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 "곧 보면 될 일" 예고 속… 북한, 이례적 연말 집중 도발
(서울=뉴스1) 허고운 기자 = 북한이 23일 또 다시 동해상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SRBM)을 발사했다. 올 12월 들어서만 4번째 무력도발이다. 최근 북한은 연말에 군사행동보단 '결산'에 집중하는 예년과 다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우리 군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은 이날 오후 4시32분쯤 평양 순안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SRBM 2발을 발사했다. 북한이 이날 쏜 SRBM의 비행거리는 각각 250여㎞, 350여㎞ 수준으로 탐지됐다.
북한은 이달 5~6일 동·서해 해상완충구역에 총 230여발 포격, 18일 준중거리탄도미사일(MRBM) 2발 발사에 이어 5일 만에 무력도발을 재개했다. 올 들어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8발을 포함해 최소 33차례에 걸쳐 67발의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역대 가장 많은 횟수의 무력 도발을 감행했다.
탐지된 제원을 보면 북한은 이날 '북한판 이스칸데르' KN-23, '북한판 에이태큼스(ATACMS)' KN-24, '초대형 방사포' KN-25 등에 고체연료를 적용해 발사한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이 다음주 개최될 것으로 보이는 당 전원회의에서 국방 분야 성과를 내세우기 위해 새로운 성능 개량이 있었다고 주장할 가능성도 있다.
북한의 이번 도발이 미국 등 국제사회를 향한 불만 표출용이란 분석도 나온다. 북한은 SRBM 발사에 앞서 미국이 북한의 최근 ICBM 발사를 규탄하는 유엔안전보장이사회 의장성명 초안을 이사국과 논의하는 것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이날 담화를 통해 "그것이 의장성명이든 또 다른 무엇이든 유엔의 이름을 도용해 우리의 합법적 자위권을 걸고 드는 문서장을 채택하겠다는 건 결국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주권에 대한 무시이며 엄중한 내중 간섭 기도"라고 반발했다.
이런 가운데 미군은 이달 20일 전략폭격기 B-52H '스트래토포트리스'를 한반도 인근 상공에 전개했으며, 이를 계기로 제주도 서남방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 일대에선 미군 F-22 '랩터' 전투기를 비롯해 우리 공군 F-35·F-15K 전투기가 참여하는 연합훈련이 실시됐다. 북한은 이 훈련에 강한 위협을 느꼈을 수도 있다.
B-52H는 B-1B '랜서', B-2 '스피릿'과 함께 미국의 '3대 전략폭격기'로 꼽히며, 핵탄두 탑재 장거리 순항미사일 등 최대 31톤의 폭탄을 실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세계 최강의 전투기'라고 불리는 F-22는 북한이 두려워하는 전력으로서 이 기종이 한반도 상공에서 우리 공군과 함께 훈련한 건 2018년 5월 한미연합 공중훈련 '맥스선더' 이후 4년7개월 만이었다.
북한은 앞서 18일 MRBM 발사 이후엔 '군 정찰위성 개발 시험'을 주장하며 우주환경시험, 제어 시험, 데이터 송수신 시험을 했다고 발표했다. 또 이달 5~6일 방사포 사격의 경우 같은 날 진행된 한미의 다연장로켓발사체계(MLRS) 사격훈련을 겨냥한 행동이었다.
합참에 따르면 북한의 SRBM 발사는 11월17일 이후 한 달여 만이다. 당시 무력도발은 한미일이 같은 달 13일 캄보디아에서 열린 3국 정상회담에서 안보협력 강화 등의 내용이 담긴 공동성명을 채택한 데 따른 반발이란 평가가 나온다.
군 당국은 북한이 12월엔 무력도발을 자제해 온 예년과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는 데 주목하고 있다. 북한은 통상 12월부터 이듬해 3월을 전후로 동계훈련을 하는데, 12월엔 중대급의 소규모 훈련을 주로 하고 본격적인 탄도미사일 발사 도발은 1월 이후에 진행해왔다.
북한은 이달 20일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 동생 김여정 부부장 명의 담화를 통해 추가 도발을 예고했다. 김 부부장은 '북한의 ICBM 기술 완성도가 입증되지 않았다'는 외부 평가에 "그 답변도 그리 어렵지 않게 해주겠다. 곧 해보면 될 일이고 곧 보면 알게 될 일이 아니겠는가"라고 대응했다.
김 부부장의 이 같은 담화 내용은 북한이 이날과 같은 SRBM은 물론 조만간 신형 ICBM '화성-17형'의 정상각도(30~45도) 발사를 시도할 것임을 예고한 것으로 해석된다. 북한이 '화성-17형'을 정각으로 발사할 경우 미국 본토 전역을 사정권에 두는 1만5000㎞를 충분히 날아갈 수 있을 것으로 국내외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한미 군 당국은 대북 경계·감시태세와 대비태세를 다시 끌어올리고 있다. 우리 공군 공중조기경보통제기 E-737 '피스아이', 주한미군 RC-12X '가드레일' 정찰기, 일본 오키나와(沖縄)현 소재 가데나(嘉手納) 공군기지에 배치된 미군 RC-135V '리벳조인트' 등이 최근 비행하며 대북 감시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합참은 "우리 군은 북한의 추가 도발에 대비해 한미 간 긴밀한 공조 하에 관련 동향을 추적 감시하면서, 북한의 어떤 도발에도 압도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기초로 확고한 대비태세를 유지해갈 것"이라고 밝혔다.
hg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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