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워도 치워도 쌓이는 눈…폭설에 발 묶인 주민들
[KBS 전주] [앵커]
이번 폭설로 50센티미터 넘는 눈이 쌓인 곳이 있습니다.
임실 강진면인데요.
쉴 새 없이 내린 눈에 발이 묶인 주민들은 눈이 그치기만 바라고 또 바랍니다.
안승길 기자입니다.
[리포트]
호수 주변이 온통 새하얀 눈으로 뒤덮였습니다.
제설차를 따라 모습을 드러냈던 도로도 금세 자취를 감춥니다.
쌓인 눈에 어디가 길인지 분간조차 힘든 산 속 마을.
수도관이 동파된 집에 이틀이나 갇혀 있던 할머니는 간신히 마을회관으로 몸을 피했습니다.
[박진순/임실군 강진면 수방마을 : "눈 때문에 집에 못 가겠어. 어떻게 해요. 밥을 못 해 먹는데. 어떻게 해야 해…."]
이번 폭설로 50센티미터 넘는 눈이 쌓인 임실 강진면.
두 시간째 기다려도 오지 않는 버스에 학생들은 추위에 떨었고, 차량은 잔뜩 속도를 줄여 움직입니다.
힘 닿는 대로 눈을 퍼내고, 농사에 쓰던 트랙터를 끌고 와 연신 눈을 밀어내보지만 치워도 치워도 끝이 없습니다.
[이철민/임실군 강진면 강진마을 : "어제 저녁에도 치워놓고. 아침에 새벽에도 밀었고. 계속 밀어줘야 사람이 다닐 수 있으니까요."]
무릎 높이까지 차오른 눈에 발이 푹푹 빠져 한 걸음 내딛기도 쉽지 않습니다.
섬진강 따라 깊숙한 곳에 터 잡은 마을 주민들은 이런 눈은 처음 본다고 입을 모읍니다.
[김성기/임실군 강진면 옥정마을 : "아침부터 종일 퍼붓네 눈이. 저 건너 저렇게 한 집씩들 있잖아요. 그분들은 다 고립돼서 꼼짝도 못 하고 있어요."]
몇몇 주민은 회관에 모여 식사를 나누고 안부도 전하지만, 연이은 눈 소식에 홀로 사는 노인 대부분은 집 밖에 나서길 꺼립니다.
제설차가 닿지 않는 마을 길은 눈 덮인 빙판인데다, 하루 세 번 다니던 버스도 끊겨 사실상 고립된 주민들.
폭설에 발이 묶여 병원 예약을 취소하거나, 일터로 향하지 못한 이가 한 둘이 아닙니다.
[이남숙/임실군 강진면 옥정마을 : "읍내로 일 하러 가야하는데 버스 운행도 안 되고 우리 차로도 길이 너무 미끄럽고 눈이 너무 많다 보니까 못 가서…."]
눈이 어서 녹길 바라는 마음뿐이지만, 주말 사이 눈 소식과 한파가 이어질 것으로 보여 일상으로 돌아가는데에는 좀 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KBS 뉴스 안승길입니다.
안승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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