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책임회피·변명 일관하고 유족에 인사조차 않은 이상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23일 국회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특별위원회의 행안부 현장조사에서 “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구성이 늦어졌느냐”는 질문을 받고 “촌각을 다투는 일이 아니었다”고 답했다. 현장조사가 끝난 후엔 특위 소속 의원들과 인사를 나누면서도, 바로 옆의 유가족들에겐 인사 한마디 없이 자리를 떴다. 수많은 국민이 죽어가는데 그보다 다급한 일이 어디 있나. 슬픔에 잠긴 유족들에게 고개 숙여 위로의 말을 건네는 게 그리 어려운가. 국회 국정조사라는 엄중한 자리에서 책임회피로 일관하고 인간적 도리조차 외면한 이 장관은 더 이상 고위공직에 머물 자격이 없다.
이 장관은 지난 11일 국회 해임건의안이 가결된 이후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한 적 있느냐는 질문에 “따로 없다”고 답했다. “주변에서 사의를 표명하라고 요청받은 적 있느냐”는 물음에도 “따로 없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국가의 직무유기로 국민 158명이 목숨을 잃었다. 주무장관이 도의적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것은 과거 사례에 비춰봐도 상식에 속한다. 본인이 사퇴 의사를 밝히지도, 주변에서 요청하지도 않았다니 어안이 벙벙하다. 이 장관이 여태껏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일 자체가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윤석열 정부의 민낯을 드러낸다.
이날 “이태원에 방역 관리 인력이라도 뒀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의가 나오자 이 장관은 “이태원에 그런 게(행사가) 있다는 사실 자체도 몰랐다. 전국에서 일어나는 모든 집회를 파악하는 게 현실적으로…(어렵다)”라고 했다. 매년 핼러윈 때마다 이태원에서 안전사고 우려가 제기됐는데 이를 인지하지 못했다는 말인가. 참사 발생 두 시간이 지나서야 현장에 도착한 데 대해선 “제가 입는(입고 있는) 복장 그대로 나갈 순 없지 않느냐”고 했다. 변명치고도 구차하다. 이런 와중에 여당인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 장관을 엄호하느라 바빴다. 전주혜 의원이 “행안장관에게 치안 책임이 있느냐”고 묻자 이 장관은 “전혀 아니다. 소방청은 인사권도 없다”고 답했다.
이 장관 답변을 지켜본 유족들은 “어떻게 입만 열면 ‘모른다’는 소리가 자연스러운가” “우리 안 보이나? 눈길 한 번 안 주고 가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윤 대통령은 참사 수습이 먼저라며 고교·대학 후배인 이 장관을 감싸고 있지만, 유족들은 이 장관에 대해 불신을 넘어 분노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이 장관을 경질해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참사 수습의 출발점이다. 현장에서 고생한 일선 경찰관과 소방관들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여권 행태는 자신들의 무능과 책임회피만 부각시킬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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