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닷컴버블 악몽 떠오른다”…美 빅테크 한달새 주가 36% ‘뚝’

진영태 기자(zin@mk.co.kr), 이상덕 특파원(asiris27@mk.co.kr) 2022. 12. 23.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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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주 닷컴버블이후 20년만의 최악의 12월
머스크 리스크...5일간 21% 급락
테슬라 할인 폭 확대가 시장 우려 키워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로이터 = 연합뉴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공격적인 기준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3분기 국내총생산(GDP)과 실업 등 주요 경제 지표가 여전히 견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러한 탄탄한 지표가 연준의 긴축 의지를 강화하는 재료로 작용될 가능성에 투자 심리는 꽁꽁 얼어붙고 있다. 특히 미국 기술주들은 긴축의 시계가 더욱 장기화될 전망에 직격탄을 맞으며 ‘크리스마스 랠리’는커녕 20년만에 최악의 연말을 맞고 있다.

22일(현지시간) 미국 노동부와 상무부는 각각 미국 3분기 GDP가 전년대비 3.2% 증가했고, 이달 3주차 신규실업수당청구건수가 21만6000건에 그쳤다고 발표했다. 먼저 3분기 GDP는 앞선 잠정치 2.9%보다 높은 3.2%로 확정되면서 미국 경기가 예상보다 호조세에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1~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하면서 기술적인 경기침체에 빠졌던 미국 경제는 3분기 급반전에 성공했고, 4분기에도 1% 가량 성장이 예상되고 있다. 미국 상무부는 “소비자 지출, 비주거용 고정 투자가 종전 집계보다 늘어난 것이 전체 성장률을 더욱 높이 끌어올렸다”고 분석했다. 또 수출이 증가하고 연방정부, 지방정부의 지출 증가도 GDP를 상향조정하는 데 일조했다. 기준금리 상승으로 부동산시장만 침체에 빠지면서 주거용 투자는 27.1% 급감했고, 대출금리 부담에 따라 내년에도 부동산부분 침체는 지속될 전망이다.

연준이 주목하고 있는 실업부분에서도 시장전망치와 다른 결과가 나왔다. 이달 3주차 신규실업수당 청구건수는 시장전망치 22만2000건을 하회하는 21만6000건에 그쳤다. 지난달 3주차에 예상치(22만5000건)보다 훨씬 많은 24만건이 보고되면서 경기침체를 우려하는 연준의 긴축완화 결정이 이뤄질 수 있다는 기대감이 부풀었지만 이후 4주간 신규실업수당청구건수는 예측치보다 낮게 나오면서 미국 고용시장은 아직 과열양상이 아직 꺽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미국 개인소비지출도 아직 상승세다. 에너지와 일부 식료품을 제외한 근원 개인소비지출 물가지수는 올해 1월 5.2%대로 측정된 뒤 5%안팎을 계속 유지하고 있다.

프리야 미스라 TD증권 글로벌 금리 전략가는 “미국 소비자들은 예상보다 훨씬 더 많은 소비력을 가지고 있었다”며 “코로나로 축전된 저축이 소진되는 내년 중반쯤에나 소비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내년 5월까지 금리가 올라 5.5%가 될 것으로 보며, 연준이 완화를 시작하는데 까지는 오랜시간이 걸릴 것”이라 강조했다.

좋은 경제지표가 추가 긴축의 신호로 해석되면서 연말 주식시장은 기술주를 중심으로 강한 하방압력을 받고 있다.

실제 전기차 주도주인 테슬라는 할인판매 전략이 독으로 작용하며 22일 주가가 9% 가까이 폭락했다. 경기 침체에 전기차 수요가 꺾이면서 할인에 나선 것 아니냐는 염려감이 고조된 것이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최고경영자)는 “향후 2년간 테슬라 주식을 매도하지 않겠다”며 주가 방어 의사를 내비쳤지만 최근 일련의 돌출 행동으로 불거진 ‘머스크 리스크’를 잠재우기는 역부족이었다.

테슬라 주식은 이날 8.88% 급락한 125.35달러를 기록했다. 지난달 30일 종가(194.7달러)와 비교하면 이달 들어서만 35.6% 급락했다. 테슬라는 오는 31일까지 전기차 세단인 모델3와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모델Y를 구입할 경우 각각 7500달러(약 962만원)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이는 이달 초 발표한 할인가 3750달러 보다 두 배 가까이 큰 폭이다.

하지만 이러한 할인 행사에 대해 시장은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봤다. CNBC는 “테슬라의 보급형 인기 차량인 모델3와 모델Y 할인이 테슬라 차에 대한 소비자 수요가 약해지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고 설명했다. 테슬라는 수요 감소 외에도 머스크가 440억달러를 주고 인수한 트위터 경영에만 골몰하면서 ‘오너 리스크’가 불거진 바 있다. 또 테슬라는 수입이 금지된 중국 신장웨이우얼에서 생산된 부품을 사용했다는 의혹을 받아 미국 상원 조사를 받을 예정이다.

주가 폭락은 테슬라뿐 아니다. 블룸버그는 “기술주들이 20년 전 닷컴 버블이 터진 이후 최악의 12월을 맞고 있다”고 진단했다. 나스닥 100은 올 12월에만 8.9% 급락했다. 이는 2002년 11.8% 하락 이후 가장 골이 깊은 수준이다.

이에 대해 인테그리티에셋매니지먼트의 조 길버트 매니저는 “경기 전망이 갈수록 약해지고 있다”면서 “이로 인해 기업들의 수익 보고서가 더욱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대다수 빅테크 주식이 지난 한달간 내림세를 보인다. 애플은 12.47%, 아마존은 10.98%, 테슬라는 31.58%, 마이크로소프트는 3.79% 각각 하락했다.

블룸버그는 “나스닥 100은 닷컴 버블 당시 2000년 3월 고점에서 2002년 10월까지 83% 급락했다”면서 “2000년과 현재를 비교할 때 매도세는 앞으로 더 거셀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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