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우크라戰 빨리 끝내고 싶다” 발언에 美 “시간벌기 작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타스 = 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전쟁을 이만 끝내고 싶다”며 종전 의사를 내비쳤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해 패트리엇 미사일 등 전폭적인 군사지원을 이끌어낸 바로 다음날이었다. 그러나 서방은 러시아가 총공세를 앞두고 전열을 가다듬기 위해 시간 벌기에 나섰다며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았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외교적 해결을 통해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고 싶다”며 “우리의 목적은 군사적 충돌이 수레바퀴처럼 반복되는 비극을 끝내는 것이지, 전쟁을 계속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전했다. 이어 “러시아는 전쟁을 최대한 빨리 끝내기 위한 최선의 노력을 할 것”이라며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고 덧붙였다.

푸틴 대통령의 발언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의 만남이 성사된 지 하루 만에 나오면서 세계의 관심을 끌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21일 미국을 방문해 바이든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미국 군사지원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연설로 미국 의원들을 설득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쟁이 끝날 때까지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겠다며 패트리엇 미사일이 포함된 18억5000만달러(약 2조3000억원) 규모의 추가 군사지원 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푸틴 대통령이 미국의 전폭적인 지원에 위기감을 느껴 종전 의사를 밝힌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은 푸틴 대통령의 이 발언을 ‘시간 벌기 전략’으로 규정하며 경계했다. 최근 패전과 후퇴를 거듭하는 러시아군이 올해 겨울 우크라이나 수도 등 재점령을 위한 총공세를 준비하기 위해 우크라이나와 서방을 안심시키면서 시간 벌기에 나섰다는 것이다. 반면 러시아는 종전을 위한 협상을 하고 싶지만 우크라이나가 이에 응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협상 전 침공을 중단하고 점령한 자국 영토를 돌려줘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존 커비 미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푸틴 대통령은 협상을 하고자 하는 의지를 전혀 안 보이고 있다”며 “그는 지금 우크라이나 국민들에게 더 많은 피해를 주고 전쟁을 확전시키기 위한 행동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바이든 대통령은 언제든지 대화에 나설 준비가 돼있지만 러시아가 진지하게 협상에 임할 자세가 됐을 때만 실현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푸틴 대통령이 종전 의사를 밝힌 직후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지원을 결정한 패트리엇 방공 미사일 시스템 등을 ‘최우선 공격 대상’으로 지목하면서 시간 끌기 전략이라는 서방의 분석에 힘이 실리는 상황이다. 앞서 푸틴은 21일 본인이 주재한 국방부 이사회 확대회의에서 “러시아군을 위한 군사적 지원에는 한계가 없어야 한다”고 강조하며 전쟁 지속 의지를 표출하기도 했다. 러시아 크렘린궁 역시 패트리엇 미사일에 반감을 표출하며 타격 가능성을 암시했다.

푸틴 대통령은 “패트리엇 방공 시스템은 상당히 오래된 장비로 러시아를 상대로 별다른 효과를 발휘하지 못할 것”이라며 “러시아는 이를 파괴하기 위한 방법을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러시아는 당연히 패트리엇 방공 시스템을 ‘타격 1순위’로 노릴 것”이라며 “미국과 서방은 우크라이나에 지원하는 무기의 수준을 높이고 있지만, 러시아군의 목표 달성을 막지는 못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