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몰면서 산유국 망할까 걱정?…“유가영향 피할 수 없어요” [Books]

박대의 기자(pashapark@mk.co.kr) 2022. 12. 23. 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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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의 종말은 없다
로버트 맥널리 지음, 김나연 옮김, 페이지2북스 펴냄

지금 이 글을 읽는 짧은 순간에도 유가(油價)는 변하고 있다. 조금 더 기간을 늘려보자. 지난 2020년 봄 배럴당 16달러까지 떨어졌던 유가는 올해 중반 139달러까지 치솟았다. 2년새 가격이 10배나 뛴 데는 코로나19의 세계적인 확산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같은 경제적이고 지정학적인 충격이 원인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 경기 침체와 지정학적 혼란은 유가를 불안정하게 만드는 중요한 요인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유가가 항상 외부적 요인에만 영향을 받는 것은 아니다. 경제적, 지정학적 참사가 없었던 지난 20년 동안 유가는 널뛰기하듯 오르락내리락했다. 1930년대 이후 거의 100년 동안 배럴당 30달러를 밑돌았던 유가는 2004년 치솟기 시작하더니 2008년 7월 145.31달러로 정점을 찍었다. 하지만 6개월 만에 다시 33달러로 내려앉았고, 2011년 또다시 100달러까지 올랐다. 이후 3년 넘게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지만, 2016년 2월 다시 26달러로 폭락했다.

지난 30여년간 에너지 전문가로 활동한 로버트 맥널리는 이 같은 유가 변동에는 그것을 통제할 수 있는 힘의 정도가 영향을 준다고 말한다. 그 힘은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같은 조직이 만들어낸다. 극심한 가격 변동은 석유산업의 본질적인 특징이기에 역사적으로 석유 생산자들은 의무 할당제나 카르텔을 통해 공급을 규제해왔다.

유가를 통제하려는 시도는 미국에서 시작됐다. 1891년 설립된 텍사스철도위원회(TRC)는 원유의 공급량을 규제하기 위해 마련된 세계 최초 유가 조정 기구였다. 미국 각 주에 할당량을 부여해 안정적으로 원유 공급을 통제하면서 1970년대까지 약 40년간 유가 변동률이 3.6%에 그치는 ‘텍사스 시대’를 만들어냈다. 이러한 통제력은 미국의 국력으로 이어졌다.

1960년 출범한 OPEC은 미국의 석유 쿼터제 범위와 규정의 엄격함을 모방해 만들어졌다. 문제는 여러 국가로 구성된 조직인 탓에 국가마다 이익의 셈법이 달라지며 통제력이 TRC에 미치지 못했다는 점이다. 이들은 결성 초기 유가 하락을 막고 산유국간 정책 협조를 기구의 목표로 내걸었지만, 결국 1973년 제1차 석유 위기를 주도하며 유가 상승에 성공한 후 생산량을 조절하는 생산 카르텔로 변질했다. 여기에 셰일 오일과 비회원국인 산유국의 입김은 OPEC의 통제력을 더 약화시켰다.

‘석유의 종말은 없다’는 유가를 둘러싼 현대 석유시장의 역사를 되짚어보면서 미래를 예측하는 책이다. 저자인 맥널리는 석유를 다른 에너지원으로 빠르게 전환해 선천적으로 변동성에 취약한 유가의 영향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기대하는 것은 패착이라고 지적한다.

ESG경영(환경·책임·투명경영)이나 대체 에너지, 탄소중립 선언 등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노력은 범지구적으로 일어나고 있고, 그 과정에서 비화석 연료로의 전환을 위한 투자는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저자는 에너지 전환은 본질적으로 수십 년에 걸쳐 풀어야 하는 장기적인 문제이기에 앞으로도 우리가 석유에 경제적으로 의존하는 상황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 내다본다. 그렇기에 유가 변동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예측한다. 화석 에너지는 전 세계 에너지 사용의 83%를 차지하고 있고, 대부분의 교통수단은 석유가 지배하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앞으로 유가가 널뛰는 현상도 계속 이어질 것이다. 저자는 유가의 변동성을 이해하는 것이 석유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인간에게 꼭 필요한 일이라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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