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하의 '그런데'] 또 양금덕 할머니 상처주다니
'나갈 거요. 여기 있는 조선 사람들 다 같이.'
일제강점기 때 돈을 벌 수 있다는 꾀임에 속아 일본 군함도에 끌려간 조선인들이 짐승보다 못한 대우를 받으며 모진 고초를 겪다가 목숨을 건 탈출을 결행한다는 내용입니다.
'초등 재학 중 여자 근로 정신대로 강제 동원된 피해자로 30년 동안 일제 피해자 권리 회복 운동에 기여해 옴.'
국가인권위 홈페이지에 소개됐던 양금덕 할머니의 '2022 대한민국 인권상'에 대한 공적조서 그러니까 상을 주는 이유입니다.
그런데 세계 인권의 날을 맞아 열기로 했던 시상식을 코앞에 두고 외교부가 느닷없이 제동을 걸면서 불과 반나절 만에 무산되는 초유의 사태가 일어났죠.
그런데 느닷없이가 아니었습니다.
MBN 단독 보도에 따르면 이미 외교부는 11월에 수상 반대 의견을 내놓은 상태였습니다. 모른 척하다 발표만 그때 한 거죠. 수상 취소 소식을 모르고 할머니가 오셨다가 빈손으로 돌아가면 더 파장이 클까 봐 그랬던 걸까요.
'일본의 눈치를 보느라 자국민의 아픔을 어루만지지 못하는 외교부가 도대체 어느 나라 외교부인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결국 더불어민주당 등 의원 31명은 할머니에게 인권상 수여를 촉구하는 결의안을 발의했고 시민단체는 항의의 표시로 대신 시민 훈장인 '우리들의 인권상'을 수여했습니다.
한반도 안보 위기 상황에서 일본을 자극하지 않고 한일관계를 풀어보려는 외교부의 생각이야 일부 이해는 됩니다만.
모진 풍파를 헤치고 인생의 황혼기를 맞은 90대 할머니에게 국민의 이름으로 조그만 훈장 하나 달아드리는 게 그렇게 어렵고 복잡한 일이었을까요.
지난 9월 2일 박진 장관은 광주 양 할머니 앞에서 무릎을 꿇고 징용 문제 해결을 약속했었죠?
외교부는 서훈 자체를 반대한 게 아니라고 했지만 평생 고난의 길을 걸었던 양금덕 할머니가 또 한 번 상처를 입은 건 부인할 수 없습니다.
아마 두 번째 상처가 더 깊고 고통스럽지 않았을까요?
김주하의 그런데 오늘은 '또 양금덕 할머니 상처 주다니'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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