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쌓이고, 무너지고”…역대급 폭설에 호남·제주 피해 속출(종합3보)
제주공항 항공기 절반 이상 ‘사전결항’…뱃길도 끊겨
(전국=뉴스1) 이윤희 오미란 오현지 이수민 이지선 기자 = 역대급 폭설이 쏟아진 호남과 제주에서 크고 작은 피해가 속출했다.
눈의 무게를 못 견딘 비닐하우스가 무너지는가 하면, 중학생들이 탄 전세버스 2대가 쌓인 눈에 미끄러지면서 서로 부딪혀 학생들이 부상 당하기도 했다.
오영훈 제주도지사와 김경학 제주도의회 의장, 김광수 제주도교육감 등 3명은 출장차 최근 제주를 떠났다가 하늘길이 막혀 서울에 발이 묶였다.
◇대설특보 속 현장체험 가던 버스 2대 추돌…중학생 등 23명 부상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제주에 이틀째 대설특보가 발효 중인 23일 오후 1시48분쯤 현장체험학습을 가던 중학생들이 탄 전세버스 두대가 부딪혀 23명이 다쳤다.
경찰에 따르면 사고 버스들은 서귀포시 한 중학교 학생들이 탑승한 차량으로, 1~3학년 학생들과 교사들이 전세버스 4대에 나눠타고 현장체험학습 장소로 향하던 중이었다.
경찰 조사 결과 가장 앞서가던 버스 한 대가 미끄러지는 승용차를 보고 급정지했고, 이를 본 2번째 버스가 급정차하면서 3번째로 오던 버스와 부딪힌 것으로 파악됐다.
사고 버스에는 각각 32명과 40명이 타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 폭설에 '담양 딸기' 비닐하우스 15동 무너져…농가 피해 속출
역대급 폭설이 쏟아진 전남 담양에선 농가피해가 잇따랐다. 이날 하루만 총 9개소 15동의 비닐하우스 파손 신고가 접수됐다.
많은 눈이 내리면서 비닐하우스 곳곳에 구멍이 나거나, 눈이 쌓이면서 그 무게를 이기지 못해 무너지는 사고였다. 이중 대부분은 딸기 하우스로 확인됐다.
피해가 발생한 곳은 담양읍 4곳, 양각리 1곳, 강쟁리 1곳, 고서면(원강리 1곳·동운리 3곳) 4곳, 월산면 1곳, 대전면 중옥리 3곳, 대덕면 성곡리 1곳이다.
63.4㎝의 폭설이 내린 전북 순창에서는 의용소방대가 제설을 위해 개인 트랙터까지 몰고 거리로 나섰다.
순창은 이날 오후 2시를 기준으로 평균 누적 적설량 38.3㎝를 기록했다. 복흥면에는 63.5㎝, 쌍치면에는 61.8㎝의 눈이 내렸다. 눈길이 얼어 붙으면서 밤재 6.2㎞ 구간은 전날부터 통제가 이뤄지고 있다.
이번 폭설로 순창은 오리농장의 축사 지붕과 비닐하우스, 창고가 붕괴된 것으로 파악됐다. 상수도 단수 피해도 발생했다. 2개 마을 343가구가 불편을 겪었다. 현재는 복구가 완료된 상태다.
순창군 의용소방대(의소대)는 로더와 트랙터 등 개인이 소지하고 있는 장비를 총동원해 제설작업을 도왔다. 이들은 마을 골목길과 이면도로에 트랙터를 몰고 다니며 제설차가 닿지 못하는 곳까지 힘을 보탰다. 더 좁은 골목이나 대문 앞, 버스정류장에서는 빗자루와 눈삽을 이용해 통행로를 만들었다.
◇ "치우면 또 쌓였다…대문도 안열릴 정도" 최대 57㎝ 눈 쌓인 임실
임실지역은 전날부터 많은 눈이 내리기 시작해 이날 오전까지 평균 누적 적설량 23.4㎝를 기록했다.
이중 강진면의 경우 57㎝의 눈이 내렸다. 신덕면은 28.4㎝, 임실읍은 20.6㎝을 기록했다. 인접해 있는 청웅면, 운암면, 덕치면 등도 다리까지 닿을 정도로 눈이 쌓였다.
강진면에선 이번 폭설로 현재까지 198㎡ 규모의 땅두릅 재배 비닐하우스 1동과 행랑채 1동의 지붕이 무너진 것으로 집계됐다. 별다른 인명피해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대부분의 학교도 휴교 조치됐다.
이날 임실에 위치한 14개 초등학교 중 13개 학교가 휴교했고, 1개 학교는 등·하교 시간이 조정됐다. 중학교는 9개 학교가 모두 휴교를, 고등학교는 3개 학교 중 2곳은 휴업을, 1곳은 단축 수업을 진행했다.
심민 임실군수는 "철저한 제설작업으로 주민 불편을 최소화할 것"이라며 "사고를 예방할 수 있도록 내 집 앞, 내 점포 앞 눈 치우기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 제주공항 항공기 결항 속출…출장간 도지사도 못 들어와
제주에선 강한 눈보라가 몰아 치면서 예매했던 항공기가 결항됐다.
오영훈 제주도지사와 김경학 제주도의회 의장, 김광수 제주도교육감 모두 출장차 최근 제주를 떠났다가 때를 놓쳐 항공권을 구하지 못한 채 서울에 발이 묶인 실정이다.
이날 오후 뉴스1 취재진이 찾은 제주공항 3층 출발 대합실에는 항공사별 체크인 카운터를 중심으로 긴 대기줄이 늘어져 있었다. 모두 이번 결항으로 기존 항공권 일정을 바꾸려는 이용객들이었다.
그러나 24일과 25일 운항 예정인 항공기 좌석이 거의 꽉 찬 탓에 대부분 울며 겨자 먹기로 26일 이후 일정으로 기존 예약을 변경하는 모습이었다.
한 항공사 관계자는 "내일도 제주공항 기상 상황이 좋지 않아 언제 항공기가 정상적으로 운항할 지는 여전히 미지수"라며 "관련 정보를 문자 메시지와 카카오톡 메시지 등으로 신속하게 안내하겠다"고 말했다.
친구들과 졸업여행을 왔다는 조모씨(25)는 "내일 출발하는 항공기를 잡는다고 해도 날씨가 안 좋아 내일 또 결항될 수 있다는 안내를 받았는데 이젠 정말 지친다"면서 "가족들도 전화 와서 잘 있냐고 물어 보는데 오늘은 어디 가서 지내야 할 지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ly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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