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윤 대통령, 민심 역행하는 ‘MB 사면’ 기어코 할 텐가
법무부 사면심사위원회가 23일 회의를 열어 연말 특별사면 대상자를 심사, 결정했다. 특별사면 대상자에는 전직 대통령 이명박씨가 포함됐다고 한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사면심사위원회 결정 내용을 조만간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윤 대통령은 오는 27일 국무회의에서 사면을 확정한 뒤 28일자로 시행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6월 건강상 사유로 형집행정지 결정을 받아 석방된 이씨는 현재 서울 논현동 자택에 거주하고 있다. 사면설이 거론된 후엔 형집행정지 연장을 신청하지 않았다. 이씨의 사면이 최종 확정되면 약 15년 남은 형기가 면제된다.
이씨는 자동차부품업체 다스 자금 252억원을 횡령하고 삼성 측으로부터 소송비 89억원을 대납받은 혐의로 징역 17년에 벌금 130억원이 확정됐다. 대통령실과 여당은 이씨가 81세 고령인 데다 지병을 앓고 있으며, 과거 사례에 비춰 전직 대통령이 장기간 수감생활을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그는 대선 과정에서 국민을 속이고, 당선 후까지 범죄를 저지르고도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았으며 국민에게 사과한 적도 없다. 또한 형기의 8분의 1도 채우지 않았고 벌금도 82억원을 미납한 상태다.
여권에서 이씨 사면 명분으로 제기하는 ‘국민통합’ 역시 일고의 가치가 없다. 무엇보다 이씨 사면에 반대하는 여론이 국민의 과반에 이른다. 지난 15일 공개된 전국지표조사(NBS) 결과, 이씨 사면에 반대한다는 응답자가 53%로 찬성(39%)을 압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두환·노태우씨 사면에서도 드러났듯이 당사자의 사죄와 반성 없이 이뤄진 사면은 국민적 분노와 국론 분열로 이어질 뿐이다. 이씨 사면은 부정부패 척결과 엄정한 법 집행을 강조해온 윤 대통령의 평소 발언과도 배치된다. 윤 대통령은 문재인 정부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이씨 수사와 기소를 지휘한 당사자이기도 하다. 그런 윤 대통령이 이씨에게 사면의 은전을 베푼다면 자기부정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헌법은 모든 국민이 법 앞에 평등하며, 사회적 특수계급은 인정되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특별사면은 대통령의 헌법적 고유 권한이지만, 극히 제한된 범위 내에서 이뤄져야 한다. 국민 여론에 반하거나 국가의 사법 시스템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 주권자가 위임한 권력으로 사리사욕을 챙긴 파렴치한 전직 대통령이 특사로 풀려나는 일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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