지를 결합하여 꿈을 꾸는 듯한 우주의 느낌을 표현했다. 다양하고 상세한 행성과 성운 은하 이미지의 텍스쳐, 패턴을 위해 우주의 사진, 추상적 이미지들을 수집했고, 이를 AI 엔진에 재학습 시킴으로써 우주의 이미지를 재창조했다.
3막 동심은 범민의 '헬로맨 : 하트 비트'다. 어린 시절, 우린 멀리 보이는 친구에게 손을 들어 흔드는 ‘수인사’ 모습이 나타나고 반가움이 충만한 '안녕 수인사'를 그린 연작이 '헬로맨'이다. 쇼에서 헬로맨은 비단 어린 시절 기억에 머물러있지 않는다.
가족, 회사, 연인 등 다양한 인연을 맺으며 살아가는데, 이런 모든 ‘인연’을 헬로맨의 ‘친구맺기’라는 비유를 통해 그려냈다. 여러 헬로맨들이 우주 먼 곳에서 여러 행성에 친구를 찾아 떠나고, 친구를 만나며, 이를 통해 심장이 뛰는 스토리를 그렸다.
축제는 메인쇼 외에도 특별영상이 마련돼 겨울밤 빛 축제를 더욱 풍요롭게 한다. 기아의 디자인 철학을 담은 미디어아트가 투사된다. 기아 특별영상은 지난 10월 기아디자인센터에서 열린 '오퍼짓 유나이티드(Opposites United, 상반된 개념의 창의적 융합)' 전시를 프로젝션매핑으로 제작한 작품이다.
기아의 디자인 철학을 DDP의 미래지향적 이미지와 함께 미디어아트로 풀어냈다. 기아의 5개 디자인 철학(인간의 삶을 위한 기술, 자연과 조화되는 대담함, 이유 있는 즐거운 경험, 미래를 향한 혁신적 시도, 평온 속의 긴장감)을 축제의 주제와 연계하여 ‘머릿속 작은 우주 공간’으로 재해석했다.
올해 달라진 점은 미디어파사드 규모다. 기존 투사면 220m에서 2m를 확장, 세계 최장 길이인 222m로 작품의 감동을 극대화했다. 작품의 완벽한 몰입을 위해 프로젝션매핑을 북문 쪽 DDP 외벽의 곡면 2미터를 연장했다고 한다. 정면에서 관람하면 빛으로 완벽하게 둘러싸인 DDP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DDP 대로변 디자인 거리에는 대형 벌룬 빛 조형물인 '2023 하이! 파이브!'가 포토존 역할을 톡톡히 한다. 조형물은 거대 우주비행사 복장을 한 호랑이(2022년 임인년)와 토끼(2023년 계묘년)가 마치 선수 교체하듯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일로랩(Silolab)과 변기웅(BYEONKI)이 협업한 설치미술이다. 특유의 동글동글한 라인의 호랑이와 토끼 우주인 캐릭터에 유쾌함과 귀여움을 더했다.
연말을 맞아 크리스마스와 새해맞이 콘텐츠도 상연한다. 크리스마스 시즌인 22~25일에는 크리스마스를 기념한 특별한 영상으로 교체된다. ‘함께이기에 외롭지 않은 크리스마스’를 위해 유쾌하고 따스한 크리스마스 콘텐츠로 시민들에게 성탄절의 기쁨을 전할 예정이라고 한다. 임태규 작가와 스티키몬스터랩이 작품을 준비했다.
이번 축제는 매일 밤 7시부터 9시 30분까지 매시 정각과 30분에 6회 상연되며, 현장에 오면 누구나 우주적 삶을 경험할 수 있다. 새해맞이 카운트다운은 12월 31일 밤 11시 45분에 진행된다고 한다.
연말연시 우리에게 문화는 가슴에 깊이 와닿는 위로의 선물이다. 미디어아트가 된 장쾌한 야외전시가 작금의 카타르시스를 날려버리는 예술작품으로 다가온다. 서울라이트 DDP는 장소성을 전방위적 활용하여 우리에게 공감의 페스타로 다가왔다. 그 스토리와 디지털의 매력에 다시 끌린다.
글 = 이창근 칼럼니스트‧예술경영학박사
강한결 기자(sh04khk@zd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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