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기물 재활용률 100%"···오염 주범 공장의 '착한 변신' [지구용 리포트]

박성규 기자 2022. 12. 23.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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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기업 'UL솔루션스 인증' 현황
아워홈·삼성전기 등 플래티넘 등급 획득
전기 전하 이용 폐기물 저감기술 등 주목
30~40곳 업체 검증 참여···ESG 행보 지속
"정부 혜택 커져야 참여기업도 늘어날 것"
[서울경제]

공장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을 재활용할 수 있을까? 이러한 생각은 이미 현실이 됐다.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꼽히는 폐기물을 재활용하는 비율이 90% 이상인 경우 국제기관으로부터 인증을 받을 수 있는데 일부 기업은 재활용률 100%를 달성하기도 했다. 다만 아직까지 검증받은 기업이 많지 않은 만큼 혜택을 늘려 참여율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아워홈 계룡공장

산업계에 따르면 아워홈·엘앤에프·LG이노텍·삼성전기가 올해 폐기물 100% 재활용에 성공했다. 아워홈이 운영하는 계룡공장은 10월 ‘폐기물 매립 제로(ZWTL)’ 국제 검증 최우수 등급인 ‘플래티넘’을 획득했다. 국내 식품 업체로는 최초다. 아워홈에서 폐기물 검증 신청 업무 등을 담당하는 임규암 환경안전팀 팀장은 “생산 품목 자체가 식물성 두부, 빵, 콩이라 재활용에 유리했고 2019년 말 환경부로부터 계룡공장 폐기물이 순환 자원으로 인정을 받는 등 친환경 활동을 지속해 이 같은 성과를 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인증 작업은 응용 안전 과학 분야 글로벌 리더인 UL솔루션스가 수행한다.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을 소각하거나 매립하지 않고 다시 자원으로 재활용하는 비율에 따라 플래티넘(100%), 골드(95~99%), 실버(94~90%) 등급을 부여한다. 계약을 체결하면 ‘사전 검토-서류 검토-현장 심사-최종 결정’ 순으로 검증이 이뤄진다. 1년 후에는 등급 유지 연장 심사를 받아야 하며 통과하면 1년 더 등급이 유지된다. 이후에는 재계약을 한 후 다시 평가를 받아야 한다. 꾸준한 노력이 필요한 셈이다.

아워홈은 계룡공장 외에 공장 7곳도 순차적으로 검증을 받을 계획이다. 빵을 생산하는 용인1공장(재활용률 95% 이상), 어묵·김 등을 생산하는 용인2공장(80% 미만), 계란류를 생산하는 구미공장(95%)을 폐기물 매립 검증 신청 우선순위 리스트에 올렸다.

아워홈은 전기 전하를 이용해 폐기물을 저감하는 기술도 도입할 방침이다. 아울러 친환경 경영 행보를 강화하기 위해 컨트롤타워를 만드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2차전지 양극재 생산 업체 엘앤에프가 운영하는 공장 3곳(대구·왜관·구지1)도 같은 달 플래티넘 등급을 받았다. 배터리 양극재 업계에서 플래티넘 등급을 획득한 기업은 엘앤에프가 처음이다.

LG이노텍 평택사업장

343톤 규모(연간)의 폐기물을 모두 재활용한 LG이노텍 평택사업장도 최근 플래티넘 등급을 획득했다. 평택사업장에서 폐기물을 분리수거해 연간 3억 4600만 원의 수익도 창출했다.

삼성전기 수원사업장

앞서 삼성전기 수원사업장도 올해 7월 플래티넘 등급을 받았다. 함께 신청한 세종사업장은 골드 등급을 획득했다. 부산사업장 역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골드 등급 재인증에 성공하면서 삼성전기의 국내 전체 사업장이 폐기물 매립 제로 인증을 따냈다.

삼성디스플레이 국내 사업장 4곳(기흥·천안·아산1·아산2)과 삼성전자 국내 반도체 사업장(기흥·평택·화성)은 지난해 플래티넘 인증을 받았다.

이 밖에 올 4월 국내 식품 업체로는 최초로 CJ제일제당이 검증을 신청했고 신청 대상인 진천공장은 골드 등급을 획득했다. LG화학(익산 골드, 나주 실버), 삼성엔지니어링(송도 에디슨 4현장 골드), 아모레퍼시픽(오산 뷰티파크 실버) 등 제조 업체들도 검증에 참여했다.

친환경 검증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친환경 폐기물 매립 제로 검증을 받은 기업은 2021년을 전후해 늘어나기 시작했으며 현재까지 국내 기업 30~40곳이 검증에 참여해 인증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 이미지 제고 효과, 이르면 2025년부터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성과공시제도 도입 등이 친환경 행보에 영향을 준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다만 아직까지 절대적인 참여 기업 수가 많지 않고, 특히 중소기업의 참여율은 더 낮다. 재활용이 힘든 제품을 생산하거나 검증 기관인 UL솔루션스를 잘 모르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비용(약 1300만 원으로 추정) 문제, 내부 정보 유출(계약 시 모든 폐기물 실적 자료 제출) 우려도 참여율 확대에 제동을 건 것으로 분석된다.

임 팀장은 “적극적인 홍보가 이뤄지고 친환경 기업에 정부가 주는 혜택이 커진다면 참여 기업은 더 늘어날 수 있다”고 밝혔다.

박성규 기자 exculpate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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