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학생들 ‘혼란의 등교’ 때 교육감은 경주서 ‘워크숍’
방침 전달 늦어 학부모 항의 빗발
교육청 “현장에서 회의 후 복귀”
전남지역에 많은 눈이 내린 23일 유치원, 초·중·고교 등은 등교시간을 두고 혼란을 빚었지만 김대중 전남도교육감 등 도교육청 고위 공직자들은 자리를 비우고 다른 지역으로 워크숍을 떠난 것으로 확인됐다. 23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김 교육감과 22개 시군 교육장, 교육청 국장 3명 등 27명은 지난 22일부터 1박2일 일정으로 경북 경주시에 위치한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워크숍에 참석했다. 이 행사는 경북교육청과 영호남 교육 교류를 돈독히 한다는 게 목적이다.
전남지역에는 전날부터 최대 25㎝ 눈이 쌓이며 대부분 지역에 대설 경보·주의보가 내려졌다. 이 때문에 이날 등교시간을 두고 일선 학교의 혼란이 이어졌다. 등교시간을 학교장 자율 조정에 맡기면서 지각자가 속출하는 한편, 학교 측이 대응 방침을 뒤늦게 전달해 학부모들의 항의가 빗발치기도 했다.
한 학부모는 “사전에 학부모들에게 통지하고 대책을 세워야지 이날 오전에야 등교시간을 조정한다는 문자를 보내는 게 말이나 되느냐”며 “교육당국이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며 학생들이 무엇을 배울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전남지역은 유치원 480곳 중 197곳, 초등 425개교 중 204개교, 중등 250개교 중 157개교, 고등 144개교 중 76개교, 특수 9개교 중 3개교가 등교시간을 1~2시간씩 늦췄다. 원격수업을 진행한 곳은 유치원 56곳, 초등 67개교, 중등 20개교, 고등 9개교, 특수 3개교로 파악됐다.
전남도교육청은 폭설에 따른 등교시간 등 혼란을 예상하고 있었다는 정황이 나온다. 기상청은 지난 19일 예보를 통해 21일부터 지역 전역에 많은 눈이 내릴 것으로 전망했다. 도교육청은 같은 날 22개 교육지원청 교육장을 소집해 긴급회의를 갖고 대책을 논의했다. 24시간 비상대비체계를 가동하고, 학교장 자율로 등교시간을 조정한다는 등의 방침을 세웠다.
지역 교육시민단체인 ‘학벌없는 사회를 위한 시민모임’의 관계자는 “일선 학교에 책임을 떠넘기고 워크숍을 강행한 도교육청의 행태를 누가 이해할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취재가 시작되자 도교육청 측은 이날 워크숍 일정을 취소하고 본청으로 복귀하고 있다고 밝혔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오래전에 잡힌 일정이라 불가피하게 진행하게 됐다”며 “대신 현장(호텔)에서 대응 회의를 진행하는 한편 부교육감 주재로 교육청에서 대책 회의도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고귀한 기자 g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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