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초석놓고 이재용 다지고···베트남 수출 20% 잡은 삼성

진동영 기자 2022. 12. 23.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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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베트남 R&D센터 준공식 참석
2012년 첫 인연 후 사업 확장 공들여
이건희 80년대 혜안···투자 확대 첫 결정
베트남 수출 19.4% 차지···스마트폰 절반 생산 기지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3일 베트남 하노이시 THT 지구에 위치한 베트남 삼성 R&D센터 준공식에 참석해 행사를 지켜보고 있다. 사진 제공=삼성전자
[서울경제]

삼성전자가 30년 넘게 베트남에 공을 들이면서 베트남 내 삼성전자의 위상은 다른 기업이 넘볼 수 없는 수준이 됐다. 재계에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민간 외교관”이라는 평가까지 나온다.

삼성전자가 23일(현지시간) 베트남 하노이에서 동남아 최대 규모의 베트남 삼성 연구개발(R&D)센터를 준공하면서 고(故)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2대에 걸친 베트남 진출 노력이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준공식 참석을 위해 22일 베트남을 찾은 이 회장은 삼성전자 베트남법인(SEV)과 삼성디스플레이 베트남법인(SDV) 공장을 방

문해 사업 현황을 살펴보고 직원들을 격려했다. 이 자리에서 6명의 자녀를 둔 서브어셈블리(Sub Assembly) 부서의 하티훼(Ha Thi Hue) 씨에게 휴양지 푸꿕 여행권을 선물하기도 했다.

삼성전자 베트남법인 직원 하티훼(Ha Thi Hue) 씨의 6자녀들이 삼성전자 베트남법인 유튜브 채널 영상에서 응원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삼성전자 베트남법인 유튜브 캡처.

이 회장의 베트남에 대한 관심은 최근 들어 갑자기 생긴 게 아니다. 이 회장은 2012년 부친인 이 선대회장과 함께 베트남을 찾아 스마트폰 생산 현장을 점검하면서 베트남과 첫 인연을 맺었다. 이후 베트남을 꾸준히 방문하고 주요 인사들과 교류하면서 삼성의 베트남 사업을 챙겨 왔다.

이 회장은 2018년, 2019년, 2020년 3년 연속으로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국가주석(당시 총리)과 만나 사업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현지에서는 이 회장이 이번 방문에서도 푹 주석을 만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회장에 앞서 삼성과 베트남의 ‘30년 밀월관계’ 초석은 이 선대회장이 놨다. 이 선대회장은 1986년 시장경제 체제로 전환한 이후 고도성장을 이루는 데 성공하자 양국 간 경제협력을 통해 더 큰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베트남에 대한 투자 확대를 결정했다. 삼성은 1989년 하노이에 삼성물산 무역사무소를 설치하면서 베트남 사업의 첫 발을 올렸다.

본격적인 삼성의 베트남 투자는 이 선대회장과 판 반 카이 전 베트남 총리의 2005년 ‘하노이 회담’을 계기로 본격화했다. 이후 약 10여 년에 걸쳐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이상 2014년), 삼성SDI(2009년), 삼성전기(2013년) 등 전자부문 계열사들이 베트남에 진출했다. 현재 이들 기업은 베트남에 6개 생산 법인, 1개 판매법인, 1개 R&D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3일 베트남 하노이시 THT 지구에 위치한 베트남 삼성 R&D센터 준공식에 참석해 박수를 치고 있다. 사진 제공=삼성전자

삼성 사업 포트폴리오에서 베트남의 역할도 갈수록 커졌다. 삼성은 당초 베트남에서 중저가 제품 위주로 생산했지만 점진적으로 투자를 늘려 현재는 최신 폴더블 스마트폰과 4세대 이동통신(4G)·5G 네트워크 통신 장비, TV, 디스플레이, 카메라 모듈, 배터리 등을 생산하고 있다. 특히 스마트폰의 경우 베트남에서 전체 판매량의 절반 가까이를 생산하고 있다.

사업 확장과 함께 베트남에서 삼성이 차지하는 경제적 위상도 높아졌다. 삼성은 2021년 베트남에서 수출 654억 달러를 기록해 베트남 총 수출(3363억 달러)의 19.4%를 차지했다. 투자규모 또한 올해 20억 달러를 추가 투자하기로 하는 등 누적 200억 달러를 넘어섰다.

삼성은 이밖에 베트남에서 청소년 방과 후 교육을 돕는 ‘삼성희망학교’를 운영하고 현지 기업 대상 스마트 공장 지원사업을 펼치는 등 현지에서 다양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활동에 나서고 있다. 국제기능올림픽 국가대표 훈련 지원도 맡아서 하고 있다.

또 베트남의 외국인 기업 중 유일하게 매년 두 차례 신입사원 공채를 실시하고 있다. 베트남 청년들에게 소프트웨어, 취업 스킬 교육을 제공하는 ‘삼성 이노베이션 캠퍼스’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베트남 주요 대학들과 협력한 산학 프로그램 ‘삼성 탤런트 프로그램’으로 베트남 정보기술(IT) 인재 양성에도 기여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이 회장은 베트남 주요 인사들과 꾸준히 교류하며 삼성의 베트남 사업을 챙겨 왔다”며 “이 회장과 삼성은 한국과 베트남의 우호 증진에 기여하는 ‘민간 외교관’이라는 평가가 나온다”고 말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2일 베트남 하노이 인근의 삼성전자 법인(SEV)을 방문해 스마트폰 생산 공장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 제공=삼성전자
진동영 기자 j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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