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에만 5번 고장난 서울 지하철…“이젠 못 믿겠다”
‘정시운행 교통수단’ 신뢰도 떨어져
문 열고 4개 역 운행 등 고장도 잦아
최저기온 영하 13.5도로 올겨울 가장 추웠던 23일 아침 서울지하철이 또 멈춰 섰다. 전동차 고장 등에 따른 운행 차질은 이달에만 5번째다. 특히 출퇴근길 사고가 잇따르면서 지하철의 정시 운행 신뢰도까지 떨어지는 모양새다. 시민들은 잦은 사고가 자칫 안전사고로 이어질지 모른다는 우려까지 하고 있다.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24분 3호선 무악재역과 독립문역 사이 터널 선로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소방당국이 출동해 연기와 불꽃은 오전 7시36분 모두 잡혔다. 안전점검 후 오전 8시12분부터 1시간45분 만에 양방향 열차 운행이 재개됐다. 그러나 이 사고로 출근길 대체 교통수단을 찾아 나서야 했던 시민들은 엄동설한에 혼란을 겪었다.
시민들의 ‘지하철 불신’은 최근 잦아진 지하철 고장 탓이다. 전날인 22일 전동차 전기 공급 문제로 청담역~태릉입구역 양방향이 2시간가량 통제됐던 7호선은 사흘 전 출입문 고장으로 운행이 중단된 바 있다. 7호선은 지난달 23일 출근길에도 중곡역~뚝섬유원지역 구간 4개 역을 출입문을 닫지 못한 채 열차가 달리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앞서 지난달 퇴근길에는 용산역에서 노량진역으로 향하던 1호선 지하철이 한강철교 위에서 멈춰 서 열차 안 시민들이 2시간 가까이 갇혔다. 무악재역에서 신사역까지 3호선을 타고 출퇴근하는 회사원 박세훈씨(28)는 “지하철이 버스보다 훨씬 예측 가능해 출퇴근길 교통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인데 최근에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시설 노후화로 기온 변화 등 취약
대형 사고 우려에 “예방 정비 필요”
서울교통공사 측은 이날 선로 화재는 승강장 하부에 지나가던 전원 케이블 쪽에 문제가 생긴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나 정확한 원인은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특히 서울지하철의 경우 전동차와 시설, 설비가 모두 노후화된 상태다. 노화된 설비는 신축 작용 등이 약해져 기온 변화에 취약한 만큼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다.
문현철 숭실대 재난안전관리학과 교수는 “지하철 운행에 필요한 전기적 장치들은 혹한·혹서, 폭우·강풍 등이 있을 때 원활히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면서도 “이 같은 날씨·계절적 요인은 매뉴얼에 따른 예방 정비·검수로 예측해 막아야 한다. 안전관리를 위한 충분한 인력·장비·시설이 확보돼야 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최근 잦은 고장이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우려가 나오면서 사회적 손실까지 염두에 둔 지하철 운영 방식을 강구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서울교통공사의 ‘2021년 안전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공식 인정된 철도 사고는 10건, 운행 장애는 6건으로 2016년 이후 5년 만에 최대치였다.
지난달 재정위기 등을 이유로 인력 감축을 주장한 공사 측과 안전을 위한 인력 확충이 필요하다는 노조는 이견을 좁히지 못해 6년 만에 노조가 총파업에 돌입한 바 있다. 파업은 하루 만에 철회됐으나 공사가 매년 1조원가량의 적자를 내고 있는 것이 갈등의 배경이다. 공사의 적자는 무임 수송 등 공익서비스비용(PSO)이 가장 큰 원인이다. 문 교수는 “재무구조 악화가 안전관리 시스템에 많은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보미·강은 기자 bomi8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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